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거래피해 줄어들까? 플랫폼 책임 강화
중고나라 거래피해 줄어들까? 플랫폼 책임 강화
  • 위클리포스트
  • 승인 2021.03.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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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07일] -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 피해 구제 의무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전상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그간 중개 유통 플랫폼으로의 위상을 높여 판매자에게도, 어쩌면 소비자에게도 갑으로 군림하던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위에 맞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그동안 온라인 사업자는 통신판매업자, 통신판매중개업자, 사이버몰 운영자 등 개념이 겹치거나 유사한 용어들이 난립해온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경험이 축적되고 역할이 어느 정도 뚜렷해진 시대에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자체 인터넷 사이트 사업자 세 가지로 재정의했다.

쉽게 말해 쿠팡, 네이버와 쿠팡, 네이버에 입점해 판매하는 사업자의 개념을 명확하게 둘로 나누고, 자사 몰을 통해 직접 판매하는 사업자를 따로 분류하는 것이다. 법은 철저하게 소비자 보호의 ‘방식’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온라인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소비자가 물건을 사고 판매자가 잠적하거나 배송을 미루거나, 환불해주지 않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 사업자는 ‘중개자 고지 면책’ 제도를 통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이 소비자의 안 좋은 리뷰가 쌓이거나 배송 시일이 오래 걸리면 벌점을 매기거나 순위에서 불이익을 줘서 판매자가 자발적으로 고객 중심의 판매활동을 하도록 유도해 왔다.

좋은 리뷰가 쌓이고 검색 순위 상단에 올라가야 판매량이 올라가는 대다수의 판매자는 플랫폼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한다. 그러나 진짜 피해는 의도적으로 있지도 않은 물건을 파는 등의 악의적 판매자들에게서 발생한다. 실질적인 고객의 피해에 대해서 플랫폼은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라는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책적으로 고객 보호를 추구하지만, 절대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자세다.

공정위는 플랫폼을 믿고 소비자가 구매하는 만큼 판매자와 공동 책임을 지라고 했다. 플랫폼이 진행하는 기획전 상품에서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그 기획전에 대한 신뢰로 제품을 사는데 판매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법은 기존 쿠팡, 네이버 등 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뿐만 아니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음식 배달을 중개하는 플랫폼에도 적용됐다. 물론 거래 과정에서 ‘플랫폼의 책임이 확인된다면’이라는 다소 막연한 전제가 붙어 있지만, 소비자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주업체에 대해 선택적으로 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급성장한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에도 책임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개인 간 거래 플랫폼으로 오랜 시간 군림해 온 중고나라는 거래 사기 문제가 정말 심각했다. 당근마켓 역시 직거래를 권고하는 플랫폼이지만 택배 거래에서 사기 문제가 빈번히 발생해 왔다.


중고나라는 판매자가 사기 이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거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쿠팡이나 네이버처럼 책임에서 사실상 면제돼왔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뿐만 아니라 중고거래 커뮤니티 등을 통한 개인 간 거래도 분쟁이 발생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 신원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였던 거래 사기 문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든다.

플랫폼들은 일제히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소상공인들의 수수료가 올라갈 것이라는 ‘협박’에 가까운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여론은 당연한 것이 이제야 된다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물론 플랫폼들이 자체 고객센터나 물류센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자사몰들이 하기 어려운 사용성 개선 등 기여한 바도 크지만, 그에 따른 힘도 강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시대에 맞는 규제일 수 있다.

물론 판매자는 플랫폼의 책임이 커진 것이 마냥 유리할 것 같지는 않다.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요구하는 사항들이 많아질 수 있고, 소비자에게 책임을 연대했을 때 판매자에게 어떤 불이익을 뒤에서 가할지 알 수 없다. 공정위는 기본적으로 약자 보호를 겨냥하는 곳이다. 입법 예고 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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