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 끊긴 서울극장 … 종로3가 문화거리 존폐위기
40년 역사 끊긴 서울극장 … 종로3가 문화거리 존폐위기
  • 김신강
  • 승인 2021.11.10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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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0일] - 우리나라에서 자본 편중이 심한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극장 산업이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지역 별로, 극장 별로 저마다 고유의 스타일과 문화가 있어 작품의 다양성과 독특함이 있었지만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극장의 규모는 커졌으나 이름만 다르고 똑같이 생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일변도의 획일적 산업이 되어버렸다. 이들 멀티플렉스는 극장 산업을 엄청난 규모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말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극장 매출 73% 감소.. 생존의 기로에 놓이다


코로나19는 점차 획일화되던 극장 산업에 직격탄을 안겼다.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전체 극장 매출은 지난해 5,104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무려 73% 감소한 수치다. 2005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올해 상반기는 더욱 심각한데, 1,863억 원으로 코로나 공포가 극에 달한 3월이 포함된 전년도 동 기간 대비 32% 감소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OTT 서비스가 연착륙한 데다가 11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마저 들어오면 극장 수익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중론이다. ‘영화를 집에서 보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 서울 종로 문화거리의 상징이자 지난 40년간 멀티플렉스의 득세에도 고유의 색깔을 지켜오던 서울극장이 31일 부로 문을 닫는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1979년 ‘충무로의 대부’라 불리는 고 박정환 회장이 설립한 서울극장은 단순히 하나의 극장이 아니라 종로와 충무로 일대의 영화 역사를 대변하는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상징성을 가진 곳이다. 주변 인사동, 낙원상가, 청계천 등과 어우러져 한국 문화의 요람으로 불리던 곳이 바로 서울극장이다.

# 서울극장 40년 만에 폐업 … 극장 1번지 막 내려


피카디리극장, 단성사, 서울극장은 극장 1번지라 불리며 종로 3가 일대를 호령했던 흥행의 트라이앵글이었다. 단성사는 2008년 부도를 겪고 역사 영화관으로 바뀌었으며, 피카디리는 2004년부터 ‘CGV 피카디리 1958’이란 이름으로 CJ에 인수돼 이름만 남은 작은 멀티플렉스 극장이 돼버렸다. 서울극장마저 영업을 종료함에 따라 종로 3가 문화거리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서울극장은 영업 종료를 앞두고 ‘고맙습니다 상영회’를 개최한 바 있다. 서울극장이 멀티플렉스의 공세에도 40년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인 관객의 성원에 대한 일종의 감사 표시이자 작별 인사를 한 셈이다.

지난 8월 11일부터 영업 종료일까지 20일간 진행한 상영회는 월~목요일 100명, 금~일요일 200명의 관객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티켓을 배부하는 형태로 막을 내렸다. ‘폭스 캐처’, ‘플로리다 프로젝트’, ‘몽상가들’ 등 명작으로 인정받고 서울극장의 방향성과도 맞는 유명 상영작을 선보였고, 설립자 박정환 회장과 고은아 회장의 합작품인 1972년 작 ‘쥐띠 부인’을 특별 상영했다. 아울러 하반기 개봉 예정이었던 ‘사랑 후의 두 여자’, ‘휴먼 보이스’ 등 4개의 작품을 프리미어로 공개해 정식 개봉 전에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서울극장은 영업 종료 후 극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만큼 현재의 경영난이 현상 유지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의미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마저 정부에 공적 자금을 요청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한 때에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극장이 각각 1 개관을 대관해 운영하고 있는 인디스페이스와 서울 아트시네마는 서울극장의 영업 종료와 상관없이 계속 운영된다. 주로 예술영화를 상영해 영화 마니아의 지지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서울극장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면 언제 영업이 끝날 지 모르는 일이다.

서울극장의 영업 종료는 독립극장의 사망 선고와 같은 상징성이 있다는 점에서 충격과 박탈감이 더 크게 와닿는다. 이제 광화문 시네큐브, KT&G 상상마당 시네마 등 극소수만 남았다. 팬데믹 이후 수많은 공연장이 문을 닫은 데 이어 독립영화산업도 고사 직전에 있다. 낭만과 추억이 사라진 거리에는 늘 대형 프랜차이즈가 뒤덮여 고유의 분위기를 지워왔다. 오래전부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서울 충무로 거리와 더불어 종로마저 기획부동산 놀음에 휘말리지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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