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다른 애즈락(ASROCK) 고정관념을 깨다
떡잎부터 다른 애즈락(ASROCK) 고정관념을 깨다
  • 김현동
  • 승인 2023.03.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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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 PC는 코로나 시기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한때는 모바일과 노트북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사양 산업 취급을 받기도 했던 PC가 기사회생했다. 코로나 기간 업무도, 여가 활동도 모두 PC를 통해야 하는 일상이 지속되었고 고성능 PC에 대한 수요는 때아닌 호황기를 누린다. 물론 일상이 회복되면 PC 산업도 분명히 일정 부분 내리막 길이 예고된 수순이다.

그럼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게이밍 분야다.

고성능 게임용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경기와 상관없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상관없이 더 뛰어난 성능에 대한 욕구는 게이머의 본능과 같은 성역이다.

특히 게이밍 기어라는 카테고리는 팬데믹을 거치며 뜨거운 레드 오션으로 급부상했다. 에이수스, MSI, 기가바이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저마다 방향성에 ‘게이밍’을 첨가해 신제품을 전진 배치하는 이유다.

이 중 한결같이 색다른 인상을 남기며 주목받는 브랜드가 단 하나 있다. 애즈락이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지만 시작부터 독특한 행보가 유독 튀던 브랜드다. 애즈락 Z790은 세가와 공식 라이선스를 체결할 정도로 게이밍 업계와 보폭을 같이 했다. 세가의 대표 게임은 소닉과의 여러 차례 협업을 진행해 왔고 인텔 700/600 시리즈에서는 최대 192GB까지 메모리 용량을 지원하는 등 독창적이지만 실용적인 방향을 지향한다.

# 고부가가치 산업 전략적으로 육성한 국가


그렇다면 메인보드 회사가 유독 대만에 많은 이유, 대만이 메인보드를 잘 만드는 이유가 뭘까? 지난 1980년대 초 작은 국토 면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발굴에 힘썼던 대만 정부는 당시 생소한 IT 분야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집중 육성하기에 이른다.

PC의 핵심이자 근간이 되는 메인보드 브랜드가 급격히 증가된 배경이다.


▲ 지난 2002년 출발해 2007년 상장한 애즈락. 시장 목소리에 보폭을 맞추기에 다소 느리지만 만족을 높이는 전략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그중 애즈락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에이수스(ASUS) 자회사로 다소 늦은 2002년에 출범한다. 게다가 초반에는 언급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 할 정도였다. 고급 브랜드로 성장하던 에이수스 산하 브랜드라는 꼬리표가 달릴수 없던 이유가 있다.

에이수스가 신뢰를 높이는 방향을 중점으로 제품을 내놨다면, 애즈락은 상반되는 구도다. 실험적인 제품 위주 라인업을 전략적으로 가져간다. 남들이 쉽게 접근하지 않았던 시장이기에 실패했을 때 불똥이 될 가능성도 무시 못하기에 이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나름의 복안이다.

그렇다 보니 지극히 합리적인 가격대 제품을 유독 선호하는 수요층을 집중 공략하고자 중저가 포지션 제품군 위주로 라인업을 완성했다. 사실상 에이수스가 신경쓰지 않는 시장을 주력 무대 삼은 셈이다. 어디까지나 과거지사다.


▲ 2002년 첫 출시 애즈락 베스트 셀러 K7VT2 메인보드, 전설의 시작이다.


▲ 2004년 출시된 K7Upgrade-880 메인보드, 462소켓에서 754로 업그레이드를 지원해 시장에서 이슈가 되었다.


▲ 2006년 출시된 939Dual-VSTA 메인보드, PCIe와 AGP 소켓을 동시 지원해 구형 그래카드 사용자의 업그레이드 부담을 덜었다.


▲ 2007년 출시된 4CoreDual-SATA2 메인보드, DDR/DDR2 메모리, AGP8X/PCIe 슬롯을 동시에 제공한 메인보드. 이 제품을 계기로 애즈락 연구소라는 애칭이 각인된다.

거기에 특정 포인트를 강조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이슈를 몰아갔다. 타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던(비용 상승과 난이도 문제) 확장성 또는 기능 같은 차별화 요소다. 같은 시기(2000년 대 초) 저렴한 라인업을 앞세워 사세를 키우던 ECS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항마 성격도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온 애즈락은 2007년 타이완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분사했고, 오늘날 중저가 브랜드 외의 시장까지 넘보는 점유율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위에서 나열한 제품은 일부에 불과하다. UCC(Unlock CPU Core) 기능을 구현하여 오버클럭 편의를 높였으며, 칩셋의 한계를 넘어선 시피유 지원 등 '그게 돼?'라는 말이 나올 만한 제품을 무수히 선보였다. 모든 메인보드 브랜드를 통틀어 애즈락만이 가능한 시도였다.

출발은 에이수스의 서브 브랜드였지만 결국 영향력을 넘어서 자생했고, 일본에서는 오히려 대등한 수준으로 안착한다. 실제 지난 2021년 애즈락은 10년 만에 총 점유율에서 에이수스의 그늘을 벗어났다는 BCN 랭킹 보고서가 등장해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미니PC(베어본) 점유율은 부동의 1위, 메인보드는 2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날고 기는 MSI와 기가바이트 등의 브랜드는 훨씬 이전에 뛰어넘은 상황. 시장 규모 측면에서 일본이 한국 대비 3배 이상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1위와 2위의 싸움이다.


