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피땀으로 이뤄낸 쿠팡 상장 … 1천억 개평, 왜?
노동자 피땀으로 이뤄낸 쿠팡 상장 … 1천억 개평, 왜?
  • 김현동
  • 승인 2021.02.15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02월 15일] - 돌이켜보면 현 모습은 겉으로 봐서는 그야말로 성공한 스타트업의 희극이지만 가려진 이면은 노동자의 피땀으로 구축한 비극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 숫자만 총 6명이다. 물론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지난 20년 10월 12일 자택에서 숨진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 소속 노동자는 약 1년 4개월 동안 일 단위로 근로 계약을 체결하며 근무했다. 사건이 터지던 밤에도 하루 8~9.5시간 동안 밤을 새우는 심야 노동에 임했다. 유족은 쿠팡의 시간당 생산량(UPH) 측정 시스템에 따라 강도 높은 노동이 계속됐고, 고인은 근무하던 총 기간 몸무게가 15kg 줄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물론 이에 대해 회사는 유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시간당 생산량도 적용하지 않았음을 반박했다. 이렇듯 첨예한 논쟁에 마침표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으로 찍혔다. 쿠팡은 공단의 결정을 존중하며 유가족 지원에 임하겠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그간 산재가 아니라는 자세로 임하던 회사가 처음으로 굽힌 형국이다.

다 해결된 것 같았음에도 여론은 여전히 차갑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했던지 동시에 상장에 유리한 여론 형성이 필요했던지 쿠팡은 IPO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증시 상장 계획을 공식화하며, 논란 잠재우기에 돌입했다. 쿠팡 직원에게 1천억 규모의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계획이다. 1인당 200만 원 상당으로, 쿠팡은 "이들 직원이 회사의 근간이자 성공의 이유"라고 포장했다.

이렇게 공들여서 달랠 정도로 노동자는 쿠팡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실제 미 당국에 제출한 신고서에 쿠팡 플랫폼을 근간으로 노동력을 제공해온 ▲쿠팡플렉스 ▲쿠팡이츠 노동자를 잠재적 위험요소로 분류됐다. 여기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엄연히 쿠팡 조건에 맞춰 노동력을 제공해온 노동자라는 점에서 묵시적인 계약이 이뤄진 노동자라는 것. 이와 반대로 자유의사에 따라 노동력을 임의로 제공하는 독립계약자(자영업자)라는 상반된 시선이다.

한국보다는 미국, 분명 더 나은 점이 있어서 일건대?

업계는 3가지를 언급한다. △쿠팡엘엘씨가 미국 회사라는 점 △계속된 누적 적자 △차등의결권 확보 라는 조건이다. 미국 회사이니 미국에 상장을 공모하는 건 딱히 이견은 없다. 하지만 두 번째 항목은 좀 다르다. 창업 후 11년째 내리 적자라는 건 일반 회사라면 경영을 이어가기 힘든 구도인 데다가 적자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현 분위기다. 그런데도 쿠팡은 계속 몸집을 불리는 데 집중했다. 애초에 한국 시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마지막은 두 번째의 연장선이다. 사실상 경영권 방어를 보장하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출범시킨 형태다. 쿠팡은 투자와 투자를 거듭해 유지되온 회사인 만큼 대표의 지분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곧 상장과 동시에 내쫓길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지만, 미국에서 의결권을 보장받는 상장을 꾀한다면 경영권 방어는 물론이거니와 회사가 다시 수중에 들어온다. 업계 추산 김범석 대표는 손 회장과의 협의를 통해 약 29배에 달하는 차등의결권을 확보했다. 아무리 지분이 적어도 경영권 방어는 떼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그리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재무 지표만 보면 쿠팡은 누가 봐도 위험한 회사다.

이를 어떻게 시장에 설득시키냐가 관건이다. 물론 쿠팡의 시나리오를 예측하면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사업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발생한 손실이기에 시간이 걸릴 뿐 회복은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몰아갈 가능성에 집중됐다. 실제 돌아간 정황도 이를 뒷받침했다. 쿠팡은 창업 초기부터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를 지어 유통 우위를 확정했고, 오늘날 쿠팡 로켓배송이라는 형태는 당일 배송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뒤이어 출범한 서비스도 비슷한 형태다.

그리고 남은 한가지 상장 후 한국 시장에 돌아올 헤택이다. 결정적으로 미국 회사가 미국에 상장해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한국이 누릴 이득은 없다. 시발 자금 100%가 외국 자본인데 다가 수혈받은 것 또한 외국 자본 일색이기에 쿠팡 처지에서는 애초에 한국은 기반 삼아 테스트배드로 활용하되 종국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그림이 그들로서는 득이 되는 결과다.

단 예외가 있다면 회사가 밝힌 자발적인 주식 부여다. 배송직원(쿠팡친구) 등 현장 인원을 포함해 직원 1인당 200만 원 상당의 주식(양도제한조건부)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내용이다. 예상되는 총액만 1,000억 원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해 약 5만 명이 혜택을 누리게 된다. 사실상 미증시 상장으로 한국에 떨어지는 유일한 콩고물인 셈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