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도 경영 전략 … 주목받는 이엠텍 레드빗 PC, 환경을 생각하다
ESG도 경영 전략 … 주목받는 이엠텍 레드빗 PC, 환경을 생각하다
  • 김현동
  • 승인 2021.12.12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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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게도 소위 ‘개념’이 요구되는 시대다. 공정함과 정직함에 목말라 있는 MZ 세대는 주요 소비층이면서 트렌드세터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에게 무개념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순간 회사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요즘의 모습이다.

‘개념 기업’의 척도로 볼 수 있는 용어가 있다면 바로 ESG 경영일 것이다. 환경, 책임, 투명경영을 의미하는 ESG 경영은 아직은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 민감한 이슈 기는 하지만, 향후 ESG를 간과하는 기업은 기관 투자에서도 배제되고, 유통 체인에도 제약이 따르는 등 경영 활동 자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큰 회사일수록, 잘 알려진 기업일수록 ESG 경영은 피해 갈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는 ESG… 간과하면 경영 활동 힘들어져


해외에서 ESG 흐름을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애플, 테슬라 등을 꼽을 수 있다. 애플의 팀쿡 애플 CEO는 지난 4월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매년 탄소 배출량을 100만 톤씩 줄이겠다”라고 선언했다. 애플의 모든 제품에는 100% 재활용 알루미늄 소재를 썼으며, 회사가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상세히 공개되어 있다. 충전기 어댑터를 주지 않는 핑계(?)도 환경을 들먹인 애플이다. 막상 아이폰에는 끝까지 라이트닝 커넥터를 고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기차의 상징과도 같은 브랜드, 테슬라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15억 8천만 달러에 수익을 올렸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 13개 주는 친환경 자동차 생산량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에 탄소배출권을 부여하는데, 테슬라는 이 탄소배출권을 다른 자동차 회사에 팔아 짭짤한 재미를 봤다.

네슬레는 자사 보유 브랜드 제품군의 당류를 2000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시켜 먹거리 ESG 경영의 선도 업체가 됐다. ‘예쁜 쓰레기’로 불리는 스위스의 프라이탁은 자동차의 안전벨트, 방수천 등을 재활용한 가방으로 연간 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사이클링’이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장본인으로 일찍이 ESG 경영을 이념화시킨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특히 PC 제조업 분야에서는 그래픽카드, 유무선 공유기 등을 유통 및 제조하는 이엠텍아이엔씨가 자체 제작 PC 브랜드 ‘레드빗’을 론칭하며 ESG 경영을 약속해 눈길을 끌고 있다. PC 컴포넌트 수입 브랜드로 출발한 작은 회사였던 이엠텍은 오늘날 PC 시장에서 막강한 브랜드 입지로 성장했다.

시장에서 보내준 성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한 만큼 ESG 경영이 필수라고 본 것인데, 이 방향성을 레드빗으로 드러낸다.

# 1대 팔릴 때마다 나무 1개 … 레드빗 PC의 파격적 환경 경영 행보


레드빗 PC는 제조부터 포장, 유통까지 모든 초점을 ESG 규정을 준수하는 데 맞춘다. PC 한 대가 유통되는 과정에 적잖은 폐기물이 나오는 실정을 감안하면 이엠텍의 행보는 차별적이고 파격에 가깝다. 모든 포장재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만 활용한다.


박스 골판지를 활용할 때 안쪽에는 스티로폼이 아닌 공기를 주입해 스티로폼의 효과를 보는 공기 압축 팩을 쓴다. 폐기할 때는 안의 공기는 빼고 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방식은 스티로폼 대비 확연히 높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ESG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론칭 초기부터 브랜드의 방향성을 ESG에 맞춰가겠다는 의미다.

이엠텍은 레드빗 PC가 1대 팔릴 때마다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한 그루 심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고객이 요청하면 구형 PC를 수거해 철, 플라스틱을 분리하고 재활용하는 과정도 대신해준다. 나무를 심는 과정과 결과는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제 시작하는 브랜드가 매출을 올리기도 바쁜 와중에 브랜드 전면에 ESG를 내세우는 것은 특히 IT 제품 기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다.


이엠텍이 레드빗 브랜드에 ESG를 강조하는 것에는 다분히 기업으로서의 전략적 측면이 담겨 있는데, 브랜드를 1~2년 쓰고 버릴 것이 아니라 회사의 운명과 함께 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있다는 속내를 엿볼 수 있다.

ESG 경영을 하지 않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특히 글로벌 확장에 제약을 받게 된다. 레드 빗을 단순히 PC 조립 업체가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자체 제작 완성품으로 델이나 HP, 레노버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하나의 메시지를 소비자와 파트너에게 전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일종의 자신감이자 포부를 ESG라는 방향성으로 제시하는 셈이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를 본 사람이라면 매번 알 수 있겠지만 전체 발표 시간의 적어도 5~10% 이상을 환경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한다. 지구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회사가 과연 얼마나 환경에 진심일까 하는 의심을 할 수 있겠지만, 애플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결국 소비자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MZ 세대는 물론 대다수의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구매할 때 ‘개념 소비자’가 되는 듯한 기분을 함께 느끼기를 원하는 시대다. 프라이탁이 대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브랜드의 디자인보다는 메시지에 소비자가 이입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가방을 구입하면 마치 환경을 무척이나 생각하는 사람같다는 이미지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엠텍의 공격적인 환경 행보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PC 컴포넌트 업계의 공룡 중 하나로 성장한 이엠텍이 레드빗 PC에 들이는 정성의 정도가 무척 크다는 사실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고 살 만한 완성품 PC 브랜드가 하나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AS를 비롯한 사후지원, 업그레이드나 재구매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이어진다면 레드빗의 ESG 경영이 다른 완성품 PC 브랜드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지도 모를 일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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