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GPU 경쟁’ 엔비디아ㆍAMD,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이슈+]‘GPU 경쟁’ 엔비디아ㆍAMD,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 김현동
  • 승인 2024.04.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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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미디어그룹 리서치팀 공동 기획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그래픽카드 시장
엔비디아 고공행진, 당분간 대적상대 없어


2024년 4월 1일 기준, PC 하드웨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그래픽카드’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채굴로 달아올랐고 지금은 인공지능 열풍으로 그 몸값이 상당하다. 대규모 기업이라면 단연 전용 인공지능 가속 장비를 구매하겠으나 소규모 혹은 연구용으로는 그래픽카드가 쓰이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일반 게이밍 시장과 겹치니 특정 시기에는 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엔비디아, AMD다. 각각 지포스와 라데온 브랜드로 오랜 시간 경쟁해 왔다. 아크라는 이름으로 외장 그래픽 가속장치 시장에 갓 합류한 인텔은 제외하자. 솔직히 GPU 기반의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으로 보면 인텔의 경쟁력은 현재 상당히 낮다.

우리가 봐야 할 부분은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다. 인공지능 시장과 GPU 기술 발전은 좋지만, 이것이 일반 소비자 시장의 수요와 공급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될 일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그 균형은 빠르게 붕괴되는 모습이다.

오래전부터 그려 놓았던 그림이 현실이 됐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아우르려는 엔비디아


지포스 브랜드로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엔비디아. 이제는 인공지능 선도 기업으로 이미지를 굳히는 중이다. 과거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게이밍 GPU 시장은 이미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쪽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히 수요가 많고 마진이 많이 발생하는 기업 시장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과거 게이머와 함께 성장하던 엔비디아가 슬슬 등을 돌리고 있으니 괘씸하고 배신감 들겠지만, 이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사실 엔비디아는 준비가 철저한 기업이다. 인공지능 바람을 탄 것도 과거부터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준비해 온 기술들이 빛을 발했다 보는 게 맞다. 대표적인 기술이 쿠다(CUDA)다.


▲ CUDA와 지포스 GTX 480, 어떻게 보면 엔비디아 성장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 굳이 직역하면 ‘통합 연산 장비 아키텍처’인 쿠다는 엔비디아가 지포스 GTX 400 시리즈, 코드명 페르미(Fermi)를 선보이며 함께 공개한 기술이다. 이전에는 스트림 프로세서(Stream Processor)라 불렀다. 비록 페르미는 욕은 먹었으나 쿠다 코어(CUDA Core)와 시스템 전반에 직접 접근해 성능을 끌어내는 소프트웨어를 준비한 엔비디아는 지금의 미래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포스 GTX 시리즈는 20 시리즈에 와서 RTX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당시 그래픽 기술의 고민은 광원을 어떻게 실시간으로 처리하는가에 있었다. 해법은 광선추적(레이 트레이싱)에 있었다. 다만 이 빛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것에는 전반적인 무리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고자 GPU에 텐서코어와 광선추적 코어를 함께 탑재했다.

구조는 이렇다. 쿠다코어를 활용해 일반적 그래픽 효과를 연산한다. 이어 광선효과는 광선추적 코어, RT 코어가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고해상도 처리가 이뤄지면 엄청난 부하가 발생하고 성능 저하로 이어지므로 이를 저해상도로 처리한다. 저해상도로 처리된 광선 데이터는 해상도에 맞게 업스케일링을 한다. 이 과정에서 노이즈가 발생하는데 이 노이즈를 인공지능 연산으로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텐서코어를 활용하게 된다.

RTX 20 시리즈의 인공지능은 이때 고안된 기술인 셈이다. 엔비디아는 효과적인 그래픽 업스케일링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 학습을 도입했다.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 – Deep Learning Super Sampling) 기술이 이때 도입됐다. 이후 레이 트레이싱 처리와 효과적인 화질 업스케일링 기술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지금의 DLSS 3.0이 되었다.


▲ 엔비디아는 항상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준비에 진심이었다. GTC 2024에서는 더 나아가 서비스 기업으로의 기틀까지 닦으려 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한 분야는 게임일 수 있지만, 전반적인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기틀을 닦았다는 공적을 부정할 수 없다.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하고 바이오,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분야에 엔비디아 기술이 스며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의 준비를 빼놓지 않고 있다.

미국 시간으로 지난 3월 18일, 세너제이에서 개최된 GTC 2024는 엔비디아의 야심을 그대로 보여준 행사였다. 그동안 선보인 AI 엔터프라이즈, 옴니버스 외에 어떻게 보면 향후 엔비디아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엔비디아 추론 마이크로서비스(NVIDIA Inference MicroService)가 공개됐기 때문.

기본적으로 엔비디아가 그동안 인공지능 학습을 진행한 데이터 일부를 제한적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자연스레 서비스로 유도하는 구조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빠르게 데이터를 연계하고 결과를 낼 수 있어 매력적인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본격화되면 엔비디아는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아우르는 강력한 체제를 확보하게 된다.


