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담론] 논란의 WD, 스토리지 이슈 진단
[사심담론] 논란의 WD, 스토리지 이슈 진단
  • 안병도
  • 승인 2023.09.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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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블루 SN580, 블랙 SN850 시리즈 구매 전 정독
탐욕이 만들어낸 그릇된 결과물로 인해 연이은 소송 전
실상을 알고 나면 주저하게 되는 WD의 양면성 총정리


다들 PC에서 일상 데이터를 저장할 때 어디에 해? 설마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는 아니겠지. 과거에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를 썼지만 요즘은 대부분 SSD를 사용할 거야. 이런 스토리지 시장을 장식하고 있는 브랜드는 얼마나 있을까? 제법 많지만 몇 가지를 고르자면 WD, 샌디스크, 씨게이트, 마이크론, 솔리다임(구 인텔). 하이닉스, 킹스톤, 에센코어 등이 대표적이겠지.


이 중에서 가장 많은 구설수로 연일 지면에 오르는 브랜드 하나를 꼽아볼게.

아마도 WD(웨스턴디지털)이 꾸준히 잡음이 따르는 대표 브랜드가 아닐까 싶어. 이번에는 바로 이 WD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아보니 생각보다 문제가 많은 브랜드더라고. 물론 WD 블랙, WD 블루, WD 레드, WD 그린 같은 색깔 놀이로 시장에서 주목받았긴 했어.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리며 판매량도 늘었지.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것보다 꽤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싶어. 어쩌면 이 기사를 정독하고 나면 WD 스토리지 구매에 대해 좀 더 신중해 질지 몰라. 그렇지만 그게 팩트이니 문제 되지 않겠어!

WD는 HDD 시절부터 제법 인기 있던 미국 회사야. 웨스턴디지털이란 표현보다는 약자인 WD로 널리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는 '웬디'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어. 히타치GST와 샌디스크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한때 스토리지 시장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어.

전체적으로는 HDD, SSD,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데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분야에서 시게이트와 함께 세계적인 양대 기업이야. NAND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키오시아, SK하이닉스(솔리다임)에 이어 세계 4번째 규모에 해당해.

# WD의 역사


이해를 돕기 위해 WD의 역사에 대해 약간 설명을 해보려고 해. WD는 1988년 탠덤의 하드 디스크 생산 공장을 매입하면서 관련 사업을 시작했는데 1990년대에 내놓은 캐비어 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두자 하드 디스크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당시에는 선두인 퀀텀 제품에 비해 성능과 품질에서 밀렸고 맥스터 제품에도 뒤쳐지는 등 쇠락기를 겪었어.


▲ WD 캐비어 블루 (출처:아마존)

그러다 IBM과 제휴를 맺어 GMR 헤드와 같은 최신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얻어 익스퍼트 시리즈로 재기에 성공해. 이후 최초의 노트북용 2.5인치 250GB 드라이브를 발표하는 등 노트북용 HDD에서도 강자로 떠오르게 되지. 이런 기세를 몰아 일본 회사인 히타치 글로벌 스토리지 테크놀로지를 인수해서 시장 1위였던 시게이트를 밀어내고 HDD 분야 최강자로 떠올랐어. 이후 2016년에 샌디스크까지 인수합병에 성공해 SSD 기술도 확보하지.

회사 마케팅 전략에서 특이한 점으로 2006년부터 시작한 BBG 마케팅이 있어. 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가 하드 디스크를 용도와 성능에 맞게 잘 골라 쓰도록 돕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성능과 내구성 등에 따라 Black, Blue, Green으로 나누고 해당 색깔 스티커를 붙여 판매한 거야.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어. 구분하기에 좋았다는 거야. 문제는 색깔놀이에 너무 심취했던지 느닷없이 Red, Purple, Gold가 추가되고 Green은 Blue에 통합했어. 비유하자면 소비자가 WD 하드 디스크 뭘 살까 고민할 때 블루! 블랙! 레드! 퍼플! 골드! 를 외치며 독수리오형제처럼 나가는 거야. 웃기긴 하는데 이게 또 타사의 난해한 방식 대비 식별에 유리했고 나름 재미도 있잖아? 그래서 좀 인기를 끌었지.

# HDD 색깔별 제품 특성


색깔별 특성이 궁금해? 간단하게 말하면 모든 면에서 무난한 성능과 가격인 블루(Blue)를 중심에 놓고 개별 특성을 조금씩 다르게 만든 거야. 우선 블루는 일반 사용자용인데 가장 가성비가 우수해. 읽기 쓰기 성능이 상당히 좋으면서 용량대비 가격에서도 최상급이야.

