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택배노조 파업 장기화, 쇼핑몰 사업자 속앓이
[이슈+] 택배노조 파업 장기화, 쇼핑몰 사업자 속앓이
  • 김신강
  • 승인 2021.06.15 0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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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5일] - 서울 마포구에서 마스크 업체를 운영하는 최지원(가칭) 대표는 로젠택배를 계약사로 두고 있다. 최근 부산,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배송 지연 또는 거부가 발생하자 문제가 발생한 배송 건은 직접 우체국으로 가져가 따로 일반 요금을 내고 택배를 보내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출고한 물건이 목적지인 전주까지 들어갔다가 대리점의 거부로 5일이나 지나 사무실로 되돌아왔다”며, “고객이 연락해 항의할 때까지 택배사는 어떠한 고지도 없었는데, 판매자와 소비자 간에 깨진 신뢰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비슷한 사연이 최근 온라인 쇼핑몰 창업 카페에 부쩍 증가했다. 서로 의견을 논하지만, 딱히 해결책도 없다. 주문받은 물건을 제때 배송해야 하지만 계약된 배송 사가 파업 중이라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하고 이마저도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만약 물량이 많다면 이 또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 택배회사, 사회적 합의 이행에 소극적 행보


지난 1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그 주원인으로 지목된 택배 분류작업을 택배회사의 책임으로 명확히 하고, 이 분류작업에 택배 기사가 동원될 경우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룬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요’에 불과하고 결국은 실행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달 8일 택배 노사는 다시 만났고, 실제로 이 합의를 이행하는 시점을 두고 토론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한 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11일부터 택배노조는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택배노조에 소속된 우체국 택배 노동자가 14일 여의도 우체국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심지어 기습 점거였기 때문에 엄연히 불법 집회가 됐고, 해산명령을 내린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오는 15일에는 지방에 소속된 노조원도 서울에 합류해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층 더 거친 분위기가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택배대리점 연합회도 17일부터 업무 중단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리점은 택배기사와 택배사 사이에 있는 개인사업자다. 사실상 사측 입장이다. 이들은 택배 노조의 총파업에 분명히 반대하면서도 택배사의 분류 인력 투입 시기도 명확히 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실질적인 피해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대리점마저 합류한다면 대란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질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다. 1순위는 이용자다. 주문한 물건이 특별한 통보 없이 차일피일 미뤄지거나 아예 도착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발생하는 피해다. 파업과 무관한 쿠팡 로켓배송이 뜻밖의 수혜자가 됐다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2순위는 온라인 쇼핑 판매자다. 물건을 정상적으로 출고했음에도 배송지연이 발생하고 뒤따르는 항의는 고스란히 판매자가 감당할 몫이다. 실제 온라인 쇼핑 판매자가 가장 힘든 점으로 절반 이상이 C/S 업무를 꼽는다.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는 주문관리, 배송관리는 체계가 잡히면 예측이 가능하다. 물량이 많으면 몸이 힘들고, 물량이 적으면 마음이 힘든 모습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객 항의는 업무 흐름을 깰뿐더러, 감정 노동의 영역이기에 일반 업무보다 훨씬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최근 전화 상담을 하면 사전에 상담자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 것에 대한 안내 코멘트가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 판매자 상대 분풀이에 나선 고객, 이해는 가지만


고객이 판매자에게 화를 내는 경우는 보통 2가지다. 품질, 그리고 배송 지연이다. 품질은 오롯이 판매자 책임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할 수 있지만, 배송 지연은 손을 떠난 문제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해결 방안이 없다. 이 같은 내용을 모르기에 상당수는 택배사보다 구매한 판매처에 연락해 다짜고짜 따지고 본다.

택배 노동자의 비극적인 죽음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심각한 문제다. 동시에 파업 역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큰 또 하나의 비극이다. 그렇다고 권리를 찾겠다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현 실정은 그들 조직의 단체 행동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해결책은 나와 있다. 택배사가 이미 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를 최대한 조기에 이행하는 것. 택배 노조 강경 대응보다는 한발 물러나 합당한 유예 기간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은 삶의 중심이 된 이 시기에 발생한 파업이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양측 모두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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