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한스푼~ Fractal Design North XL 강화유리 케이스 써보니
감성 한스푼~ Fractal Design North XL 강화유리 케이스 써보니
  • 안병도
  • 승인 2024.03.13 2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교 시절, 컴퓨터를 좋아하는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친구가 가성비 좋은 부품을 사용해 직접 조립한 PC를 통해 함께 게임을 즐기고 영상을 감상하며 놀았다. 그때 친구의 성능 좋은 컴퓨터는 케이스가 없는 것에 가까웠다. 통기성과 부품 교체 편의성을 위해 전후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그냥 열어놓은 철제 프레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좋게 생각해 보면 미니멀리즘(?)이지만, 뭔가 살풍경한 구성이다. 사실은 돈이 없어서 가성비를 위해 성능 이외에 모든 미관을 포기한 것에 가까웠다. 그래도 그 시절 우리는 마냥 즐거웠고 첨단 기술을 만끽한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 기억은 여전히 젊은 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봄을 맞은 서울에서 아침에 커피 한잔을 내려 책상에 앉아 PC 케이스의 전원을 켠다. 커피 잔과 함께 눈앞에 있는 건 프랙탈 디자인의 노스 XL Clear 강화유리 케이스다. 원목이 세로로 늘어선 전면 패널이 나를 반긴다. 케이스를 보면 어떠한 모습이 어울릴지 상상했을 때 연상되던 모습이었다.

소개하는 이 제품, 왠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 Fractal Design North XL (MESH, 강화유리)
대응 규격 : EATX, ATX, MATX, ITX
사이즈/무게 : W240 x D503 x H509 / 9.7kg
내부 규격 : VGA 최대 413mm, 공랭 시피유 최대 185mm, 라디에이터 최대 420
특징 : 먼지필터(전면, 상단, 하단), PWM 팬 허브, 원목 전면 디자인
판매/유통 : 서린씨앤아이


# 천연 원목의 모습을 디테일까지 잘 구현한 전면 패널


같은 라인업 제품으로 강화유리를 옆에 붙인 모델인 TG, 타공망인 메쉬가 붙은 모델인 Mesh가 화이트와 블랙 색상으로 나뉜다. 화이트 모델은 참나무(Oak), 블랙은 호두나무(Walnut) 재질이다. 세부적인 기능을 따지기에 앞서 이 전면 패널이 커피색과 어울려 북유럽 풍의 원목가구를 보는 듯한 따스한 느낌이다. 메쉬 모델에는 강화유리 모델에 없는 사이드 팬 브래킷이 추가됐다. 쿨링에 좀 더 민감한 사용자라면 이쪽이 좀 더 좋을 거 같다.


노스 XL 제품은 프렉탈에서 지난해 선보였던 원목이 적용된 PC케이스인 노스 시리즈의 확장형 모델이다. 뒤에 붙은 XL은 사이즈가 엑스라지(XL)라는 의미다. 프렉탈은 이전부터 자사 PC케이스 메인 라인업 제품을 규격에 따라 나노(Nano), 미니(Mini), 노멀(Normal), 엑스라지(XL) 등으로 나 분류해 출시해 왔다. 보통 출시 초기부터 규격에 따른 라인업을 전개하는데 이번에는 엑스라지 모델 출시가 조금 늦었다.

천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이 제품의 특징을 떠올린다. 우선 천연 원목의 모습을 디테일까지 잘 구현한 전면 패널이다. 분리도 가능한 전면 개방형인 이 패널은 주로 우리가 많이 보게 되는 케이스 앞부분을 고급 가구처럼 느끼게 한다. 또한 케이스 전체가 접근이 간편한 개방형 레이아웃이므로 내부 새시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조립편의성이 매우 좋다는 의미다.

# 공랭과 수냉 양쪽을 잘 지원하는 냉각 성능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냉각 성능도 우수하다. 냉각에 유리한 새시 설계를 통해 공기 흐름을 최적화했다. 기본으로 140mm 쿨링팬을 제공하는데 조용한 환경에서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는 점이 매력이다. 컴퓨터를 쓰면서 냉각팬 소음이 크게 들리면 짜증이 나서 집중이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메인보드와 연결해서 최대 4개의 PWM(Pulse Width Modulation) 팬을 제어하는 팬 컨트롤러는 안보이는 반대쪽 후면에 위치한다. 펄스신호를 받아서 팬의 분당 회전속도(RPM)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한다. 이 방식을 쓰면 LED에서 나오는 빛의 양이 늘고 줄지 않으면서 회전속도가 온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그만큼 아름다운 조명효과를 유지하면서 정숙함까지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공랭 방식에서만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 제품은 수냉에도 최적화된 빌드를 지원하는데 전면 상단, 후면 패널에서 다양한 수냉 라디에이터(냉각기) 호환성을 보장한다. 특히 기존 모델과 달리 상단 부분에 360mm 라디에이터 장착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번 노스 XL의 큰 장점이다. 참고로 아래 조립한 사진이 바로 3열 수냉 쿨러와의 조립이다.

우리가 가구를 고를 때 단순히 서랍이 잘 열리는지, 용량이 어떻게 되는지만 보지 않는다. 내 방에 잘 어울릴까? 색깔이나 무늬가 너무 튀지는 않는지도 고민한다. 이 제품은 재질부터 시작해 구성과 마무리에 있어서 하나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디테일이 대단하다. 옆 면은 강화유리를 통해 쇼윈도처럼 내부가 잘 들여다보인다.