다만 일부 모델에서는 캐시메모리가 조금 적어서 데이터 전송속도가 덜 안정적일 수 있으니 게이머들은 주의해야 돼. 그린은 원래 에너지절약형으로 나와서 자주 쓰지 않는 외장하드라든가 대용량 자료 보관용으로 권장했어. 하지만 애매한 가성비로 인해 현재는 블루에 통합됐어.


▲ 다양한 색깔별 WD HDD (출처: 하드웨어쿨링넷)

여기서 파생된 다른 색깔은 어떨까. 블랙은 가격이 비싼 대신 고성능을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라인업이야. 그래픽 영상 전문가나 특수 직업군, 얼리어댑터 등이지. 읽기 쓰기 성능과 관련된 회전수가 빠르고 캐시가 많으며 AS기간이 5년이야. 대신 소음과 전력소모가 크다는 단점도 있어. 레드(Red)는 개인용 NAS/서버를 겨냥하고 나왔는데 작은 파일을 여러 번 자꾸 읽고 쓰면서 장시간 가동하는 환경에 강해. 내구성이 좋고 전력소모와 발열이 적어.

퍼플(Purple)은 CCTV와 DVR 등 영상을 지속적으로 천천히 기록하는 용도를 위한 라인업으로 저전력 저발열이면서 쓰기에 최적화됐어. 골드(Gold)는 고밀도를 앞세웠는데 기업용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용도야. 내구성이 강하고 외부진동에서 보호하는 기술이 있으며 오류 복구 프로세스가 따로 있어.

발열과 전력소모량도 줄였어. 이렇게 성능이 제일 우수한 대신 가격도 가장 비싸. 사실상 개인 소비자가 구입할 일은 없는 제품군이지. 이 밖에도 몇몇 하드디스크 내부에 들어간다는 화이트(White)도 있다고 하는데 이건 정식 라인업이 아니야.

# SMR 집단소송, 뜨거운 논란


예전부터 WD는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시게이트는 성능이 좋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야. 특히 시게이트 특정 제품에서 잦은 고장이 나던 데스게이트 사건으로 시게이트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했고 안정성과 성능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지. SSD에서도 삼성전자와 성능으로 대결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이야.

하지만 인간사에는 뭐가 있다? 잘 나가면 자만하게 되고, 자만하면 실수를 저지르지. WD 역시 예외가 아니라서 힘겹게 얻은 소비자의 신뢰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대형 사고를 연달아 치게 돼. 2020년 WD 블루와 WD 레드 하드 디스크에서 기록방식을 알리지 않고는 성능이 떨어지는 SMR 방식 제품과 섞어 판매하다가 적발된 사건이야.


▲ (출처: 톰스하드웨어)

2020년 5월 29일, 해외 IT매체인 톰스 하드웨어는 미국 집단소송 전문 로펌이 WD의 HDD 일부 제품이 속도가 더 느린 SMR 저장방식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점을 보도했어. 동시에 WD를 상대로 한 법적 분쟁이 불붙었지. 쉽게 말해 소비자가 WD 상대로 너네들 우릴 감히 속여? 라며 분노한 거야.

SMR은 데이터를 기왓장이나 쓰러진 도미노처럼 겹치게 기록하는 방식인데, 기록밀도를 높여 원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데이터가 서로 겹쳐있어서 중간에서 삭제하고 새로 기록할 때 속도가 상당히 느려져. 단순하게 보면 고밀도 하드디스크를 싸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술이긴 해.

문제는 특별히 저가 제품을 만들어 채용한 게 아니라 기존의 고성능 제품에 섞어 놓았다는 거야. 특히 이 SMR 방식을 사용한 WD HDD는 RAID 구성에 사용될 때 쓰기 성능 등에서 현저한 성능저하를 보여줬어. WD는 NAS 등의 데이터 저장용으로 판매하는 RED 제품군에까지 적용하고 기존 방식과 섞어 팔았지. 이건 마치 시장에서 반쯤 상한 사과를 바닥에 깔고 위에 좋은 사과 올려놓고 같이 파는 거랑 비슷하잖아? 단순히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게 아니라 가격이득을 취한 거니까 사기에 가까운 거지.


