탈(脫) 인텔 애플, 독자 행보 잰걸음
탈(脫) 인텔 애플, 독자 행보 잰걸음
  • 김신강
  • 승인 2020.1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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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쌓는 애플 … 외부 의존도 더 낮춰

CPU, GPU 최대 3~5배 개선. 기존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시험대




[2020년 11월 12일] -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즉, CPU는 이름처럼 PC의 핵심이자 두뇌다. 프로그램의 명령어를 해석하고 연산해 의도대로 돌아가도록 해 주는 칩. 모든 컴퓨터에는 CPU의 양대 산맥인 인텔과 AMD의 제품이 들어가 있고, 인텔과 AMD의 새 세대 CPU 발표는 곧 컴퓨터의 진화를 의미했고, CPU에 맞춰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의 속도나 용량도 함께 발전해왔다.

인텔과 AMD가 없는 PC는 절대로 존재할 수가 없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그랬다.

애플이 11일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 M1을 탑재한 신형 맥북 에어, 맥북 프로, 맥미니를 발표했다. 지난 6월 예고한 대로 사실상 인텔과의 결별 선언을 하고, 애플 실리콘 기반의 PC를 공개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한 M1 칩은 CPU, GPU, Neural Engine의 각각의 구성요소가 하나의 작은 칩으로 통합된 것이다.


애플의 설명에 따르면 16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5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M1 칩은 4개의 고성능 코어, 4개의 저전력 코어를 결합한 4+4 구조의 CPU, 8 Core로 구성된 GPU 등을 통해 기존 인텔 베이스 대비 CPU 속도를 2.8배 높였고, GPU 속도는 5배를 높였다고 한다. 머신 러닝을 담당하는 Neural Engine은 16코어로 구성해 사진 보정, 오디오 필터링 등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뤄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M1칩의 최적화된 성능 발휘를 위해서는 당연히 최적화된 OS가 필요하다. 13일 출시를 앞둔 macOS Big Sur가 그 주인공인데, 현 최신 버전인 macOS Catalina의 후속작이다. Safari 브라우저 업데이트, 메시지, 지도 등의 개선 등 Big Sur의 새로운 기능은 이미 지난 6월 공개된 바 있지만, 역시 핵심은 M1과의 최적화다.

애플은 그들의 용어로 이런저런 설명을 복잡하게 하고 있지만, M1 칩의 등장이 소비자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아이패드, 아이폰에서의 퍼포먼스 경험을 이제 맥에서도 그대로 경험하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태블릿이 PC와 다른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PC와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우수한 부분은 바로 부팅 속도일 것이다. SSD의 등장으로 PC의 부팅 속도나 슬립 모드 해제가 과거보다 무척 빨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태블릿의 화면 깨우기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애초에 PC의 CPU로 돌아가는 장치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한 A 시리즈 칩 기반으로 운영되는 디바이스이기 때문이다. 신제품 발표 때마다 2배씩 속도가 높아진다고 자랑하며 숫자를 붙이는 바로 그 A 시리즈다. 이번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폰 12 시리즈에 A14 Bionic이 탑재되었다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도 광고나 키노트를 통해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그 A14라는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애플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위해 자체 개발한 이 A 시리즈를 PC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애플이 발표한 내용 중 이번 프레젠테이션이 가장 스티브 잡스스런 방향이 아니었다 싶다. 애플만을 위한 OS나 앱 생태계, 응용 프로그램들을 만들던 폐쇄성을 더욱 진화 시켜 급기야 CPU까지 애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총 3종 M1 칩 적용, 노트북·맥미니 라인업

