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담론] 논란의 WD, 스토리지 이슈 진단 2편
[사심담론] 논란의 WD, 스토리지 이슈 진단 2편
  • 안병도
  • 승인 2023.09.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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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블루 SN580, 블랙 SN850 시리즈 구매 전 정독
탐욕이 만들어낸 그릇된 결과물로 인해 연이은 소송 전
실상을 알고 나면 주저하게 되는 WD의 양면성 총정리


원래 이 주제를 시리즈로 사심담론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어. 그런데 앞에서 웨스턴디지털(WD) 스토리지 회사의 과거 논란에 대해 복기를 했는데, 반응이 그러한 회사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어. 그만큼 시장에서 주목받아온 브랜드라는 건데 사용자를 상대로 얄팍한 눈속임을 시전 할 거라는 내용을 상상도 못 했다는 거야.

[사심담론] 논란의 WD, 스토리지 이슈 진단 1편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5392


그래서인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제법 있었어. 또한 아쉬움도 있다고 하네. 하드디스크(HDD)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서 그렇다는 거야. 사실 요즘 사용자의 주요 관심은 HDD가 아니잖아? 요즘 시장 주목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서 두 번째 시리즈를 준비했어. 논란의 WD 스토리지 이슈 진단 두 번째는 낸드메모리 기반의 SSD 제품에 관한 내용이야.

마찬가지로 좀 더 디테일하게 정리해 보니 이 또한 여전하더라고. 분야는 다른데 어째 방법은 비슷했어. 내부 구조와 부품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뭔가를 바꿔치기 한 거지. 덕분에 이것 또한 소송도 휘말렸어. 이런 WD의 나쁜 버릇이 SSD에서도 재발한 선례를 지금부터 알려줄게.


▲ 출처 : IT월드

# SSD의 핵심, 사용한 낸드를 보라!


우선 SSD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 같으니 간단히 원리를 볼까. 메모리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어. 우리가 RAM으로 쓰는 디램(DRAM)은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전원이 공급되는 동안만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또 하나로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는 속도가 약간 느린 대신에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를 그대로 저장하고 있지.

그런데 속도가 느리다고 말해도 상대적으로 디램보다 느리다는 거지, 물리적으로 기록하는 하드디스크 등에 비하면 정말 빠르거든. 또한 반도체니까 기본적으로 매우 작고 가벼운 공간만 차지하면서 집적도를 크게 높일 수 있어. 물리적 충격에도 비교적 강하고. 그래서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요즘 PC에도 운영체제 작동을 비롯해 고속처리를 위해 폭넓게 이용되는 중이지.


▲ 출처 : SK하이닉스

낸드 플래시는 최소 저장 공간 단위인 셀(Cell)에 전자를 넣고 빼는 방식을 써. 나중에 전자가 있고 없는 것에 따라서 1과 0으로 파악해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이 셀을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서 셀 하나에 비트를 몇 개 저장할 수 있는지가 달라. 셀 하나에 1비트만 넣는 건 SLC(Single Level Cell), 2비트를 넣으면 MLC(Multi Level Cell), 3비트는 TLC(Triple Level Cell), 4비트는 QLC(Quadruple Level Cell)라고 불러.

얼핏 생각하면 QLC가 셀 하나당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니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아니야. QLC는 데이터를 읽고 쓸 때 각 셀마다 전자를 주입해야 하는 횟수가 훨씬 많아. 1비트의 데이터를 읽거나 쓰기 위해 SLC가 전자를 1번만 주입하는데 QLC는 평균 3.75회 주입해야 해. 데이터를 입출력하는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고 속도도 느려져.

또한 낸드플래시는 반도체 특성상 사용하다가 특정 셀이 고장 나서 작동을 안 하기도 해. 그러면 컨트롤러 칩이 고장 난 셀을 인식해 전체 데이터를 재배치하고 용량을 그만큼 줄여. 그런데 SLC가 가장 셀 수명도 길고 용량 손실이 적은 편이야. 때문에 빠르고 안정성이 높은 SLC가 선호되는데 이건 다른 방식에 비해 제조 원가도 비싸고 용량을 늘리기 어려워.

때문에 소비자용 제품보다는 기업용에 주로 쓰여. 일반 소비자용 SSD에는 주로 MLC와 TLC 방식이 탑재돼. 그나마 MLC가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에 성능이 좋아서 플래그십 제품에 이용돼. TLC는 중저가형 제품, QLC는 보급형 SSD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


▲ 출처 : 다나와

# 외신을 통해 연달아 문제가 지적된 WD


자, 그럼 WD가 어떤 사고를 쳤는지 알려줄게. 2021년 8월에 중급형 SSD인 SN550의 부품 사양을 몰래 낮춘 게 뒤늦게 드러났어. WD는 2021년 6월부터 SN550의 일부 사양을 변경했어. 기존 3D TLC 대신 3D QLC 방식 메모리를 탑재한 거야. 앞서 설명했듯이 QLC는 생산원가가 TLC보다 저렴하지만 그만큼 성능이 낮아. 때문에 해외매체인 톰스하드웨어 등에서 SN550의 성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보도가 이어져. 평상시 읽고 쓰는 속도는 비슷한데 한꺼번에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게 되면 쓰기 속도가 확 느려진다는 거야.

