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15 에 티타늄 피막 입혀 ‘혁신을 혁신하다’
애플, 아이폰 15 에 티타늄 피막 입혀 ‘혁신을 혁신하다’
  • 김신강
  • 승인 2023.09.14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시장 포기할 수 없던 애플, USB-C 수용
반도체 확산 공정 응용해 티타늄 피박 처리
무게는 가볍지만 강도는 티타늄 성질 구현


하루 전인 13일 오전 2시(한국시각) 애플은 아이폰 15 및 15 프로, 애플워치 9, 애플워치 울트라 2를 발표했다. 매년 9월 개최되는 애플 팬을 설레게 하는 가장 큰 이벤트다.

인트로 영상은 애플의 방향성을 드러내는데, 올해는 애플워치가 긴급 조난 신호를 보내주고, 차량 충돌을 감지해 자동 신고를 하고, 조기에 종양 발견을 할 수 있도록 도와 가족들의 생명을 구해준 사례를 내세워 키노트 서막을 열었다.


처음 공개된 신제품은 애플워치 9이다. 외관은 달라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음성 인식 서비스 시리(Siri)의 오프라인 구동이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상황에도 기존 데이터를 통해 운동을 비롯해 건강 관련 요소를 시리에게 물어볼 수 있다. 영어와 중국어로 먼저 서비스가 되고 추후 다른 언어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아이폰의 위치를 찾는 기능도 개선되어 기존보다 3배 먼 거리에서도 전화기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디스플레이의 밝기도 전작 대비 2배 높아진 2000 니트까지 개선됐다. 배터리 타임은 18시간이 그대로 유지됐다. 같은 크기에 많은 기능을 넣고도 배터리 시간이 유지됐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짧은 시간은 여전히 아쉽다.

새롭고 반길 만한 기능은 ‘더블 탭’ 기능이다.

검지와 엄지를 두 번 탭 하면 된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들고 있을 때, 클라이밍 운동을 할 때 손가락만 까딱하면 전화를 받을 수 있고 끊을 수도 있다. 이 더블 탭은 타이머 정지, 다시 알림, 음악 재생과 끄기 등의 주요 기능을 설정할 수 있어 손이 자유롭지 않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궁금할 컬러는 알루미늄 모델의 경우 스타라이트, 실버, 미드나이트, 레드 4가지, 스테인리스 모델은 골드, 실버, 그라파이트 3가지로 공개됐다. 종류는 많지만 이미 기존 고객에겐 익숙한 컬러다.

매년 환경에 대해 강조하는 애플은 이번 시리즈부터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는 에르메스 모델에도 적용된다. 가죽의 대체제는 ‘파인 우븐’이라는 이름의 직물 소재다.

에르메스 밴드는 기존 가죽 밴드를 판매 중단하고 직물 모델만 선택할 수 있다. 가죽 밴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은 상황에서 꽤나 용기 있는 선택임엔 틀림없다. 나이키 밴드도 전량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하이엔드 모델인 애플워치 울트라도 2세대를 공개했다. 애플워치 9의 모든 신기능을 탑재하고 디스플레이는 3,000 니트까지 키웠다. 하지만 1세대 대비 눈에 띄는 차이는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이미 1세대를 가진 사용자라면 굳이 교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유럽시장 포기할 수 없던 애플, USB-C 수용


가장 큰 관심을 모든 아이폰 15 및 15 프로 시리즈는 기존에 유출된 루머가 거의 대부분 들어맞았다. 핵심은 충전방식과 소재 변화다.

전 모델 충전 커넥터가 기존 라이트닝에서 USB-C 방식으로 바뀐다. 하긴 애플 입장에서는 표준 규격 준수가 곧 유럽 시장 진입과 연관되어 있기에 이를 무시하기는 힘들었을 터. 게다가 아이폰 사용자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 온 한 가지 사항이다. 충전, 데이터 전송 등이 편해진다는 장점과 무엇보다 여러 개 충전기를 주렁주렁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은 사용자의 요구도 맞물려 있다.

이제는 USB-C 커넥터를 이용해 아이폰으로 에어팟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먼저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15 시리즈의 가장 큰 변화는 프로에만 적용해 주던 ‘다이나믹 아일랜드’의 채택이다. 사용자의 알림과 실시간 상황에 따라 상단의 작은 배너가 확장되며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출시 당시 하드웨어의 문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한 발상의 전환에 많은 사용자가 박수를 보낸 바 있다. 이로써 모든 아이폰에서 드디어 노치가 사라지게 됐다. 밝기는 14보다 2배 밝은 2,000 니트까지 키웠다.