애플은 당연히 M1 칩을 전 PC 라인업에 적용하겠지만 이번 발표에 아이맥, 맥프로에는 반영하지 않고 우선 노트북 라인업과 맥미니에만 탑재하면서 총 3종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우선 맥 라인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맥북에어다. M1 칩의 탑재로 전 세대 대비 CPU 속도는 최대 3.5배, GPU 속도는 최대 5배, Neural Engine은 최대 9배 빨라졌다.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연산 처리를 하나의 칩으로 하면서 작업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배터리 사용 시간이 무려 6시간 증가해 최대 18시간까지 쓸 수 있게 됐다. 애플의 맥 라인업이 1~2년 주기로 업데이트되면서 배터리 시간이 극적으로 늘어난 적은 없었다. 매번 점진적으로 늘어나거나, 아니면 정체되어 있었는데 한 번에 1.5배가 늘어난 것이다. 외부에서 작업할 시간이 많은 노트북 사용자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전 세대의 경우 인텔 코어 i7 4코어를 적용했는데 이번에는 M1칩 8코어가 적용된다. 단순 숫가로만 보면 2배가 늘어난 것이고, 당연히 애플 기기만을 위해 개발된 칩이니 체감 속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메모리, 저장 장치, 디스플레이, 크기, 무게, 카메라, 오디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속도 빨라지고 배터리 늘어난 것이 핵심이다. 가격도 전 세대와 동일하며, 컬러 역시 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3가지로 출시된다.


맥북 프로 13인치도 맥북 에어처럼 전 세대 i7 4코어, 이번 세대 M1 칩 8코어가 탑재되는데 배터리 시간의 개선은 에어보다 더 극적이다. 전 세대 프로의 경우 배터리 사용 시간이 10시간이었다. 10시간도 타사 윈도우 기반의 노트북에 비하면 꽤 긴 시간인데, 이번 세대의 경우 무려 2배인 최대 20시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아이패드 프로도 20시간은 안 되는데, 그만큼 CPU라는 장치가 구동 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격은 전 세대 대비 3만 원 인하된 169만 원부터 시작한다. 16인치 모델은 아직이다.


데스크톱 모델 중에는 맥미니가 가장 먼저 M1의 적용을 받게 됐다. 전 세대 대비 CPU는 최대 3배, GPU는 6배, Neural Engine은 15배 빨라진다. 8코어 CPU, 8코어 GPU가 탑재된다. 워낙 스펙 대비 최적화를 잘하는 애플이라 맥미니로 작업하는 데 큰 무리는 없지만, 작은 사이즈에서 오는 한계는 뚜렷했다. 우선 발열이 매우 심했고, 고사양 작업을 할 때 버벅댐이 상당했다.


M1이 적용된 맥미니의 경우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될 것 같다. 우선 에너지 소비량이 인텔 버전 대비 최대 60% 줄어든다.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작업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리소스 최적화 및 발열 개선으로 이어진다. 맥미니가 무뎌지는 것이 잦은 발열 때문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대 사용 수명도 대폭 늘어날 수 있을 듯하다.

가격 인하는 긍정, 호환성 우려는 부정

이번 맥미니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512GB 같은 용량 기준으로 전 세대 대비 30만 원 가까이 인하됐다. 256GB의 기본 모델을 구매할 시 가격은 89만 원에 불과하다. 아무리 미니 버전이지만 맥용 데스크톱 본체를 아이패드 가격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맥 사용자들에겐 희소식임이 틀림없다. 애플은 초대형 써드파티인 인텔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생산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니 마진 폭은 모르긴 몰라도 훨씬 뛰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누구나 염려하는 것처럼 호환성의 문제다. 아이맥과 맥프로를 바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호환성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을지 모른다. 물론 애플은 로제타 2를 통해 기존 앱들도 모두 새 맥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존 앱들이 M1 칩에 최적화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공산이다.

그러나 과거 로제타 1이 아래아한글, 어도비 CS2 등의 프로그램을 맥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출시한 바 있고, 결과적으로 극악의 호환성을 보였다. 맥OS 버전 10.4에서 등장한 로제타 1은 불과 10.7에서 삭제되고 만다. 로제타 2의 경우 그런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맥을 맞이할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시간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애플은 사용자들이 과거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아이폰’은 실험 모델이고 ‘아이폰S’가 최적화 모델이기 때문에 S 모델로 사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1세대 제품이 실험적으로 쓰인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이번 M1은 전통적인 CPU와 결별을 선언한 첫 컴퓨터이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어느 정도 수위로 발생할지에 여론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적어도 한국 환경에서는 문제 될 가능성이 제법 높다.


애플의 팬들조차 걱정하는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칫 망작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물론 아이패드에서의 퍼포먼스를 상기하면 기대가 많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은 태블릿과 달리 업무용 PC라는 본질적인 부분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애플이 인텔을 버리고 마진에 모든 것을 걸어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호환성에 대한 우려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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