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플라스틱 팬데믹 온다
팬데믹 이후, 플라스틱 팬데믹 온다
  • 김신강
  • 승인 2020.11.25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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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1회용품 … 재앙이 시작되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방법이 없다.




[2020년 11월 25일] - 코로나19가 뒤덮은 2020년은 그야말로 단절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수출, 수입 길이 막힌 세계 경제는 일제히 얼어붙어 반강제로 내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계속되어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유례없는 처방을 했지만 잠시뿐 국민적인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해외여행은 먼 옛날의 추억이 됐다.

외국의 모습은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보며 달랜 지 오래다. 학교도 갈 수 없었다. 한 학기가 끝나도록 새 친구들의 이름은 고사하고 얼굴도 모른 채 보내버렸다. 수능은 2주 미뤄졌지만, 역대 최악의 학업 성취도를 보일 고3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 팬데믹은 1년 가까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에 대한 학습 기회를 얻었다. 상하복명식의 수직적 구조에 익숙한 한국 직장인들에게 자율적으로 일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 이만한 교육 프로그램은 일찍이 없었다. 불필요한 모임이나 회식이 현격히 줄었다. 점차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매번 지적되었던 걸림 돌 한 가지가 해결졌다.

워라밸이 중요한 가치가 된 20~30대와 팀플레이를 중시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데 익숙하고 또 이를 즐기는 40~50대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많이 줄었다. 아랫사람들은 눈치 보지 않고 개인적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상사들 역시 습관적 야근이나 회식에서 벗어나 개인적 취미를 갖거나, 정 할 일이 없으면 휴식 시간을 길게 가지면서 체력적으로 회복되는 기회도 얻었다.

이 모든 내, 외부 환경의 변화를 요약하면 타인이 아닌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현저히 늘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코로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는 나가서 쇼핑할 수도, 회사에 갈 수도 없었다. 외출을 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일이 여가활동의 다였다.

코로나19가 바꾼 우리 내 일상


코로나19 이후 경제의 중심은 온라인으로 그 헤게모니가 완전히 넘어갔다. 공식 발표가 따로 난 적은 없지만,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업계,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업계는 역대급 실적을 냈을 공산이 크다. 쿠팡은 지난 7월 동남아시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훅’을 인수하며 로켓와우 서비스 고객을 대상으로 OTT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온라인 패션업계를 지배하고 있다시피 한 무신사 역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0% 상승하며 표정 관리에 애쓰고 있다. 덩달아 운송업계의 매출 상승도 당연하다. 정부가 택배 노동자들을 위해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정도로 높은 노동 강도가 쟁점이 될 지경이다. 물류와 배달이 팬데믹 시대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일회용품, 특히 플라스틱 사용의 급증 문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평균 848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급증했다. 코로나 공포가 본격적으로 국내를 뒤덮은 시기가 3월경이니 하반기 플라스틱 사용량은 얼마나 더 늘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사실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나라의 뜨거운 이슈였다. 작년 1월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가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플라스틱 사용량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1.97kg도, 벨기에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심지어 5년 전 데이터다. 국내 음식배달 서비스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2~3배 이상 치솟고 있다.

코로나19에 가려 이슈가 덜 되고 있지만 그야말로 플라스틱 쓰레기에 파묻힐 지경일지 모른다. 중국이 플라스틱, 비닐 등의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의 재활용 쓰레기가 한국으로 몰린다는 뉴스가 전국을 뒤덮은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로부터 어떤 개선의 이야기는 들린 적 없이 코로나 창궐에 따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꼴이다.

마켓컬리, 쿠팡, 한진 … 움직임 착수


일단 기업들의 친환경 전환 움직임은 다행히 적극적인 편이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포장비로만 전년보다 194% 늘어난 503억 원을 썼다. 초기부터 모든 배송용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썼고, 포장재의 제작은 물론 고객 회수 비용도 다 직접 부담한다. 재활용되지 않는 젤 아이스팩도 100% 물을 활용한 아이스팩으로 변경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1년간 1만 4천 톤이 넘는 일반 쓰레기양을 줄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켓컬리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과대포장으로 말이 많았던 쿠팡도 친환경 포장을 도입했다. 쿠팡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로켓배송의 경우 파 하나를 사도 엄청나게 큰 종이박스가 왔다. 취급하는 품목이 워낙 많다 보니 표준화된 넉넉한 박스를 아낌없이 쓰는 것인데, 때로는 받는 고객조차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 정도로 과대포장이 심했다.


쿠팡은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 백으로 변경(아직은 고객이 박스와 백 중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하고, 다음 로켓배송 때 수거해 간다. 고객 입장에서는 다음 주문 때까지 백을 보관해야 하고, 그게 싫으면 직접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수거 요청을 해야 한다. 사실 쿠팡과 고객 둘 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할 정도로 쓰레기 문제는 너무 심각하다.

24일 한진은 재활용 컨설팅 전문기업 테라사이클과 함께 자원 순환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공동투자를 통해 온라인으로 플라스틱 소재를 수거한 후 자원으로 다시 순환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한진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들의 택배 네트워크로 수거, 배송하면 테라사이클이 재자원화 공정을 맡게 된다.

이제 남은 한 가지. 배달음식 쓰레기


지금도 각 세대가 플라스틱을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 성실히 내보내고 있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한 최대치는 50% 정도로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30%~40% 사이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무조건 플라스틱은 줄이는 게 답인 셈이다. 폐플라스틱의 물질 재활용을 넘어 에너지화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줄일 수가 없는 환경에 처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의 플라스틱 쓰레기 증가에 가장 큰 원흉으로 손꼽히는 배달음식 쓰레기는 올해 8월 기준으로 매일 830만 개의 용기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 서비스 업체들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정부 역시도 코로나의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지 배달 쓰레기 규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제는 막연한 고민을 할 때는 지나갈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생활 속 일부가 되었고 정부와 전문가들의 예상과 바람처럼 내년 말쯤 종식된다고 할지라도 감기처럼 아예 소멸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슬기로운 삶의 방식을 준비해야 한다.

플라스틱은 체크리스트 최우선 순위에 놓고 준비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대국민 캠페인도 중요하지만, 재난지원금에 준하는 공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람이 아프면 어느 정도 단기간에 치료가 가능하지만, 지구가 아프면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마저도 가능할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팬데믹이 이미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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