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속 보이는 폰, 낫싱 폰원 (nothing Phone-1)
[써보니] 속 보이는 폰, 낫싱 폰원 (nothing Phone-1)
  • 김현동
  • 승인 2022.08.12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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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국내 언론을 수놓는 가장 흔한 제목은 ‘혁신이 없다’이다. 스티브 잡스 시절 감탄을 자아냈던 새로운 경험은 거의 없고 접는 폰도 없으니 무리한 문구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혁신이 없다는 볼멘소리는 삼성전자를 보유한 대한민국 일부에서 나오는 악의적 공격으로 치부하던 일이 많았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 멀리 영국에서 설립 2년도 채 되지 않은 작은 전자제품 회사의 혁신이 없다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투명 아이폰’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화제를 모으고 있는 주인공, 낫싱(Nothing)이다. 이제는 지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기업명처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정도로 뺀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극치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모델명 : NOTHING PHONE-1
화면 : 6.55" FHD (OLED)
해상도 : 2,400 x 1080
밝기 : 500nits ~ 1,200nits
시피유 : 퀄컴 스냅드래곤 778G+
메모리 : 8GB or 12GB
카메라 : 소니 IMX755 센서 (전 / 50MP, 후 / 16MP)
배터리 : 4,500MAH
색상 : 블랙 or 화이트
특징 : 양면 고릴라 글라스 마감, 알루미늄 프레임, 듀얼심

지난달 공개된 낫싱의 첫 스마트폰은 이름도 ‘폰원(Phone 1)’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네이밍마저 힘을 빼 오히려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창업자인 칼 페이는 낫싱 폰원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는 아이폰 사용자의 선택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낫싱 폰원은 아이폰을 사실 쏙 빼닮았다.

‘순수한 본능(Pure Instinc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후면은 아이폰을 투명으로 만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폰 11을 연상시킨다.

아이폰을 떠올리게 했다고 해서 폄하하려 한다면 오산이다. 투명한 아이폰이 떠올랐다는 것만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훌륭한 마감이다. 표면을 유리로 마감하고 내부가 보이도록 디자인했는데 조잡하거나 어긋나는 느낌이 전혀 없다. 애초부터 내부를 이렇게 외부로 보이게 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만든 디자인이라는 의미다.

내부의 설계를 디자인으로 드러나게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제품 디자인보다 훨씬 높은 난이도를 요구한다. 단순히 구조를 예쁘게 배열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사실을 구성품 하나하나를 다 새로 디자인하는 것이고 의도하는 전체적인 그림에 맞게 크기나 비율을 정하고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까지 다 따져야 한다.

오픈 키친을 표방하는 음식점이 어려운 이유와 비슷하다.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려면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낫싱 폰원의 등장은 단순히 예쁘다, 그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낫싱 폰원은 단순히 내부를 밖으로 꺼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무려 900개의 LED 조명을 배치한 ‘글리프 인터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빛을 영민하게 활용해 디자인의 효용성을 높인다.

LP판을 연상시키는 무선 충전 호일 주변, 카메라 주변을 둘러싼 C자 형태의 조명은 낫싱 폰원의 전체적인 그림을 만든다. 하단과 측면에 있는 막대기 모양의 작은 조명이 더해져 아무리 어두운 환경이라도 멀리서도 한눈에 폰원임을 알아볼 수 있는 센스가 도드라진다. 휴대폰 안의 작은 연구소를 엿보는 듯한 감성은 첨단과 혁신을 지향하는 정체성이 느껴진다.

글리프 인터페이스는 이 조명을 활용해 폰원의 기능을 메시지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뜻한다. 폰을 뒤집어놓은 상태에서 화면을 보지 않고도 앱에 알림이 오거나 충전 상태를 보고 싶을 때 글리프 인터페이스가 안내한다.

특정 사용자마다 다른 방식의 조명을 설정해 조명만 보고도 누구로부터 전화가 왔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무척이나 개인화된 직관성을 자랑한다.


안드로이드 OS 폰이지만 자사의 낫싱 OS를 결합해 폰원만의 경험만을 제공한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지만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의 경우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고, 남은 주행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많이 사용하는 앱은 빠르게 로딩하는 기능도 있고, 폰원에서만 제공하는 NFT 갤러리를 전시할 수 있는 것도 MZ 세대의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낫싱 폰원의 성공이 기대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투자자와 구성원 면면이다. 애플 아이팟의 개발을 이끈 토니 파델, 트위치 창업자, 레딧 CEO 등이 자리하고 있다. 폰원의 다지인 디렉터는 다이슨에서 14년 넘게 근무하며 디자인 리더 역할을 맡았던 애덤 베이츠다. 현재까지의 누적 투자 금액은 1억 5천만 달러에 육박한다.

폰원 출시 몇 달 전에 나왔고 국내에 공식 출시되기도 했던 투명 이어폰 ‘이어원(Ear 1)’이 바로 낫싱의 작품이다. 작년 8월에 출시된 이후 8개월 만에 5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진짜 게임은 폰원이 시작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이폰과 스펙, 가격 면에서 아직은 월등히 밀린다.

때문에 카메라 등 일부 사용자 경험이 아직은 신인 티를 벗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꾸준한 펌웨어 업데이트로 얼마든지 발전의 여지가 있는 수준이며, 실 사용자들의 평도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낫싱 폰원은 분명 디자인적인 혁신은 이뤘다.

진정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이다. 휴대폰 뒷면에 선사한 감동을 앞면 즉, 스크린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낫싱이라는 기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것이다. 모처럼 신선한 기업의 등장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By 김현동·김신강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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