앞에 있는 천연 원목 소재의 스트라이프 패널은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인테리어 벽면 같은 부드러움을 내뿜는다. 디자인적 요소가 굉장히 잘 어우러져 있어 어지간한 인테리어 소품보다 공간에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 만족스럽다. 공기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감성까지 케이스라기 보다는 케이스 처럼 보이는 가구에 가깝다.


◆ 시스템구성
① CPU - 인텔 14세대 코어 14400F 코잇
② M/B - ASRock B760M Pro-A 대원씨티에스
③ RAM - 클래브 CRAS V RGB 6400 16GB x 2ea 서린씨앤아이
④ VGA - 엔비디아 RTX 4070FE
⑤ OS - Windows 11 Pro 22H2
⑥ 쿨러 - 리안리 갈라하드2 LCD SL-INF 360 쿨러


# 골드 포인트를 갖춘 입출력 패널과 우수한 부품 호환성



전면에서 위쪽으로 시선을 살짝 올려본다. 상단 패널 끝자락에는 가죽 탭, 제품 색상에 맞춰 포인트로 적용된 I/O 패널이 가지런하게 있다. 그런데 이것 조차도 고급스럽다. 둥근 원반형 전원 스위치에 이어 헤드폰, 마이크 단자, USB 3.0 타입 A 5Gbps 단자 2개, USB 3.1 Gen2 타입 C 20Gbps 단자 1개가 단차 없이 매끄럽게 매립된 상태다.

사용하게 된다면, 여기에 고음질 헤드폰을 꽂고 무손실 음악을 들으며 고속 저장장치를 연결해 편집할 영상을 찾는 모습이 어울릴 것 같다. 매끄러운 감각과 미관이 내 시선과 손끝에 만족감을 더한다. 외관을 위해 금색으로 포인트를 준 센스가 돋보이는데 내가 써보는 블랙은 골드지만 화이트 제품은 실버라는 차이가 있다. 케이스 전체 색상과 조화롭게 보이게 하는 세심한 배려다.

흔히 명품은 까탈스럽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디자인이 좋은 케이스라면 자칫 호환성이 떨어지거나 내부 용량이 적어서 내 마음대로 부품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케이스가 허락해 주는 부품만 탑재해야 되는 건 아닐까?라고 고민할 수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North XL 제품은 표준인 ATX부터 시작해, E-ATX, mATX, mini-ITX까지의 메인보드를 모두 탑재할 수 있다. 냉각팬은 120밀리라면 9개, 140 밀리는 8개 설치 가능하다. CPU 쿨러도 185밀리미터까지의 높이를 허용하며 냉각 라디에이터는 최대 420밀리까지 허용한다.

파워서플라이는 ATX표준이라면 모두 가능하며 그래픽 카드는 최대 413밀리미터까지 삽입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 등을 위한 3.5인치 베이는 최대 2개, SSD용 2.5인치 베이는 최대 4개 내장 가능하다. 일반적인 대형 케이스와 아무런 차이가 없이 우수한 탑재능력이다.

#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감성을 구현


이런 기술적인 사항보다 더욱 중요한 건 이 제품이 가져다주는 감성적 매력이다. 최근 나는 오래된 냉장고를 신형으로 교체 구입했다. 전통적인 흰색 사각형 냉장고를 대신해서 들어온 건 차콜 색상으로 진중한 느낌을 주면서 메탈 표면에는 헤어 같은 처리가 되어 있어 보기도 매우 좋다. 문을 열면 안쪽도 라운딩 처리가 보다 세련된 가운데 용량도 오히려 더욱 커졌다. 이렇듯 최근에는 가전제품조차 인테리어적 디자인을 중시한다.

노스 XL시리즈는 화이트, 차콜 컬러와 메쉬, 강화유리 패널이라는 옵션을 제공한다. 이런 구성요소들은 탈부착 가능한 모든 패널과 어우러져 나만의 스타일에 맞는 형태의 빌드 구성을 가능하게 만든다. 각 패널은 단차 없이 정교하게 프레임에 고정되며 핸드 스크류를 통해 공구 없이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다. 부품 교체 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원목 느낌이 살아 있는 이 제품을 원목느낌의 책상에 올려놓으면 PC특유의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슬쩍 바라보면서도 미소가 우리 나오는 따스한 집 안 풍경을 만들 수 있다. 마치 오래된 백색 가전제품 같은 투박하고 딱딱한 PC 케이스, 혹은 최신 케이스라도 해도 결국 RGB 조명으로만 도배된 케이스에서 느끼기 힘든 편안함과 고급스러운 품격을 생활에 가져다준다.

기술이 발달하는 이유는 뭘까? 단지 돈을 벌고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일까? 아니다. 보다 만족감 높은 생활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노스 XL 시리즈는 PC 케이스에 있어서 기술 변화가 최신 트렌드에 맞춰 감성적으로 승화시키려면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범 답안이 아닐까. 특히 생활하는 공간의 디자인적 감성을 중시하는 사용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물론 이런 디자인적 요소와 품격을 위해 일반적인 보급형 케이스에 비해 높은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 그렇지만 시대가 흐르고 나와 대한민국은 함께 성장했다. 가난했지만 열정에 넘쳐 있던 대학생은 어느 정도 여유를 갖추고 삶의 질과 생활의 품격까지 생각하는 직장인으로 변했다. 이제는 가전제품과 IT제품을 구입할 때 디자인과 감성까지 챙기게 됐다. 삶의 만족을 위해 그만한 지출은 기꺼이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문득 떠오른 대학시절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글을 시작할 때 마셨던 커피 한잔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탈고를 끝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커피를 입에 털어 놓고 그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괜시리 사람 센치하게 만드는 능력이 남다른 특별한 케이스에 관한 소개를 이렇게 마친다.


By 안병도 에디터  Byeongdo.An@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