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A] 키딩
[WATCHA] 키딩
  • 김신강
  • 승인 2020.11.2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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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볼까?] 왓챠 - 키딩

‘이터널 선샤인’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가 다시 만나다




[2020년 11월 27일] -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은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문화’ 분야일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대신 유료 랜선 콘서트가 팬과 아티스트를 잇는 장으로 바뀌었고, 50대 이상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넷플릭스를 구독하기 시작했고,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새로운 독서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공연장, 극장 등이 매출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사이, OTT 서비스는 그들의 영역을 부족하나마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코로나로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작품들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 극장에서 내려간 작품을 빠르게 볼 수 있다는 기존의 장점을 뛰어넘어 아예 넷플릭스가 시작과 끝이 되는 것이다.

올해 3월 ‘사냥의 시간’이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 직행했고(‘옥자’처럼 처음부터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고 계획된 것이 아닌), ‘승리호’, ‘콜’, ‘낙원의 밤’ 등이 줄줄이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선회했다. 해당 영화들은 정상 개봉했다면 모두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설 수 있을 만한 자본과 배우가 투입된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를 비롯해 독점작 물량공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봉 영화까지 데려가고 있다. 이제는 스크린 독과점이 아닌 ‘넷플릭스 독과점’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하다. 디즈니 플러스, HBO MAX 등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유일한 대항마로 버티고 있는 서비스가 왓챠다.

넷플릭스와 비교해 과거 명작이 많고 직관적인 추천이 잘 되어있어 확고한 팬이 많다. ‘오피스’, ‘왕좌의 게임’ 등 넷플릭스에 없는 킬링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국내 팬들의 지지를 받을 요소다. 급기야 콧대 높기로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이 다음 달 왓챠에서 공개된다.

그러나 어쨌든 OTT 서비스의 핵심은 콘텐츠의 양과 질이다. 넷플릭스의 핵심도 오리지널 시리즈다. 넷플릭스처럼 막대한 자본을 들여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할 여력이 없는 왓챠는 그 대안으로 해외에서 인정받고 ‘어둠의 경로’를 통한 국내 팬도 확보된 검증된 작품을 선별, 독점작으로 수입하는 ‘왓챠 익스클루시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 다룬 바 있는 ‘미세스 아메리카’를 비롯해 ‘킬링 이브’, ‘체르노빌’, ‘리틀 드러머 걸’ 등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한국에서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이 주로 선정 대상이 된다. 2018년 미국 쇼타임에서 공개돼 로튼토마토 지수 88%, 관객 점수 87%의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는 ‘키딩’은 왓챠 익스클루시브의 5번째 작품으로 지난 7월 29일부터 한국 관객과 만나고 있다.

웃기기만 한 배우 짐 캐리, 연기 내공 물오르다


엄청난 수의 골수 팬으로 잊혀질 만한 하면 재개봉하는 ‘이터널 선샤인’의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가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젊은 시절 ‘덤 앤 더머’, ‘마스크’ 등으로 미국에서 가장 웃긴 사나이가 됐던 짐 캐리는 ‘트루먼 쇼’에서 웃기기만 한 배우 이미지를 벗더니 이터널 선샤인을 통해서는 ‘희극과 비극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는 배우’라는 찬사를 받으며 연기파 배우로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감독이자 각본가인 미셸 공드리는 특유의 판타지적 연출과 영롱한 분위기로 수많은 국내 팬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수면의 과학’, ‘무드 인디고’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역시 그의 대표작 또한 이터널 선샤인이다. 이 두 사람의 팬이라면 익히 짐작할 수 있겠지만 키딩은 희비극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밝은 이미지를 드러내지만 이면은 어둡고 불편한 정서가 감돈다.

30년동안 방송 ‘피클스 아저씨의 인형 극장’의 피클스 역할을 맡아 어린이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제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 누구보다 불행해진 감정으로 가장 행복한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 심리를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시놉시스만 봐도 인생의 아이러니를 마주해야 하는 관객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늘 미셸 공드리의 작품은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물론 극과 극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표현해내는 짐 캐리의 연기력이 이런 아이러니를 손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긴 하지만 말이다. 총 2개의 시즌, 2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키딩을 관통하는 한 마디는 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유감이지만 이게 현실이야’다.

제프가 아닌 주변인들도 다 저마다의 갈등이 있다. 인생이 정말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미셸 공드리 특유의 톤으로 참 ‘예쁘게도’ 보여준다. 비극을 더 도드라지게 보이게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공개 당시 외신들도 칭찬 일색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시리즈의 기적은 우울하면서도 정말 감동적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GQ는 ‘짐 캐리 인생 최고의 연기, 다른 배우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제프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키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이러니’다. 아들의 죽음 이후 제프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알려줘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냉소라기보다는 본인이 받은 정신적 고통을 통해 어린아이들이 개념적으로라도 죽음을 인식해야 나중에 받을 충격이 덜 할 것이라는 고민에서 나온 감정이었다.

프로그램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아버지인 셉에게 죽음에 관한 방송 제안을 하고 허락도 받지만, 촬영 후 해당 내용이 통편집되는 등 번번이 실패한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늘 행복을 전해야 할 제프가 하는 무거운 얘기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도 않을뿐더러 프로그램에는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셉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슬픔을 계속해서 억눌러야 하는 제프의 내면은 병들 수밖에 없다.

체면을 중시하고 감정 표현에 서툰 한국인들은 흔히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사람들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이미지’에 맞춰 성격을 꾸미고 말투를 준비하는 데 익숙하다. 최근에 유행하는 ‘부캐’ 열풍은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다중적인 인격으로 살아가고 있는 각자에 대한 변주된 고백이다.

어쩌면 너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제프’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을 연기하다가 무엇을 원하는지, 실제 자기의 기분이 어떤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제프와 몹시 닮았다. 일종의 피로 누적이다. 몸도 피로가 누적되면 탈이 나는데, 키딩은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면 어떤 탈이 나는 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짐 캐리의 신들린 연기가 이번 작품에서도 핵심축을 이루지만, 그의 주변을 이루는 가족들 각각의 사정도 다들 애잔하고 현실적이다. 키딩을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지만 계속 슬픈 이유는 이 뼈저린 현실성에 있다. 작품 선정에 신중한 왓챠는 익스클루시브의 필모그래피가 쌓여갈수록 조금씩 그들만의 신뢰도가 생겨나는 인상이다. 제대로 된 블랙코미디다.

60을 목전에 둔 노련한 최고의 배우, 짐 캐리를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로빈 윌리엄스를 잃은 지 6년이 지났다. 가장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이 배우가 부디 천수를 누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새삼 든다. 희극을 가장 잘하는 배우는 비극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 귀한 연기자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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