▲ (출처: 클리앙)

당시 국내 주요 커뮤니티의 반응은 실망과 분노가 많았어. 일례로 현역 엔지니어나 파워 유저가 많아서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클리앙'의 당시 반응을 보면 이런 비도덕적인 회사는 망해야 한다는 극단적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 (출처: 클리앙)

심지어 해당 제품에 기록한 자료가 자꾸 날아가기도 하고, 이미 저장한 자료도 불안해서 제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있지. 저장장치란 게 공기와도 비슷해서 당연히 안정성이 있다고 생각해 왔잖아. 그런데 중요 데이터를 기록했지만 그게 확실히 보존될 거란 믿음이 없으면 저장장치로서의 가치가 제로에 가까운 거야.

그때 당시 HDD 제조사 대부분이 제품 제원에서 분당 회전 속도, 플래터 개수, 캐시 용량, 기록 용량 정도만 표기하고 기록 방식은 잘 밝히지 않았어. 현재 SSD 제조사가 QLC(4비트)와 TLC(3비트), MLC(2비트) 등 플래시 메모리 저장 방식을 명확히 밝히는 것과는 달랐어. 먼저 밝혀진 건 WD지만 시게이트, 도시바 등 경쟁사도 똑같이 SMR을 표기 없이 섞어 쓴 게 드러났어.


▲ (출처: ars 테크니카)

이 사건으로 하드디스크 업체 전체가 신뢰를 잃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잘 나가면서도 안정성을 믿었던 WD가 입은 이미지 피해가 가장 컸다고 봐. 집단소송 이후 WD는 사후 조치에서도 별로였는데, 미국에서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기존 제품 구매자의 제품을 교환해 주려고 했는데, 재판 후 지급될 배상액을 줄이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어.

심지어 국내에서는 사과나 교환도 없이 여러 가격 비교 사이트에 공개된 제품 스펙 게시물과 카탈로그에 슬그머니 SMR 적용 사실을 추가했을 뿐이지.

어떻게 보면 WD는 시게이트 등 경쟁사의 삽질로 인해 한때 과다평가된 걸 수도 있어. 예전에도 하드 디스크 파킹 시간을 너무 짧게 설정해 하드 디스크 수명을 줄인다든가 전원 끄기 버튼을 삭제해서 제품 안정성을 해치는 일을 했거든.

또한 SMR 사건 이후에도 SN550 QLC NAND 플래시 메모리 교체 사건을 일으켰어. 같은 제품명인데 후기형 내부 플래시 메모리 부품을 내구성이 떨어지고 성능은 절반 정도 안 되는 훨씬 안 좋은 제품으로 탑재한 거야. 물론 리비전이나 별도 표기도 없었지.


▲ (출처: 퀘이사존)

원인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NAND 플래시 메모리를 TLC에서 QLC로 바꾼 데 있는 것으로 드러났어. WD는 퀘이사존 앞으로 제품 사양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사과하면서 SN550 이용자들은 보증기간 내에 고객센터에 연락하면 TLC NAND 플래시 메모리 SN550으로 바꿔주겠다고 했어.

또한 앞으로 이러한 경우에는 아예 새로운 SSD 모델명으로 바꿔서 내겠다고 약속했어. 하지만 퀘이사존 외의 채널에는 일절 함구했지. 일단 다른 곳은 조용하니 가차 없이 무시해 버린 거야. 사과인데 진정성은 쏙 빠진 사과랄까!

# 과연 이제는 믿어도 좋을까?


이런 사건 때문일까. 국내 커뮤니티에서도 WD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려. 그나마 경쟁을 유지시키면서 쓸만한 제품을 만드는 곳 아니냐는 비교적 괜찮은 평가도 있어.


▲ (출처: 퀘이사존)

하지만 한쪽에서는 WD 제품이라고 하면 무조건 CMR, SMR부터 구별하고 보자고 해. 브랜드 신뢰도가 거의 없으니 그냥 기술적 스펙이 전부 하는 시니컬하고 조용한 혹평이지.

이렇게 WD 스토리지 관련 논란을 정리해 봤어. 이제 좀 이해가 가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WD 제품 믿고 구입해도 되는 거냐고?

글쎄. 사실 세계 시장에서 하드디스크(HDD) 제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어. 경쟁이 치열하다면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쉽게 옮겨가면 되는데, 현 상황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해. 선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다양하진 못하니까 소비자가 더 현명해져야지.

WD는 여전히 경쟁사에 비하면 제품 안정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단 브랜드만 믿고 무조선 구입하라고는 못하겠어. 미리 해당 제품의 세부 사항을 꼭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국내 관련 커뮤니티와 가격비교사이트의 제품평을 참조하길 바라. 어쨌든 소비자는 선택할 권리가 있거든.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하게 되길 바라!


By 안병도 에디터 Byeongdo.An@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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