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애플, 세계 유일 LG폰 보상 정책 … 그린라이트?
[이슈+] 애플, 세계 유일 LG폰 보상 정책 … 그린라이트?
  • 김신강
  • 승인 2021.05.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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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31일] - 한국 사용자가 유난히 짝사랑하는 브랜드, 바로 애플이다. 악명 높은 AS 정책에도, 기약 없는 애플페이 도입에도, 통화 녹음이 되지 않는 불편함에도 기꺼이 감수하며 전체 사용자의 20%가 아이폰을 선택했다. 남다른 충성도는, 한국 시각으로 새벽 2시에 방송되는 신제품 발표 때마다 수많은 사용자가 밤잠을 설치며 새 제품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표출됐다.

애플은 중국과 일본보다 한국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무심한 행보를 보여왔다.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도 있다. 각인 서비스에 홍콩과 관련된 문구를 넣으면 말도 없이 구매를 취소 시켜 버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에는 무려 42개, 일본에는 12개의 애플스토어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에서야 서울 가로수길에 첫 애플스토어가 개장할 정도다. 애플페이 역시 중국과 일본은 2016년에 도입됐지만 우리나라는 수수료, 단말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요원하다.

애플코리아의 황당한 AS 거부 사례도 잊을 만하면 커뮤니티를 달군다. 가장 최근 이슈는 매니저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영어 할 줄 아냐? 는 대응이 불씨를 댕겼다. 최대 라이벌 삼성의 모국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인구 대비 구매력을 감안하면 소비자의 억울한 마음은 당연하다.

# 세계 유일 한국에서만 실시하는 보상정책


하지만 한국에 유난히 도도하게 굴던 애플의 변화 조짐은 뜻밖의 대목, LG의 스마트폰 철수에서 감지됐다. 애플은 이동통신 3사와 함께 오는 9월 25일까지 LG전자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아이폰12 및 아이폰12미니로 교체한 사용자에게 일정 수준의 중고가는 물론, 추가 보상금 15만 원을 지급하는 중고 보상정책을 내놨다.


뭐 대단한 혜택인가 할 수 있지만, 애플은 대부분의 프로모션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진행하고, 국가별로 특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할 때도 애플 본사의 승인을 받는다. 애플코리아의 자율권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이 보상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애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실시하는 점이라는 것. 타사 모델을 콕 집어 보상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 보상금 15만 원을 전액 본사에서 부담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LG전자가 한국 기업인 것은 맞지만 LG의 스마트폰은 전 세계로 공급되는 제품이다. LG전자의 공식 사원 수는 작년 기준으로 약 4만 명 수준이다. 4만 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아이폰의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고려하면 무시해도 좋은 숫자다.

굳이 한국만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LG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한국 외에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반증일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이 남기는 하지만.

이번 중고 보상 정책은 애플이 한국에서의 점유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내에서의 LG 스마트폰 점유율은 약 13% 수준으로, 65%의 삼성전자와 20%의 애플에 이은 3위다.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애플 입장에선 13%를 죄다 삼성에 뺏길 경우, 무려 80%의 점유율을 한 나라에 내주게 되는데 이는 막고 싶었을 법하다. 사실 LG 폰은 삼성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하므로 LG 사용자는 친숙한 UI를 가진 삼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난 7일부터 시작한 LG의 V50 중고폰 가격 보장 프로그램 가입자의 80% 이상이 삼성의 갤럭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3%의 고객 내에는 삼성에 대한 반감, 특정 기능에 대한 선호, 가격 측면의 매력, 개인적인 속사정 등 LG 스마트폰을 쓰는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에 애플은 이 틈에 LG 고객을 iOS로 수용하려는 복안이다.

한 번에 이렇게 많은 고객을 끌어올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한국 시장에서 예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조짐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것은 역시 애플스토어 2호점을 여의도에 열었다. 3호점도 서울 명동에 개장할 예정이다. 가로수길 지점은 오픈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다. 코로나 이후에는 동시 입장 인원을 제한하면서 연일 긴 줄이다.

애플스토어는 아이폰12의 선전으로 고무된 애플이 한국 시장에도 조금씩 관심을 더해가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또한 매번 ‘담달폰’이라 불리며 한국 시장에 늦게 출시되던 아이폰이 아이폰12 때는 평소보다 한 달 이상 빠른 1.5차 출시국에 포함했다. 1차 출시국은 아니었지만 1차 출시국과 불과 1주일 차이였기 때문에 사실상 1차라 봐도 무방하다. 업계는 세계 최초 5G 출시국이 한국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했다는 평가였지만,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누구보다 빠르게 최신 제품을 구입하기를 원하고 열성적인 성향을 보이며, 여론 전파와 유행이 빠른 대한민국의 특성을 애플이 외면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판단이다. 아이패드 프로, 아이맥 등 최근 출시된 최신 제품도 미국과의 차이가 한 달 남짓 밖에 차이 나지 않게 정식 발매되어 국내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확연히 빨라졌다.

# 한국 고객의 오랜 애플 짝사랑, 결실 볼까


이제 시선은 애플페이와 통화 녹음 기능으로 모인다. 아이폰을 쓰던 사람이 삼성 폰으로 떠난 후에 돌아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이 바로 삼성페이인데, 간편결제의 편안함이 주는 중독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 갤럭시 유저 중엔 지갑을 들고 다닌 지 오래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흔하다. 애플 역시 공식적으로는 한국에서의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는 남북통일과 애플페이 국내 도입 중 어떤 것이 빠를까 하는 농담이 오갈 정도로 사용자가 ‘기다리다 지쳐가는’ 기능이다.

통화 녹음 기능의 경우 미국에서는 불법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영국 등에서는 엄연히 합법이다.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했던 기능이기도 하고, 사실 적용이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한국과 일본에 들여오는 아이폰에는 카메라 무음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국가별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기 때문에 애플페이보다는 더 현실성 있는 요구다.

안드로이드 OS의 확장성은 애플 iOS가 가는 방향과 분명히 다르지만 깔끔하고 직관적인 UI는 애플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애플을 좋아하는 사용자는 복잡하지 않은 직관성과 강력한 보안 등에 열광한다. 하드웨어적으로 굳이 비슷해질 필요는 없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국 사용자는 생활 속에서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주길 원하고 있다. 애플페이와 통화 녹음 기능은 애플이 한국 시장에 대한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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