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마트폰 역사 속으로… 가전, 전기차, 로봇에 올인
LG 스마트폰 역사 속으로… 가전, 전기차, 로봇에 올인
  • 김신강
  • 승인 2021.04.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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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05일] - LG전자가 결국 스마트폰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LG는 5일 이사회를 열고 MC(Mobile Communications,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를 종료한다고 밝히며 영업정지를 공시,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1995년 처음으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하고 26년 만에 쓸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LG는 두 달여 전 스마트폰 철수설이 돌던 당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모바일 사업 포기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이 날 발표는 충격적이기보다는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LG가 모바일 사업 재개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개월은 철수보다는 매각에 초점을 두고 협상을 시도하던 기간이었다. 베트남 빈그룹, 독일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지만 상대 회사들은 LG가 가진 특허권까지 원했고, 지적재산권 부분에 대한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결국 최종 철수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모바일 사업에서 LG전자의 누적 적자는 무려 5조 원에 이른다. 23분기 연속 적자다. 제 아무리 글로벌 대기업이라고 해도 10년 넘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을 붙들고 있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한 때 세계 시장점유율 3위의 휴대전화 회사였던 LG가 휘청이는 사이 국내는 삼성과 애플이 사실상 양분하며 시장을 다 가져갔고, 세계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의 가격과 물량 공세가 쏟아지며 LG가 설 곳을 사실상 잃었다. 이미 노키아, 소니 등 한 시대를 주름잡던 회사들이 모바일 사업을 결국 포기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기업인 LG마저 이들의 뒤를 따르는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애플이 처음으로 아이폰을 공개한 해인 2007년, LG는 무려 1천억 원의 비용을 들여 유명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향후 경영전략을 의뢰한다. 맥킨지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므로 저가 노트북이나 저가 휴대폰 등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경제국을 겨냥한 제품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이 비싼 리포트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초기부터 꼬이게 만든 주원인이 됐다. LG는 맥킨지의 조언대로 저가형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 방향을 설정, 스마트폰 R&D 인력을 축소하기까지 한다.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의 인기로 LG 사이언 브랜드의 인기가 상당히 높던 시기에 내린 결단이다.

삼성이 잘 나가던 ‘애니콜’을 버리고 ‘갤럭시’ 개발에 올인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물론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망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LG의 지난 10여 년 스마트폰 역사는 결국 대표 브랜드 하나 만들지 못하고 헤매기만 하다가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결국 삼성을 이기지 못한 품질이 가장 큰 원인이고, 동시에 품질관리는 매번 엇박자 행보였다. 매번 나오는 제품에 버스폰 꼬리표가 달리기 일쑤였다.

옵티머스 시리즈는 제작기 다른 스펙과 엉망인 최적화 등으로 LG 스마트폰 흑역사의 상징이 됐고, 브랜드 체인징이 수시로 되다 보니 OS 업데이트가 중단되기 일쑤여서 소비자는 한 번 산 폰을 오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바꿔야 했다. 그나마 출시되는 신제품도 발열, 유격, 무한 부팅 등 온갖 결함이 발생하며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2년 출시한 옵티머스 G가 그나마 호평을 얻자 후속작으로 나온 G2가 LG 스마트폰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성공한 제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LG는 단 한 번도 연도별 시장점유율 3위 안에 진입한 적이 없다. 이미 레노버, 화웨이에 밀린 뒤였다.

옵티머스, Vu, G, V, Q, X 등 LG의 브랜드 네이밍이 일관성이 없고 어지러운 것은 그만큼 제대로 된 성공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역사를 그대로 반증한다.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 뱅앤올룹슨의 명성에 기대어 보기도 하고, ‘윙’이라는 새로운 폼팩터를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올해 선보일 예정이던 롤러블 스마트폰은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하고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LG는 TV, 세탁기, 냉장고, 스타일러 등 가전제품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는 ‘어차피 가전은 LG’라는 말이 돌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LG의 OLED TV와 삼성의 QLED TV가 경쟁을 벌이자 각종 전자기기 커뮤니티에서는 OLED와 LCD TV를 같은 구도에 놓고 싸움을 붙이는 언론을 탓하며 LG를 대대적으로 응원하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였다.

LG가 가전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사실상 스마트폰에 다 쓰다시피 한 이유는 바로 교체주기 때문이다. 대형가전은 교체주기가 평균적으로 10년이 넘는다. 아무리 비싼 가전도 살 때만 집중해서 찾아보고 구입하고 나면 끝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교체주기가 아무리 길어도 3년이고, 평균 1~2년이다. 가격은 싼가? 스타일러 1개 값이나 스마트폰 1개 값이나 비슷하다. 모든 가전들이 스마트 기기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데, 이들을 모두 모을 허브나 마찬가지인 전화기 사업을 철수한다는 것이 어떻게 쉬운 결정이었겠나.

어쨌든 결국 LG는 스마트폰을 포기했다. 강점을 가진 가전 등 핵심사업에 집중하면서 6G,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의 핵심 기술은 전기자동차, 로봇 사업 등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LG화학 제품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LG가 스마트폰으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가전 기기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자산이다. 스마트폰 철수가 LG의 기존 핵심 사업에 당장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공산이다. 어차피 LG 가전을 쓰면서 ThinQ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사용자는 죄다 갤럭시나 아이폰 유저다. 사실 ThinQ 사용성은 지금도 별로다.

LG 폰 하나면 모든 가정의 기기가 하나로 통합되는 LG의 꿈은 이로써 멈췄다. LG의 선택이 적어도 가전에서의 압도적인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오늘의 선택은 또 다른 후회가 될 수도 있다. LG의 새로운 시작이 어떻게 될지 이날의 뼈아픈 결단이 먼 훗날에 어떠한 평가로 회자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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