6.7인치 크기의 아이폰 15 플러스가 공개된 점도 변화다. 기존에는 큰 화면을 쓰고 싶으면 선택지가 가장 비싼 프로 맥스 모델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부담이 적은 아이폰 15 시리즈에서 대화면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대신 14 시리즈까지 제공되던 미니 모델은 단종됐다. 사용자가 점차 큰 화면을 원하는 시장 분위기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메인 카메라를 48MP로 개선해 기존 프로에 준하는 카메라 품질을 확보했고, 배터리 시간은 동영상 재생 기준으로 아이폰 15 20시간, 아이폰 15 플러스 26시간에 달해 넉넉한 편이다. 케이스 역시 가죽 케이스가 사라지고 파인우븐으로 대체된다. 가죽이 아닌 직물 소재로 바뀌었음에도 케이스 가격은 오히려 상승해 애플다운 행보라는 비아냥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반도체 확산 공정 응용해 티타늄 피박 처리


매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프로 시리즈는 USB-C 채택과 더불어 기존의 스테인리스 소재를 버리고 알루미늄 베이스 위에 티타늄(티타늄 가루를 흡착 가공처리)으로 마감한 것이 가장 큰 이슈다. 스테인리스 소재는 고급스럽고 강도도 우수하지만 문제는 화면과 렌즈가 커지고 부품이 많이 들어가면서 점점 무거워지는 문제가 지적됐다. 애플 입장에서 더 이상 무게는 외면하기 어려운 이슈다

결정적으로 프로 맥스는 케이스를 끼우면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인식한 애플은 더 가볍고 강도는 더 높은 티타늄 소재를 적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티타늄은 워낙 고가인 데다가 가공이 어렵다. 디테일을 강조하는 애플 입장에서 티타늄 덩어리를 통으로 가공하는 것에 욕심을 낼만하다. 하지만 티타늄을 CNC 가공 형태로 깎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툭하면 열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다.

결국 애플은 티타늄 소재이면서도 티타늄이 아닌 것과의 결합이라는 출구 전략을 세운다. 쉽게 말해 반도체 확산 공정 (Diffusion)인데,

하이닉스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식각 과정을 거친 회로 패턴의 특정 부분에 이온 형태의 불순물을 주입하여 전자 소자의 영역을 만들어 주고, Gas 간 화학반응을 통해 형성된 물질을 웨이퍼 표면에 정착함으로써 여러 가지 막을 형성하는 공정"을 도입해 알루미늄 골조 위에 티타늄을 코팅 처리해 티타늄이 아닌 것에 티타늄의 성질을 부여했다.

알루미늄은 가공 처리가 용이한 금속이지만 강도가 약하다. 반대로 티타늄은 가공 처리가 어렵지만 강도가 우수하다. 동시에 두 금속은 가볍다. 약한 알루미늄을 강하게 만드는 후 공정에 티타늄 피막을 입혀 가공 편의와 강도라는 두 가지 요건을 절묘하게 충족한다. 바로 이 점이 이번 신제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이자 발상을 달리 한 결과물이다.

물론 이를 티타늄이라는 단어를 차용해 티타늄을 사용했다며 대대적으로 강조할 정도인가?라는 것에는 의견이 나눌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티타늄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티타늄을 피막처리한 사례도 최초이지만 마찬가지로 알루미늄을 이용한 티타늄 성질 구현 또한 최초라는 점에서 그들 스스로의 자긍심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다.


다시 본론 설명을 이어가자면 14 시리즈까지 오면서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왼쪽 상단에 위치한 소리/진동 변환 버튼이다. 이를 없애고 누르는 방식의 액션 버튼으로 대체했다. 버튼을 꾹 눌러 기존의 매너 모드 변환으로 대체하고 카메라를 켜거나 녹음을 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자 입맛에 맞게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아이폰 13, 14 시리즈의 경우 프로와 프로 맥스가 화면의 크기 외에는 사실상 다른 점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프로 맥스에 120mm 5배 광학 줌을 넣어 근접 촬영, 동식물 사진, 스포츠 사진 등의 촬영 시 렌즈와 센서 사이의 거리를 벌려 더 긴 초점거리를 가능하도록 했다. 프로 역시 3배 광학 줌으로 사실 불편할 것은 없다.

대충 보면 이번 신제품은 신기능, 혁신이라는 테마 측면에서는 새로운 것을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여전히 언론은 한 목소리로 역대 가장 새로울 것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그런데 실상은 역대 가상 새로운 혁신을 시도한 결과물이다. 그 누가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케이스에 티타늄 피막을 입히는 시도를 하겠는가!

게다가 소비자가 가장 요구했던 USB-C가 채택됐고, 인기가 많은 프로 모델은 더 가벼워졌다. 사용자가 애플에 기대하는 것은 이제 혁신이 아닌 개선이 되는 타이밍이 됐고, 애플은 그에 정확히 발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아이폰 금지 이슈가 대두되고 있지만 결국 이번 아이폰 15 시리즈는 여전히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필자 주 : 필시 언론이 혁신을 혁신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건. 그들 스스로가 자본권력을 쥐고 흔드는 스폰서와의 계약 관계를 의식한 탓일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S사 갤럭시는 대단하고 세상의 모든 것과 다 맞바꾸어도 되는 혁신으로 포장하는데 반해, 그저 사과폰을 상대로는 혁신은 1도 없다는 실패작으로 냉대하는 고압적인 자세가 매년 반복되는 행태가 말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