▲ 살짝 주춤한 엔비디아 주가 흐름. 그래도 인공지능 흐름을 타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 대응 타이밍 애매하고 소프트웨어는 못 따라가고
엔비디아 독주에 손가락 빨고 있는 AMD


승승장구하는 분위기 속에 AMD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AMD도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꾸준히 엔비디아와 경쟁을 펼쳐왔다. 특히 라데온 RX 5000 시리즈에 들어서 아키텍처를 바꾸고 성능을 높이면서 서서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문제가 터졌다. 당시 채굴붐이 불면서 AMD 그래픽카드가 소비자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물론 AMD만 그런 게 아니다. 엔비디아도 지포스 GTX 10 시리즈 후반기부터 RTX 20 시리즈, RTX 30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채굴장에서 제품을 휩쓸어가며 소비자 시장의 원성을 샀다.


▲ AMD는 RX 5000, 6000 시리즈를 통해 엔비디아와 어느 정도 경쟁했으나 RTX 40 시리즈 출시와 함께 성능과 기능에서 밀린 상태다

대응은 달랐다. 엔비디아는 그래도 채굴 연산에 필요한 기능을 제한하는 LHR(Lite Hash Late)을 도입해 채굴 시장과 소비자 시장을 구분하려고 했다.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채굴 전용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반면, AMD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과거 게이머에게 그래픽카드를 먼저 제공할 것이며 채굴은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했지만, 시장 흐름은 이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게이머가 라데온 RX 5000, RX 6000 시리즈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는 사이에 엔비디아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대응하고 있었고 가격 상승에 대한 이슈는 있었어도 구매는 어느 정도 가능했다. AMD도 마찬가지였으나 시장 흐름은 엔비디아로 기운 이후라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채굴 붐이 끝난 이후다. 야심 차게 선보인 라데온 RX 7000 시리즈는 엔비디아 동급 그래픽카드 성능에 크게 못 미치며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그 사이 엔비디아는 RTX 40 시리즈를 선보이며 AMD를 크게 압도했다.

인공지능 시장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 H100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AMD는 인스팅트(Instint) MI300 시리즈를 선보였다.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AMD는 많은 기업이 자사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발표도 했다. 여기에는 시장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도 있다. 당시 AMD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들도 행보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 AMD의 주가 흐름. 2024년 3월 8일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문제는 엔비디아가 코드명 블랙웰, B200 시리즈를 선보이면 서다. 압도적인 성능의 칩을 선보이며 시장은 환호했고 다시 시선이 엔비디아로 옮겨갔다. 그 결과 AMD 주가는 2024년 3월 8일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강력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한 엔비디아와 달리 AMD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ROCm 6.0으로 인공지능 개발 포럼과 개발 언어 등에 대응하고 있다지만, 쿠다와 탄탄한 자체 연동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보유한 엔비디아와 비교 자체가 어렵다. 어떻게 보면 성장하는 인공지능 시장을 바라보며 손가락만 빨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 시장 부각, 과독점 우려
결국 건강한 경쟁이 중요하다


전반적인 상황은 두고 이제 다시 소비자 시장을 이야기하자. 채굴붐에 이어 인공지능붐까지 GPU 수요와 입지는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전문가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돈이 있어도 못 사는 물건이 되었다. 그에 맞추기 위해 제조사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소비자 시장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 규모를 보면 자연스러운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수요과 공급에 따른 문제를 떠나 과도하게 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포스 RTX 40 시리즈 가격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당시 엔비디아는 RTX 4090과 RTX 4080을 공개하며 출시 가격을 각각 1599달러와 1199달러에 책정했다. 원화로 약 263만 원과 192만 원을 제안했다.


▲ RTX 40 공개와 함께 등장한 RTX 4080 12GB는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만약 제품명이 바뀌지 않았다면 이후에는 이상한 구성의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더 비싼 가격에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는 RTX 20 시리즈를 시작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을 꾸준히 높여왔다. RTX 30 시리즈 중 RTX 3090과 RTX 3080은 1499달러와 799달러를 제안했다. 이전 제품과 비교하면 최상위 제품 가격은 올랐더라도 가장 많은 소비자가 찾는 80 계열의 가격은 어느 정도 선을 지키는 가격을 제안했다는 평이었다. 구하기 쉽지 않았더라도 책정된 가격만 놓고 보면 그렇다.

차세대 제품을 선보이며 엔비디아는 90 계열을 100달러, 80 계열은 400달러 인상을 감행했다. 게다가 RTX 4080은 사상 최초로 다른 제품에 같은 제품명을 쓰며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비록 취소되긴 했으나 처음에는 16GB와 12GB로 분리해 RTX 4080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12GB 제품은 RTX 4070 Ti가 되었지만, 시장이 느낀 충격은 적지 않았다. 엔비디아가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위를 통해 소비자 선택을 제한할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RTX 4080 16GB와 12GB가 그냥 출시되었다면 소비자는 더 낮은 사양과 성능을 갖춘 RTX 4070을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상황은 이렇지만, 그래픽카드의 미래는 밝다. 인공지능 연산부터 콘텐츠 생산과 소비 모두 가능한 그야말로 컴퓨팅 환경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만능 장치의 역할을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시장에서 최적의 가격으로 최고의 그래픽 환경을 경험하려면 결국 건강한 ‘경쟁’이 중요하다. AMD와 인텔 모두 뛰어난 제품을 선보여 엔비디아와 치열한 시장 경쟁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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