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메디컬 폴리스
[Netflix] 메디컬 폴리스
  • 김신강
  • 승인 2020.11.20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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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볼까?] 넷플릭스 - 메디컬 폴리스

‘그레이 아나토미’를 패러디한 메디컬 코미디




[2020년 11월 20일] - 어느 한 국가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단기간이라도 살아보는 것만큼 빠른 방법이 없다. 대륙마다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제스처, 금기어, 유머 코드, 물가, 일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데 책이나 방송 프로그램으로 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여행을 간다고 해도 주로 관광지 중심으로 다니고, 어디가 볼거리가 많은지, 어디가 맛집인지, 특산물은 무엇인지 정도의 수박 겉핥기식일 뿐 ‘사람’과 ‘문화’를 알기란 사실상 어렵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여행은커녕 업무를 위한 출장조차도 막혀있는 형국이다. 자가격리를 거치면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신혼여행조차도 제주도로 몰리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환경 속에 그나마 타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은 특유의 문화 코드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영상물, 그중에서도 드라마를 꼽을 수 있다. 2시간 남짓한 영화 한 편으로는 핵심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만도 시간 제약이 심하여서 호흡이 길고 연속성이 있는 드라마를 잘 고르는 게 중요하다.

‘왕좌의 게임’과 같은 역사물이나 시대극, 전쟁 관련 콘텐츠는 당시의 특정 사건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의도와는 잘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극을 본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의 문화와 한국 사람들을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점에서 장르는 코미디가 좋다. 동질한 집단 사이에서의 소소한 유머들이 만드는 코드는 현지인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외지인에게는 흥미로운 배울 거리가 된다. 올해 초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메디컬 폴리스’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아동병원’의 스핀오프(원작과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롭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다.

원작이 ‘그레이 아나토미’를 패러디한 메디컬 코미디였던 만큼 이를 그대로 계승하며 이른바 미국식 ‘병맛’ 코미디를 선보인다. B급 감성을 대놓고 드러내기 때문에 사실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작품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포인트는 “대체 저게 어디가 웃긴다는 거지?”에서 오는 불편함이다. 국내에도 엄청난 마니아를 기록하고 있고 스티브 잡스가 광팬이라고 잘 알려진 희대의 히트작 ‘디 오피스’ 역시 시즌 1이 처음 공개됐을 때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 불편함은 인종차별, 성 소수자, 내부 정치적 상황 등 외국의 웃음 포인트를 알지 못하고 고립되는 기분에서 온다. 미국 토크쇼를 볼 때 친절하게 한국 자막까지 나와도 다들 웃는데 나만 웃지 못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텐데, 이것이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이다.

메디컬 폴리스는 소아과 의사인 두 주인공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우연히 정부 요원으로 발탁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대 유행으로 번지기 직전에 촬영을 마쳐 화려한 액션 신들을 자랑하는데, 바이러스라고 하는 소재가 코로나바이러스와 묘하게 오버랩되며 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희화화하는 부분이 많아 코로나19 정국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작 시기상 그 정도는 용인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 B급 감성은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히트작인 ‘브루클린 나인나인’이나 ‘모던 패밀리’ 등과 유사한 결을 띄고 있다. 심각한 상황에서 허무하다 싶은 유머를 던져 소위 ‘확 깨는’ 장면이 속출하는데, 피식거리며 계속 보게 하는 중독성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테러범으로 추정되는 아랍인을 두 주인공이 마구 쫓아가다가 갑자기 길에 서서 그 용의자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혹은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쫓는 것은 아닌지 난상토론을 벌인다. 총격전이 오가는 결투 상황에서 결혼 소식에 축하를 보내며 손뼉을 친다.

이런 방식의 코미디는 관객들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것이 ‘쇼’라는 것을 주지 시켜 편안하게 즐기라고 유도한다.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실소를 터뜨리는 방식이다.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이나 치밀함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최악의 스타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20년을 사는 미국인들이 무엇에 웃는가 하는 부분을 넘어서 어떤 부분에 민감하고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느낌으로 보면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사실 이 작품은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도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대박’이라는 입소문이 퍼졌고,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92%의 고평가를 받으며 인정받은 작품이다.

요즘 주요 드라마들이 한 회당 40~50분 정도의 긴 길이로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20여 분의 에피소드 10개로 구성되어 타임킬링용으로 제격이다. 그야말로 ‘뇌를 비워놓고’ 편안히 보면 되는 작품이다.

단순히 캐릭터만 ‘병맛’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제작진들까지도 스스럼이 없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해외 주요 도시들을 정신없이 오가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한 나라에서 촬영한 것이다. ‘베를린’이라고 크게 자막은 나오는데 배경에 노출되는 은행은 크로아티아의 은행인 경우도 있다.

처음엔 실수인가 했으나 에피소드가 더해갈수록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이런 어설픈 요소들마저 의도적으로 넣어 관객들의 헛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 보면 조금씩 제작진들이 배치한 웃음 코드에 적응되어 간다.

미국 할리우드 문화는 사실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 익숙하게 젖어 들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깊이 들어가도 문화를 배우는 데 어려움이 없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워서 비록 잘 들리지는 않아도 언어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편이라는 점도 미국 드라마가 쉽게 다가오는 이유가 된다.

작품성이 뛰어나다거나, 반복해서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2020년을 사는 가장 트렌디한 코미디이고 지금의 코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학습 도구로 손색이 없다.

한국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는 1990년대에 ‘프렌즈’, 2000년대에 ‘섹스 앤 더 시티’, 2010년대에 ‘빅뱅 이론’을 거치며 미국식 코미디에 길들어 왔다.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흑인 인권 운동 등이 최근에 중요한 사회 이슈가 되면서 미국 코미디들도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고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가벼운 터치감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면서 지금의 미국 문화가 지향하는 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만큼 아직 국내 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미국 특유의 B급 감성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추천할 만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에는 가끔 이런 팝콘 무비가 활력이 되기도 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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