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스마트폰 떠난 LG, 브랜드 전략 없는 가전도 휘청
[이슈+] 스마트폰 떠난 LG, 브랜드 전략 없는 가전도 휘청
  • 김신강
  • 승인 2021.05.28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05월 28일] - 프라다폰, 초콜릿폰 등 프리미엄의 상징으로 2000년대 중반을 호령했던 LG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김태희 배우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당시 LG 폰의 광고는 1020 세대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트렌드를 이끌어간다고 하는 사람에게 삼성 애니콜은 둔탁하고 촌스러운, 멋지지 않은 휴대폰으로 기억됐다.

물론 당시에도 애니콜의 점유율이 1위였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LG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삼성과 LG는 2000년대의 대중과 트렌드세터를 각각 고객으로 삼아 각자의 영역을 다독였다.

하지만 2021년 LG는 처참한 완패라는 역사를 뒤집지 못하고 결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다.


세계 최초의 롤러블폰을 발표하며 폼팩터 경쟁에서 새로운 획을 그을 것 같았던 LG를 기다린 건 5조 원이라는 막대한 적자 규모다. 더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꿈도 희망도 버틸 여력도 바닥난 상황. 회사는 지난 4월 5일 이사회를 열고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의 생산 및 판매 종료를 선언했다.

과감하게 애니콜이라는 파워 브랜드를 미련 없이 버리고 갤럭시에 올인하며 일관된 브랜딩 전략을 앞세운 삼성을 상대로 사실상 완패한 것. 애플의 국내 점유율이 20% 남짓한 현실 속에서, 삼성은 사실상 독주 체제를 완전히 구축했다.

LG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가전의 최강자인 만큼 모든 가전을 아우르는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그들 조직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LG 스마트폰이 가전에서의 강점을 앞세워 스마트홈에 초점을 맞춰 브랜드 전략을 가져갔다면 시장 퇴출이라는 최악의 결과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의견도 들린다.

옵티머스, G, V, Q, X 등 새로운 브랜드를 매번 선보이며 고객 반응에 빠르게 움직였고, 뱅앤드올룹슨과 같은 명품 오디오 브랜드와 협업하며 프라다폰 영광을 재현해 보려고 노력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LG 스마트폰은 대표 브랜드 하나 없이 고객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테스트만 하다 시장에서 떠난 꼴이 되게 됐다. 자본도 인력도 넘쳐나는 LG의 고전을 야기한 건 삼성이나 애플 등의 경쟁자가 아니라 LG 내부의 전략 부재라 보는 것이 명확한 진단이다.

오늘날 일관된 브랜드 전략은 사실 마케팅의 기초 중의 기초로 자리한다. 브랜드 이름과 디자인,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문하는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통합된 마케팅커뮤니케이션)는 브랜딩을 하는 모든 이에게는 바이블과 다름없는 이론이다.

다소 오래된 공식임에도 2021년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LG 스마트폰은 마케팅의 기본을 위배했고, 막대한 개발 비용에 대한 빠른 회수를 바라는 경영진의 초조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역사다. G, V, Q 등 알파벳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새 스마트폰을 발표하는 동안 LG 폰만의 아이덴티티도, 콘셉트도 소진했다.

소비자가 LG 폰을 선택해야 하는, 다른 스마트폰과 다른 하나의 무엇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말 많은 브랜드의 폰을 꺼내 들었는데 고객의 머릿속에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했다.

반면 삼성은 LG와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옴니아의 흑역사를 뒤로하고 철저히 아이폰을 벤치마킹하며 2009년 4월 첫 갤럭시폰(GT-I7500)을 발표한다. 그로부터 무려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삼성 폰의 이름은 갤럭시다.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삼성도 당연히 처음에는 헤맸다. 첫 갤럭시 이후 후속작인 갤럭시 스피카, 갤럭시 포털 등은 해외 시장의 처참한 평가를 받고 조기 퇴출됐다.

국내에 처음 출시된 갤럭시 A를 지나 아이폰4와 KT에 대항하는 갤럭시 S를 내놓으면서 점차 긍정적인 평가를 받던 삼성은 2011년 갤럭시 노트를 런칭하면서 스티브 잡스가 비웃었던 스타일러스(펜)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며 차별화를 꾀했고, 안드로이드 OS가 점차 안정화되면서 빠르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워갔다.

뚝심 있게 추구한 단일 브랜드 전략, 철저한 벤치마킹, 아이폰의 폐쇄성과 대비되는 개방성을 앞세운 갤럭시는 결국 오늘날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오르내리며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강자들과의 경쟁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가 애플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최신 OS를 오랫동안 지원한다는 점이다. 애플의 최신 OS인 iOS 14는 4년 전 출시한 아이폰X까지 대상 목록에 포함한다.

반면 LG는 개별 브랜드의 짧은 수명만큼이나 사후 지원에도 인색했다.

새 시그니처 모델을 꺼내 들 때마다 기존 제품의 안드로이드 OS 업그레이드에 소홀하면서 오래 쓸 수 없는 폰이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새 모델이 나와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언제 지원이 끊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끓게 했다.

마음에 드는 기능이 혹 있다 하더라도 당연히 구매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던 상황.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고객이 2년이면 새 폰으로 갈아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LG가 이 문제를 가볍게 여겼는지 모르지만, 기존 고객에게 소홀히 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은 브랜드에 치명적이라는 기본을 그들 스스로는 외면했다.

현재 삼성은 갤럭시의 성공을 넘어 아이폰의 영역이었던 ‘혁신’까지 넘보고 있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갤럭시Z폴드 3, 갤럭시Z플립 3 등이 출시될 예정이다. 폴더블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LG가 포기한 롤러블폰까지 삼성이 진출한다면 그야말로 새로운 폼팩터 시장을 선도하게 되는 것이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기존 갤럭시의 충성도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비록 휴대폰 사업은 접었지만, LG도 전략은 있다. 가전을 비롯해 6G 이동통신, 로봇 등 인프라 사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그러나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 그렇게 자랑하던 가전 분야마저 삼성 비스포크 라인에 빠르게 자리를 내주고 있고, 자사 프리미엄 라인인 오브제는 비스포크를 흉내 내기에 급급하며 조급한 인상을 역력히 드러내는 상황. 자칫 애써 구축해 온 오브제의 고급 이미지마저 잃을 수도 있다.

LG는 스마트폰 실패의 원인을 반면교사 삼아 브랜드에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깎고 다듬으며 나아갈 뚝심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이미 너무 많은 정보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LG의 TV가 라인업이 많고 다양해서 잘 나가는 것이 아니다. 올레드라는 단 하나의 단어, 단 하나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보도자료 및 취재문의  PRESS@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