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래치드
[NETFLIX] 래치드
  • 김신강
  • 승인 2020.10.23 2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에 뭐볼까?] 넷플릭스 - 래치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스펜스 호러 시리즈




[2020년 10월 23일] -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내려갔지만 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는 18일을 기점으로 4천만 명을 넘었고 누적 사망자는 111만 5천 명을 넘어섰다. 국내 역시 감소 추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2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61.8명에 달한다. 클럽, 대형학원, 뷔페 등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던 영업장들도 다시 문을 열었지만, 근본적인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비록 코로나19 확진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완치 판정을 받기는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다양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대형 전염병이 유행할 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일, 학업 등 필수 활동 외에 야외 여가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는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영화 관람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에 대한 여파로 올해 한국 영화산업 매출이 작년보다 최대 70% 급감하고, 2만 명 이상의 고용불안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제작 단계에서 연기, 중단, 축소된 영화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가 26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좌석별 요금제는 폐지되고, 2D 영화 기준으로 주중은 1만 2천 원, 주말은 1만 3천 원으로 인상된다. CGV 측은 극장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역비 등 추가 비용 부담이 커져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여론은 안 좋다. 인상 폭이 작지 않은 데다가 가뜩이나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식으로 올랐던 가격이 세상이 정상화됐을 때 다시 내린 역사가 없다는 점도 꼼수 인상이라는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과거 BBQ가 배달비를 받겠다고 했을 때 불매운동이 일어났다가 지금은 모든 배달비가 상식처럼 여겨지는 한국 사회를 고려하면 아마도 CJ는 ‘이러다가 말겠지!’ 하는 마음이 클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는 영화산업에 대한 불만이나 불편 때문이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형성된 것이고, 또 이 특수 상황은 이미 너무 오래돼서 사람들이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데 극장들의 진짜 위기가 있다. 여행은 대체재가 없지만, 극장은 대체재가 많다.

이번 멀티플렉스의 가격 인상은 가뜩이나 황금기를 맞고 있는 넷플릭스 등 OTT 산업들의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는 3/4분기 들면서 다양한 신작들을 그야말로 ‘쏟아내고’ 있다. HBO, 디즈니 플러스 등 그야말로 공룡 같은 경쟁자들이 연일 생겨나지만, OTT ‘원조’답게 자본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신작 행보로 이겨내고 있다. 초기 눈에 띄지 않았던 한국 작품들의 라이센싱, 자체 제작도 대폭 늘리며 유튜브와 더불어 한국 미디어를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신작 ‘래치드’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등 미국식 호러물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감독이나 제작자 라이언 머피가 넷플릭스와 계약하고 처음으로 내놓은 신작이다. 그는 미국 인기 드라마 중 하나인 ‘글리’의 각본을 맡기도 해 틴에이저 등 젊은 세대의 감각을 잘 이해하고 이를 자기 색깔로 녹인 공포물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의 히로인 중 하나이자,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로 에미상 여우주연상,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에 빛나고, ‘버드 박스’, ‘오션스8’, ‘캐롤’ 등 선 굵은 작품에서 주·조연을 맡은 사라 폴슨이 주연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는 래치드에서 제작에도 참여해 작품에 대한 열의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역대 가장 큰 히트를 기록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미란다’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시아 닉슨이 주지사의 비서이자 래치드와 애정 전선을 타는 그웬돌린 역으로 출연하다. 섹스 앤 더 시티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그다지 큰 존재감을 남기지 못했던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미란다’와는 전혀 다른 진지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낸다.

또 하나의 우리나라 팬들이 반가워할 인물은 샤론 스톤이다. 언제적 ‘원초적 본능’인가 싶지만 ‘캐서린’ 역은 그만큼 영원한 섹스 심볼로 영화 팬들에게 각인돼 있다. 이미 환갑을 훌쩍 넘은 샤론 스톤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아들의 복수를 꿈꾸는 부유한 상속녀 역할을 맡아 예의 그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8부작으로 구성된 래치드는 제작 전부터 이미 시즌 2가 확정되어 있을 정도로 넷플릭스의 전적인 지원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다. 배우들의 면모, 제작진의 명성만으로도 ‘필감(필히 감상)’ 리스트에 넣어야 마땅한 작품인 것은 사실이다. 그린 컬러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작품 특유의 공포스런 정서를 담아내는 색감 표현도 일품이다.

1947년, 실험적인 정신병원에 새롭게 들어오게 된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간호사 밀드러드 래치드의 이야기다. 소설에서의 주인공 패트릭(영화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해 명작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과 대립하는 악당 간호사 래치드는 ‘어떻게 그 병원에 오게 됐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신부 4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에드먼드가 갇혀있는 정신병원. 래치드는 실은 에드먼드의 누나다. 신분을 숨기고 동생을 돕기 위해 간호사로 취직해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눈물도 흘리고 열정도 있지만, 사람의 죽음 앞에서 소름 돋는 침착함을 보여준다. 타인의 약점을 철저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행태에서 사이코패스 내지 소시오패스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라이언 머피 작품에 필수적인 코드로 늘 들어가는 ‘동성애’ 코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좀 아쉽다. 뜬금없고 억지스러운 감이 많기 때문이다. 시대 특성상 동성애를 병으로 치부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아 무리한 치료가 감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머피 특유의 스토리텔링이지만, 래치드와 그웬돌린이 ‘썸’을 타는 모습은 작품의 전체적인 결과 너무 따로 놀고, 머피가 넷플릭스를 지나치게 의식해 ‘요즘 생각’을 집어넣으려 무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들게 한다.

에피소드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늘어지는 감이 있고,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흐려지는 부분도 아쉽다. 물론 라이언 머피의 전작들을 봐도 ‘논리적 개연성’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기존 작품들은 그런 아쉬움을 속도감과 몰입감으로 풀어왔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제작 여건을 확보했다는 안도였을까. 지나치게 여유롭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도 IMDB 7.5, 로튼토마토 70%의 평가를 받아 어느 정도 ‘볼 만하다’는 객관적 평가는 받아냈다. 상대적으로 허술한 스토리에 비해 대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측면이 있다. 특히 시즌 초반 드론을 아낌없이 써가며 ‘루시아’ 지역의 전경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스릴러 작품이라는 것을 잊게 하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아메리칸’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속도감이나 몰입감은 없지만 2020년에 맞는 세련된 감각을 약 80년 전 모습에 적용해 유니크한 색깔을 만들어냈다. 병원의 전경과 고급스러운 소품, 의상들은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