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신세계-네이버 연합군, 옥션과 지마켓 눈독 … 쿠팡 재끼고 2위로
[이슈+] 신세계-네이버 연합군, 옥션과 지마켓 눈독 … 쿠팡 재끼고 2위로
  • 김신강
  • 승인 2021.06.17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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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7일] -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뛰어넘는 것을 넘어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한 변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일상이 찾아오면서 생활 속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난 변화 중 한 가지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의 성격이 확연히 나뉜다.

오프라인 쇼핑은 하나의 오락이고, 온라인 쇼핑은 필요를 채우는 목적이기에 두 공간은 상호 보완적이었고, 공존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눈으로 보지 않고는 절대 사면 안 된다고 여기던 육류, 과일부터 시작해 의류, 향수, 커피 등 오프라인의 명확한 우위가 있는 제품은 물론, 줄 서서 먹던 맛집조차 이제는 가정 앞으로 배달된다.

생활의 모든 영역을 온라인이 지배하는 시대다. 미국에 상장한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전 세대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쇼핑 앱으로 자리매김했고, 네이버는 저렴한 판매 수수료와 시장 지배적 지위, 네이버 플러스 회원제를 앞세워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대형 시장이 됐다. 쿠팡과 네이버 모두 각각 쿠페이,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를 수단으로 손가락 하나로 결제를 끝내는 간편함까지 더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오픈마켓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1세대 이커머스 업체, 이베이다. 아이템위너 기능을 바탕으로 싼 제품을 먼저 노출하는 쿠팡의 직관성, 가격 비교를 쉽게 해줘서 합리적인 쇼핑을 돕는 네이버의 편의성 앞에 수많은 판매자가 저마다의 가격을 가지고 어지럽게 늘어선 오픈마켓은 탈 엑소더스 행렬에 가속이 붙으며 급기야 적색등이 켜졌다.

# 시장 지배 공룡, 이베이코리아 돈 될 때 매각


한 때 60% 이상의 점유율을 넘는 독보적인 시장 지배자였던 이베이코리아는 한국에서 16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유일무이한 곳이다. 지금도 적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본사 측이 이베이 한국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이유는 12%까지 떨어진 점유율과 쿠팡, 네이버에 비해 뚜렷한 우위 요소를 찾지 못해 전망이 밝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 크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고,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베이는 네이버, 쿠팡과 함께 온라인 쇼핑 시장의 ‘빅3’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약 5조 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매각해 주주를 보호하고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롯데와 신세계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16일 이베이 본사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자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를 확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뜻밖의 이름이 나왔다. 바로 네이버다.

신세계는 지난 7일 이베이코리아 인수 본입찰에 참여했는데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맺고 공동투자를 합의했다. 신세계, 네이버 연합군은 이베이가 기대한 5조 원에 훨씬 못 미치는 3조 원대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대 경쟁자였던 롯데는 이에도 미치지 못했고, 당초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는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줄줄이 포기하면서 최종적으로 신세계 품에 안길 가능성이 유력하다.

신세계가 최종적으로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게 되면, 점유율만으로 쿠팡을 제치고 단숨에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으로 부상한다. 이베이코리아의 2020년 거래액이 약 20조 원인데, 신세계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과 합산하면 24조 원에 달해 22조 원의 쿠팡보다 많아진다. 이미 30조 원으로 확고한 1위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 역시 지분 참여 형식으로 이베이 인수를 함께했기 때문에 네이버의 지배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 오프라인 강자의 온라인 시장 눈독, 효과는?


다만 이베이와 SSG닷컴의 합병이 얼마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세계는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강자다. 코엑스를 비롯한 주요 요지에 스타필드라는 초대형 쇼핑몰을 건설해 주말 가족의 놀이터 역할을 이행하고 있으며, 코스트코의 유일한 대항마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성공적으로 런칭해 자리 잡았다.

반면 SSG닷컴은 2조 원에 불과한 거래액으로 상대적인 규모가 작고, 사이트에 들어가도 같은 제품이 신세계몰,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로 쪼개져서 팔리는 등 온라인 고객에게는 복잡하게 느껴지는 단점이 적지 않다. 면도기, 정장, 골프 용품 등 남성이 선호하는 제품을 사려면 신세계백화점 메뉴도 들어가야 하고 하우디 메뉴도 들어가서 비교해봐야 한다. 통상 쿠팡과 네이버와 비교해 UI, UX가 복잡하다고 느껴지는 두 플랫폼이 손을 잡은 셈이다.

신세계가 이베이의 주인이 되더라도, 이베이의 온라인 경험이 신세계보다는 훨씬 풍부한 것도 현실이다. 인수 후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의 운영에 어떤 식으로 개입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의 역할도 중요하다.

당장은 고객 입장에서 옥션, 지마켓이 피부로 확 와닿는 변화는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 역시 상호 간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이베이코리아의 운영 방식을 당분간 존중하며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지, 백지장도 맞들면 나아서 쿠팡과 네이버의 아쉬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신선함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래저래 롯데는 향후 존재감이 더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11번가마저도 아마존과 협력해 판을 키우고 있는데 이베이마저 신세계에 내주게 됐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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