▲ 일본 BCN 2022 어워드에서 베어본은 부동의 1위, 메인보드는 2위 점유율로 존재감을 드러낸 ASROCK. 한국보다 3배 이상 큰 PC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BCN 순위 수치는 일본 PC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소매업체 및 온라인 상점의 실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다. 한국으로 치면 용산과 하이마트, 이마트, 전자랜드라 보면 된다. 따라서 적어도 일본에서 에이수스는 더 이상 대단한 브랜드가 아니다.

# 그렇다면 애즈락은 왜 이렇게 저렴한 것인가?


물론 애즈락이 풀어야 할 매듭은 아직도 견고하다. 국내외를 막론한 주요 커뮤니티에서 목격되는 주요 피드백 상당수에 ‘성능에 비해 저렴하다’, ‘저평가되었다’는 지적이 다분하다. 심지어 왜 에즈락은 싼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질문도 많다.

이에 대한 답변 역시 대체로 다음과 같다.

애초에 에이수스는 프리미엄을, 애즈락은 대중을 겨냥해 브랜딩 설계를 했기 때문이지 실제 제품의 성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중론이다. 최근의 애즈락은 오히려 에이수스는 물론 다른 브랜드보다 발빠르게 최신 기능을 도입하고,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확실히 시장 흐름을 주도해 가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애즈락은 시장 영역을 차츰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애즈락 활동이 눈에 띄지 않았던 건 보수적으로 움직여온 기존 유통사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꼽히는 대원씨티에스와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한국 시장에서의 지적되던 서비스와 제품 라인업 확보 라는 둘 모두의 강화를 천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더 보기
애즈락 20주년, 디스티 대원시티에스 합류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4193

덕분에 에즈원, 디앤디컴 그리고 대원씨티에스 라는 3개 유통 3사를 통해 애즈락 제품이 한국 시장에 상륙하게 된 셈이다. 해외 시장에서 군침을 흘리게 했던 아이템을 만나볼 가능성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아울러 서비스 정책 또한 대원시티에서는 기존 유통사가 고수하던 위탁을 단호히 거부하고 직영 정책을 선언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애즈락이 남다른 이유는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았다. 결정적으로 사용자 중심의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애즈락은 전체 구성원 중 80%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급변하는 메인보드 시장에서 기술과 트렌드를 선도하고자 한다면 기술은 핵심 중에 핵심이다. 한때 에즈락 연구소라 불렸던 이유와도 무관치 않다.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 브랜드
▲상식 탈피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
▲철저하게 나눈 제품 특성 반영
▲오버클럭은 단지 옵션, 균형에 초점

등 애즈락은 특정 브랜드를 유독 선호했던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면면이 다분하다. 그렇기에 애즈락은 마니아 층이 두터운 브랜드 였기도 했다.


▲ 좌즉사진. 애즈락 TAICHT X670E 메인보드는 AMD R9 7950X3D 시피유 엠바고 당시 AMD가 벤치마킹 추천 메인보드로 기자단에게 안내한 바 있다. 우측사진. 애즈락 X670E PG LIGHTNING 제품이다. 두 제품은 대원씨티에스가 유통한다.

◆관련기사 더 보기
[써보니] ASRock X670E PG Lightning 대원씨티에스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4026

CD를 완전히 버리고 자동 네트워크로 구동하는 ADI(Auto Driver Installer) 기능, 다른 부품보다 수명이 20% 긴 니치콘 12K 블랙 커패시터, 도금을 두껍게 하여 항산화 능력을 향상한 PCIe와 DIMM 슬롯, 각종 쿨러 제조사와 제휴하여 호환성을 체크, Fan Header를 더 간편하게 장착하는 등

애즈락의 실험정신은 일단 해보고 나서 결정한다. 직접 만들고 직접 경험하며 새로운 기능을 적용한 후에 지속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방식이다. 다소 무모할 수 있지만 그러한 모습이 지금의 애즈락을 완성했다.

브랜드 파워가 커질수록 외주 의존도가 높아지는 여타 회사와는 달리 고집스러운 부분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뚝심이 엿보인다.

초반 독창성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애즈락은 차츰 완성도 측면으로 무게를 배분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신뢰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새로운 기능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PC의 성능이 급격히 높아지는 흐름 속에 놓치는 것이 없을지를 면밀히 파악하는 보수적인 움직임을 고집한다. 대표적인 것이 애즈락 전용 니치콘 12K 블랙 커패시터인데 스틸레전드 전체 시리즈에 적용해 내구성을 대폭 강화했다.

애즈락의 슬로건은 ‘사용자와 더 가까운 브랜드가 되자’다.

높은 가성비, 빠른 신기능 개발, 게이밍 회사와의 지속적인 협업 등 그동안 애즈락이 보여준 모든 행보는 사용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메인보드를 비롯한 PC 부품은 따뜻한 3년을 보냈다. 게이밍이라는 훈풍을 타고 다채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비대면 일상이 끝난 지금, 2023년 시장은 결국 실력이 생존을 좌우하게 될 공산이 크다. 역설적으로 팬데믹의 종료와 시장의 위축은 애즈락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때는 가장 튀던 브랜드의 가장 사용자 친화적인 전략이 서서히 먹혀들고 있다.


By 김현동·김신강 에디터 공동기획  
Hyundong.Kim@weeklypost.kr /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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