심지어 이게 더 낮은 등급 제품인 SN350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문제지. 이건 도저히 이전 제품과 같은 모델이라고 볼 수 없잖아. 소비자는 제품명을 믿고 그에 해당되는 성능을 기대하고 샀는데 새 제품은 그보다 낮은 등급 제품 성능이야. 당연히 가격은 상위 제품 가격이고! 또한 펌웨어가 새로 적용돼서 기존 제품에는 새 펌웨어가 호환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했어. 소비자만 혼란에 빠지게 된 거야.

그럼 이쯤에서 의문이 들 거야. 어째서 이런 중요한 문제가 뒤늦게 발생한 걸까? 같은 모델인데 현저하게 저하된 성능을 느낀 소비자가 즉각 알아채고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여기에 바로 WD가 사용한 꼼수가 숨어있어. 이런 중요한 낸드 플래시 부품 사용을 거의 알리지 않고 조용히 처리한 건 그 내부에 있는 SLC 캐싱 기술 때문이야.

SLC 캐싱은 저장 공간의 일부를 SLC 방식처럼 사용해서 캐시 메모리 역할을 맡겨. 때문에 캐시 메모리 용량보다 작은 파일을 읽고 쓸 때는 SLC의 속도가 나오게 되는데 SN550의 캐시 메모리 용량은 12GB야. 그러니 이전 모델과 신모델 모두에서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작은 파일을 가끔 쓰고 읽을 때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 하지만 때로는 하드 한 작업을 할 때가 있잖아? 이럴 때 용량이 초과되는 부분부터 쓰기 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 출처 : 톰스하드웨어

테스트 결과를 보면 이전 모델은 849MB/s, 이후 모델은 390MB/s까지 떨어지게 돼. 속도저하 폭으로만 보면 엄청난 사기에 가까운데 의외로 일상 사용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체감하지 못하다 보니 그냥 넘어가기 쉽지. 사실 QLC는 셀 수명도 TLC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되긴 하는데 제품 수명 자체가 워낙 엄청나게 길어서(약 194년) 줄어도 문제는 안 되는 수준이라 그쪽에서 말은 안 나왔어.

어쨌든 문제의 핵심은 이렇게 성능에 차이가 있는 부품을 썼다는 점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며 모델명을 유지했다는 점이야. 부품 원가 절감만큼의 가격할인 같은 것도 없었어. 그러니 이건 소비자에 대한 공지의무 위반과 동시에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한 거야. 욕먹고 소송당하는 게 당연한 행동이야.


▲ 출처 : 퀘이사존

사실 이전부터 WD의 SSD제품군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어. 2018년 시점에서도 가장 저렴한 제품인 WD SSD그린의 성능이 외부에 밝힌 스펙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됐어. 퀘이사존 사용자 게시판에도 그린 제품의 쓰기 속도가 심각하게 느린데 컨트롤러칩도 그다지 믿을 만하지 않고 디램 캐시도 없기에 그냥 블루 제품 사라는 의견이 나와.


▲ 출처 : techarp

2021년 국내 블로그에서는 WD BLUE 3D SATA SSD 1TB 디램 캐시가 스펙 카탈로그에 없기에 아예 안 달린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와. 해당 필자는 여러 자료를 들어서 결국 들어있다고 결론 지었지만 WD 측이 이런 스펙 표기에 너무 무성의했다는 점을 지적했어.

SSD의 또 다른 핵심부품은 컨트롤러칩이야. 이 칩은 셀 용량과 수명을 체크하고 가장 효율적인 데이터 배치를 해주는 등 전체적인 성능 최적화를 책임지기 때문이지. 그런데 WD는 여기에도 무관심해. 각 회사가 다양한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WD는 샌디스크부터 자체 컨트롤러를 고집하고 있고 구체적인 스펙도 잘 밝히지 않아.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어떻게 된다? 그래. 또 사고가 나게 되지.

이번에는 WD 산하 브랜드인 샌디스크 외장 SSD의 데이터가 사라지는 사고가 벌어져. 올해 8월에 해외 매체 더버지에서 직원이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 포터블 SSD 4TB 제품을 사용하던 중 기사에 사용할 동영상 파일 3TB 분량이 없어졌다고 보도한 거야. 더구나 올해 3월에도 같은 증상을 이유로 제품을 교환받았는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고장 났다는 게 더 기가 막히지.


