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입장에서 보는 쿠팡 로켓배송의 허와 실
판매자 입장에서 보는 쿠팡 로켓배송의 허와 실
  • 김신강
  • 승인 2020.12.0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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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배송의 가려진 이면을 보니

로켓배송의 가장 큰 단점 ‘외상’ … 판매 후 50일 뒤 수금




[2020년 12월 08일] - 쿠팡이 지난해 온라인몰 평균의 배가 넘는 수수료를 업체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유수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유통업체 유통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쿠팡의 실질 수수료율이 18.3%에 달해 주요 6개 온라인몰 평균 9%를 웃돌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쿠팡이 억울할 만한 통계자료다. 대부분의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입점해 스스로 판매 활동을 하는 장터 역할에 불과하지만, 쿠팡은 대부분의 매출이 로켓배송으로 일컬어지는 직매입 상품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 오픈마켓들은 재고를 판매자가 안고 가지만, 쿠팡은 쿠팡이 ‘도매가’에 판매자의 제품을 사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더 크게 안고 간다.

설령 직매입한 상품이 단 하나도 소비자에게 팔리지 않더라도 판매자는 쿠팡에 매도한 값을 전액 정산받기 때문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쿠팡의 매출 중 직매입 비중이 98.9%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쿠팡에서 로켓배송이 아닌 상품의 매출이 1% 남짓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판매자들이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로켓배송 입점에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쿠팡은 과거 15~20%의 수수료에 로켓배송을 진행했지만, 요즘은 최소 30%에서 40% 정도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판매자는 1만 원짜리 상품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7천 원에 쿠팡에 공급해야 한다. 마진율이 낮은 상품일 경우는 로켓배송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입점이 마냥 대수는 아니다.

판매자 입장에서 로켓배송에 입점하면 일단 매출은 무조건 오른다. 쿠팡의 관리자 페이지는 오픈마켓 방식의 경우 wing(윙), 로켓배송 방식의 경우 supplier(서플라이어)로 나뉜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판매자 김지훈 씨(가명)는 “윙에서 판매하다가 로켓배송으로 넘어갔는데, 상세페이지나 이미지, 가격 등 모든 구성요소가 동일함에도 동 기간 매출이 3배 뛰었다”고 밝혔다.

주문하면 다음날 보장하는 로켓배송에 사용자를 길들이다.


쿠팡의 성장 배경은 빠른 배송에 있다.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을 보장하는 로켓배송, 주문하면 당일 도착을 보장하는 로켓와우(유료회원용)로 대표되는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쿠팡에 몰렸기 때문에 급성장을 이룬 것이다. 즉, 쿠팡의 고객들은 최저가를 따지기보다 빨리 받아보길 원하는 고객이 주류다. 당연히 로켓배송인 제품과 로켓배송이 아닌 제품의 매출 차이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쿠팡의 입장에서도 재고를 안고 판매하는 로켓배송 상품에 더 많은 노출을 해주는 게 당연하다.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그 손해를 고스란히 안아야 하므로 판매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출이 윙 제품보다 훨씬 잘 된다. 그래서 쿠팡은 최근 매입 후 판매자에게 반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로켓 제휴’를 만들었다. 수수료를 조금 덜 받더라도 판매 부진 시 악성 재고를 떠안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이처럼 판매자들은 마진이 좀 덜 남더라도 매출이 확실한 로켓배송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로켓배송으로 매출이 원활히 이뤄지면 재생산의 속도도 빨라지고 양도 늘어나 단가를 낮추기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켓배송에도 약점은 있다. 일단 마케팅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시간으로 매출을 확인할 수 없고 구매고객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구매 건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내 상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리오더의 시기와 양을 언제 얼마나 해야 할지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성공하는 오픈마켓 사업자들은 한 번 구매한 고객을 놓치지 않는다. 재구매 고객에게 다양한 쿠폰이나 적립금, 할인 혜택을 줘서 충성도를 높여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전통적인 전략을 펼쳐야 하는데, 로켓배송을 하게 되면 고객 데이터를 알 길이 없는 것이다.

