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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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신강
  • 승인 2020.12.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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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볼까?] 넷플릭스 - 콜

단편 전문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2020년 12월 06일] - 내년 4월에 열릴 제 93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는 오랜 숙원인 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 일단 어느 때보다 전망은 밝다. 코로나19가 덮친 극장가는 수많은 대작들이 제작 또는 개봉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이 실상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극장 개봉을 미루다 못해 넷플릭스 공개로 선회하는 경우가 어느 때보다 늘었고 작품상으로 넷플릭스와 견줄 만한 영화가 전멸하다시피 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2019년 91회 시상식 당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손꼽혔으나 ‘그린 북’에 무릎을 꿇었고, 지난 2월 제 92회 시상식에서는 무려 24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우며 막강한 위상을 과시하며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를 작품상 후보에 올렸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주인공은 ‘기생충’이었다.

올해 넷플릭스가 주요 영화제를 독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코로나19가 핵심이다. 넷플릭스로 볼 수 없었을, 또는 보더라도 아주 나중에 볼 수 있었을 작품들이 넷플릭스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사정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의 투자로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게 하겠다고 선언했던 2017년만 해도 이는 파격이었다.

하지만 2019년 ‘킹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올해는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이런 작품은 애초부터 넷플릭스의 기획과 투자가 있었다는 점에서 코로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 넷플릭스로 배급을 바꾼 국내 최초의 사례다.

2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그 유명한 ‘대구 신천지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며 국내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손익분기점 310만 명을 모을 가능성이 거의 사라지자 제작사 측에서 먼저 넷플릭스에 제안했다. 넷플릭스는 총 제작비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사냥의 시간의 저작권을 사 갔고, 190여 개국에 공개했다. 배우들은 러닝 개런티 등을 포기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한 셈이 됐다.

넷플릭스가 개봉 영화들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개돼 현재 넷플릭스 코리아 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콜’도 사냥의 시간과 동일한 사례다. 3월 개봉을 준비하고 발표회까지 대대적으로 가졌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차일피일 개봉이 미뤄지다 넷플릭스로 돌아섰다.

단편 전문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콜은 단편영화 ‘몸값’으로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상속자들’, ‘피노키오’, ‘#살아있다’ 등에 출연했고 한류스타의 위치에 올라있는 박신혜,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전종서 두 배우가 주연으로 나섰다.

2019년. 서연(박신혜 분)은 집에 있던 낡은 전화기를 연결했다가 우연히 영숙(전종서 분)이라는 여자와 통화를 하게 된다. 영숙의 시점은 20년 전인 1999년. 두 사람은 같은 장소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두고 친분을 쌓아간다. 영숙은 20년 전 사고로 죽은 서연의 아빠를 살려주고, 서연은 영숙의 위기를 막아준다. 그 이후 주변 사람과 상황들이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다.

이미 수많은 후기가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지만 주로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는데, 주로 확실한 몰입감과 폭발적인 전개 속도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간 속을 거스르며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생각할 틈도 없이 흘러간다. 이 작품이 공포물로서 그 역할을 하는 큰 줄기에는 숨막히는 속도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이토록 화제가 될 수 있고, 독창적인 서스펜스를 형성하는 데는 배우 전종서의 ‘미친 장악력’이 핵심이다. 전작인 ‘버닝’에서도 음산하고 크리피한 정서를 표현해낸 이 배우는 콜에서 그 잠재력을 그야말로 폭발시켰다. 자유롭고 통제받지 않은 영혼의 영숙은 전종서 그 자체가 아닌가 싶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근래에 외화를 통틀어 이 정도로 몰입감 높은 공포 연기는 본 적이 없다.

영숙이 스크린에서 춤을 추는 탓일까.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주, 조연을 맡았지만 죄다 소모품으로 쓰이는 듯한 인상은 아쉬움을 준다. 박신혜 배우가 투톱 배우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는 하나, 구도 상 일방적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고 그 무력감이 영화로도 전해진다. 이는 그녀의 연기력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시연이라는 역할이 갖는 운신의 폭이 좁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기존의 박신혜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 외에 오정세, 이엘, 이동휘 등은 사실상 특별출연이나 다름없는 정도에 그친다. 이 배우들을 위한 롤을 더 주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우정출연이 아니라면 그 역할들을 맡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완벽에 가까운 디테일한 시대 표현력 압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속도감과 몰입감, 전종서 배우의 연기를 칭찬하고 있지만 또 하나의 흥미로운 요소는 완벽에 가까운 디테일한 시대 표현력이다. 1999년이 어느덧 20년이나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재현해내기 쉬운 시기는 결코 아니다. 2020년보다는 촌스럽겠지만 그래도 밀레니엄을 앞두고 발전한 대한민국을 아예 예스럽게 표현하기도 어렵다.

감독이 배경을 전남 보성으로 삼은 이유도 시대적인 대조를 더 강조해 보여주기 용이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촌스러운 마을과 버스, 도로 등은 1980년대라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대신 연출팀은 영숙의 복장, 취향, 기계 등으로 90년대 말을 영민하게 표현해낸다.

96년에 일시적으로 은퇴한 서태지의 복장을 입은 영숙이나, 서태지와 관련한 책받침, 스티커 등을 디테일하게 재연해 당대 여고생의 정서를 세밀히 표현했다. 관객들에게는 반가움과 생경함을 동시에 주고, 시대와 시대가 만나되 만나지 않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올해 3월 셧다운에 가깝게 들어갔던 극장가의 사정은 12월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 관객들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에서 새로운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에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다. 넷플릭스의 신작이 이렇게 화제가 되는 것은 작년까지는 없던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콜은 8개월 늦게, 그들이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공개됐지만 성공적인 선택을 한 셈이 되고 있다.

물론 영화의 특성상 넓은 화면과 큰 사운드로 감상할 때 그 맛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크린의 크기는 각 가정의 여건에 따라 한계가 있을 테니, 가능하면 헤드폰을 착용하고 관람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콜은 시각적인 공포감보다는 청각적인 공포감을 극도로 끌어올린 영화다. 제작진 역시 사운드의 조율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숨기지 않는다.

여타 다른 호러물에 비하면 잔인한 장면도 적고, 흔한 귀신도 없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공포 맛집’ 평가를 받는 것은 속도감 속에 선사하는 청각적인 자극이다. 깜짝 놀래는 유치한 방식이 아니라 소리의 흐름을 공포감의 흐름으로 전달할 줄 아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공포물에 내성이 있는 관객들도 신선하게 느낄 요소가 많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 상업영화에 청량한 자극 하나가 던져진 듯 하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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