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누군가의 희생이 만든 편의, 새벽 배송
[사담] 누군가의 희생이 만든 편의, 새벽 배송
  • 김현동
  • 승인 2021.02.27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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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27일] - 젊은 주부 사이에서 이슈라고 하더라. 그러한 새벽 배송을 시켜봤다. 전날 새벽 00시 30분에 주문했고 다음날 새벽 4시 즈음해서 도착했다. 배송 완료하면 문자 보낸다는 안내가 실제 새벽 4시에 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신선식품, 냉동식품 등 분류에 맞춰 총 3개 골지 박스에 나뉜 물건이 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포장재 95%가 종이로 구성된 것을 보면 재활용에 제법 신경 쓴 모습이다. 이 중에서 송장과 보냉재를 제외하면 분리수거되는 품목이다. 심지어 완충재도 종이다. 하지만 계란 같은 음식이라면 깨질 가능성도 우려됐다. 그러한 이유였던지 바나나와 같은 물러지는 과일 후기를 보면 불만이 제법 많았다. 물론 그동안 봤던 스티로폼과 뽁뽁이와 비교하면 그렇다는 것이지 친환경이라는 부분에 그 정도는 인정하고 싶다.

플라스틱 소재에 거부감이 증가하는 추세에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러한 편의 덕분에 이용자는 증가세다. 쿠팡, 마켓컬리 등은 새벽 배송 효과에 힘입어 성장세다. 새벽에 무언가가 도착한다는 것이. 눈 뜨면 문 앞에 전날 주문한 물건이 있다는 것이.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민족성에 걸맞은 결과물 다웠다. 하지만 최근 노동현장에서 뒤늦게 알려졌던 쿠팡 사고를 떠올리면 내키지 않았다. 누군가는 쉬고 있을 시간에 분류하고 포장하고 상차하고. 이것을 주소지까지 배송하는 일련의 과정이 사실상 사람을 갈아 넣어야 가능한 결과라는 것이 걸렸다.


따지고 보면 요즘 말 많은 노동인권 사각지대라는 문제의 시발점인 데다가, 누군가의 희생과 수고로움은 또 다른 누군가의 편리와 기쁨이 된다. 는 것이라. 그럼에도 막상 사용해보니 새벽 배송이라는 서비스가 없어지지는 않겠다 싶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입장이라면 이보다 편하고 만족스러운 서비스는 없다. 퇴근길 장보는 수고로움까지 줄여주며, 더구나 집 앞 마트의 높은 가격에 불신이 큰 사용자라면 선택지 조차도 제한된 현실에서 온라인 새벽 배송은 훌륭한 서비스다.

그러한 와중에 자꾸 논란이 불거지니 종국에는 인력을 줄이고 대안을 찾아 나서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같은 로봇기업과 자동화 시스템이 인력 공백을 대체하는 그림이다. 그게 먼 미래가 아닌 생각보다 근 시일 내에 이뤄질 듯하다. 여기저기서 시범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보고되는 현실은 인간은 비참하게 만든다.

이러한 변화를 환영해야 할까?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하는 시스템은 인간을 대체하는 명목인데, 그 자리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던 인간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인류는 광복이래 일을 해야만 먹고살 수 있던 시스템에서 진화해왔다. 그러한 과정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면 더구나 한국이라는 조직사회라면 부의 편중 현상이 가진 자를 위주로 형성되었고 최근 연이어 발생한 문제는 자본 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면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문제 해결을 위한 방편은 결국 부의 편중을 더욱 가속화하는 수순이다.

그러한 구도에서 인간이 일을 하지 않고 사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면 애초에 가진 자의 수익을 강제해 배분하는 것이 유일하다. 바로 요즘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다.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소득을 정부가 보장하고, 최소한의 노동만으로 혹은 일정 연령 이상에 임하면 노동을 하지 않도록 먹고사는 것에 지장 없게 시스템으로 제도화하는 사회.


모두에게 현실이 될 문제다. 동시에 생존을 좌우한다. 노동력이 필요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테고 자동화는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직업군이라면 건축이 대표적인데 그 분야 인력도 과거에 비해 대폭 줄었고, 공백은 시스템이 대체하는 추세다. 게다가 3D 프린터가 건축 분야에 진출할 경우 사실상 인력은 마무리 단계에서나 필요하다.

전기차는 애초에 고장이 적고 유지보수라고 할 것도 없다. 지금도 동내 카센터의 존립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선생님이라는 위치는 인터넷 강의로 충분했다. 코로나 19로 많은 산업은 빠르게 인터넷 기반으로 이동했다.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은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데 충분했다. 택배는 드론 배송이 현실화되면 대체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변화가 지근거리에서 일고 있다.

시작은 단순했다. 인간을 좀 더 이롭게 그리고 편리하게 하자. 그렇게 시작한 누군가의 희생과 수고로움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을 드러나게 했고, 그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또 다른 대책이 결국 노동이라는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사실상 인간의 노동력이란? 것의 정의부터 다시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의 절박한 삶에 찌들어 그러한 현실도 외면하고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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