판매자들의 답답함을 익히 알고 있을 쿠팡은 서플라이어 판매자들을 겨냥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를 운영한다. 전날 판매된 개수와 남은 재고를 보여주는 베이직 서비스를 한 달에 1백만 원을 받는다. 단순히 몇 개 팔렸는지 알기 위해서 내는 비용이다. 지역별 판매현황, 구매 빈도 분석, 장바구니 분석 등 중요한 데이터를 보고 싶을수록 가격은 월 5백만 원, 월 8백만 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몇 가지의 상품을 내세우는 영세 사업자들은 데이터 열람 비용이 부담스러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판매, 포장, CS, 배송까지 모두 쿠팡이 하기에 편하다?


로켓배송을 하게 되면 판매, 포장, CS, 배송을 모두 쿠팡이 대신해주기 때문에 판매자가 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픈마켓 상품들은 올려놓는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광고를 해야 하고, 광고비 부담 때문에 순이익이 줄어 오픈마켓을 떠나는 판매자도 많다.

로켓배송도 광고가 가능하다. 아니, 해야 한다는 말이 정확하다. 쿠팡 판매 페이지를 보다 보면 로켓배송인데도 ‘광고’ 문구가 붙어있는 상품들이 있다. 이 광고비는 쿠팡이 내는 비용이 아니라 판매자가 내는 비용이다. 이미 도매로 판 상품을 공급자가 또 열심히 팔아야 한다. 쿠팡 입장에서 보면 이런 노다지가 없고,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뭔가 부당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광고를 하지 않아도 쿠팡이 어느 정도 노출을 해주기 때문에 상품만 좋다면 매출은 윙에서보다 잘 나오는 편이긴 하다. 그러나 광고를 하게 되면 노출이 확 올라가기 때문에 판매량도 덩달아 뛴다.

광고 효율도 좋은 편이다. 위생용품을 판매하는 유지훈씨(가명)는 “윙에서 ROAS(광고전환률)가 200%를 기록하던 제품이 서플라이어에서는 800%에서 1000%까지 올라가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를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판매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요즘은 ‘패키지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포장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수많은 제품들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특히 판매자와 고객이 직접 만나지 않는 비대면 온라인 시장에서는 고객과 상품이 만나는 순간, 패키지가 정말 중요하다.

판매자가 직접 판매할 때는 손편지를 넣는다거나, 자체 박스에 담거나 하는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것이 가능하지만 로켓배송의 경우는 쿠팡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평범한 폴리백이나 박스에 대충(?) 담겨서 온다. 오로지 속도와 효율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이기 때문에, 배송 단계에서 판매자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도 로켓배송 입점 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로켓배송의 가장 큰 단점은 ‘외상’


쿠팡과 협의 가격이 확정되면 쿠팡이 원하는 수량을 발주하는데, 판매자가 물건을 보내고 나면 물건값은 약 50일 후에 받게 된다.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이 쿠팡을 불공정거래로 고발한 큰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21세기에 물건을 외상으로 사 가는 놀라운 갑질(?)이 쿠팡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일부 판매자들은 로켓에서 매출이 많이 나면 날수록 현금이 돌지 않아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 종종 직면한다. 최악의 경우 흑자 부도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로켓배송은 확실한 매출을 보장하고 확실한 위험(늦은 정산)을 보장한다. 결국 최종 입점은 판매자의 선택이지만, 로켓배송의 위력이 더해갈수록 판매자는 을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쿠팡 역시 최근 물류센터의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로켓배송 입고 물량이 넘쳐나서 물건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향력이 커진 만큼 판매자와의 상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의 FBA처럼 판매는 판매자에게 맡기고, 제품 보관 비용은 받으면서 수수료는 낮추는 모델도 고려해봄 직하다.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제품은 쿠팡과 판매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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