▲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 포터블(출처 : 다나와)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5월에 펌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했고 대상 제품은 더버지가 언급했던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 포터블 SSD 4TB였어.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제품에도 문제가 나타나. 5월 미국 IT 매체 아르스 테크니카가 샌디스크 익스트림 포터블 SSD 4TB, 익스트림 프로 포터블 SSD 2TB에도 데이터가 사라지는 증상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게 돼지. 카메라 매체 페타픽셀은 샌디스크 프로페셔널 프로-G40 외장 SSD를 사용 한지 한 달도 안 돼 오류를 경험했다고 보도해. 이 외에도 레딧 같은 온라인 포럼에서도 샌디스크 SSD 문제가 논란으로 떠올라.

고장 증상도 다양해서 아르스 테크니카는 SSD 용량이 절반 정도 찬 다음부터 읽기 쓰기 오류가 발생했어. 이때 SSD를 다시 연결하면 파일 시스템을 비롯해 SSD에 저장했던 파일이 사라져. 심지어 디스크를 초기화하거나 포맷해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정도야. 페타픽셀은 샌디스크 프로페셔널 프로-G40을 연결한 상태에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다빈치 리졸브에 충돌 오류가 발생했어. 다른 PC에 연결해도 동일한 오류가 나왔는데 제품을 PC에서 분리하자 바로 충돌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 그러니까 정확히 SSD 때문에 프로그램이 오류를 일으켰다는 의미야.


▲ 샌디스크 프로페셔널 프로-G40 (출처: 샌디스크)

샌디스크 익스트림 시리즈에 올해 7월 배포된 펌웨어 R332G190 버전을 적용하면 오류가 발생한다는 정보도 있어. 이 펌웨어를 적용한 일부 제품에서 읽기 전용 모드로 전환됐고 파일을 저장하거나 삭제하는 게 불가능해졌거든. 아예 PC에서 인식하지 못하거나 용량이 잘못 표시되는 사례도 있어. 오류가 발생한 건 상당한 인기 있는 제품이야. 2023년 8월 10일 기준 국내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외장 SSD 인기 상품 상위 10개 중 4개가 웨스턴디지털과 샌디스크 제품인데 이 가운데 3개는 데이터 소실 문제가 발생한 모델이야.

이런 결함을 접한 WD의 대응방식이 부실한 게 더욱 큰 문제를 불러왔어. 더버지는 결국 새 제품으로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WD의 답변을 받았어. 웨스턴디지털은 이런 제품 결함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어. 최신 펌웨어를 통해 PC와 SSD 연결이 끊어지는 오류를 고쳤다고 언급했는데 정작 치명적인 데이터 소실 오류는 언급하지도 않았어. 또한 해당 모델 제품의 판매가 중단되지도 않았고 최근에는 아마존에서 66%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야. 그냥 재고 처리를 해버리고 묻어버리려는 의도 같다는 목소리가 많아.

# 연이은 구설수, 반성없는 WD


외국 매체는 나열한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웨스턴디지털과 샌디스크 외장 SSD 구매를 자제하길 권장하고 있어. 또한 소비자 권리가 강한 미국에서 이런 문제에 업체가 성의 없는 대응을 하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까? 맞아. 소송이 걸리지. 샌디스크의 모기업 웨스턴 디지털은 당연히 집단 소송에 휘말렸어.

구체적으로 WD는 휴대용 SSD의 성능에 대해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IT월드의 보도에 따르면 소송의 주요 내용은 웨스턴 디지털이 샌디스크 익스트림 프로, 익스트림 포터블, 익스트림 프로 포터블 및 WD 마이패스포트 SSD 제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스토리지 및 백업 솔루션이라고 홍보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야. 또한 신뢰할 수 없는 펌웨어 업데이트, 동일한 결함이 있는 교체 드라이브를 제공했다는 점, 결함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 않으며,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배상 요구액은 총 500만 달러인데 상당하지?


▲ (출처: WD 홈페이지)

결국 모든 건 WD가 소비자 수준을 너무 무시한다는 점에 원인이 있는 거야. 요즘 IT 제품 소비자들은 기술적인 관심이 매우 커서 내부 부품 성능 차이를 금방 파악해.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누군가가 정보를 주면 각종 SNS를 통해 빨리 확산되지. 그러니 업체가 소비자를 대충 속이려고 해도 쉽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는 투명성과 성의 있는 자세가 답인데 안타깝게도 WD는 아직 그런 전향적인 변화가 부족한 거 같아. 달라진 소비자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는 업체를 변화시키는 동력은 뭐겠어? 오로지 소비자의 현명하고 지능적인 소비 선택이야. 그러니 앞으로 WD 제품을 구매할 때는 특히 신중하고 스마트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사심 가득한 이 글이 앞으로 제품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


By 안병도 에디터 Byeongdo.An@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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