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서플라이, 꿈틀대는 80PLUS GOLD 시장 진단
파워 서플라이, 꿈틀대는 80PLUS GOLD 시장 진단
  • 김현동
  • 승인 2020.03.1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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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80PLUS GOLD 시장, 주력 용량 650W 벽을 넘다.

[트랜드진단] 시소닉 Core GX/GM/GC-650, FOCUS GM-750/850 파워 현주소




[2020년 03월 11일] - “어떤 파워가 좋아?”

이 단순한 질문 하나에도 한국의 마니아들은 복잡한 계산을 시작한다. 가성비도 고려해야 하며, 어느 수준의 시스템에 사용될 제품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에 맞추어 파워 서플라이의 기본적인 용량과 등급을 결정하고, 해당 등급의 파워 서플라이 브랜드 중 추천할 만한 제품을 선별해 낸다. 여기에 지불하는 가치를 넘어 소비자에게 되돌아올 만족감까지 고려하고 나면 마침내 구매할 제품이 결정된다.

이런 일련의 사고가 과연 일반적일까? 이미 익숙해진 우리는 ‘그렇다’고 답하겠지만, 전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유독 다르게 바라보고, 자신들의 제품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 베드로 여기는 것을 보면 아마 다르기도 한 모양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여타 다른 시장의 소비자보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판단, 이에 맞는 제품을 선별해 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 사회가 유독 변화와 발전이 빠른 원인 중 하나도 새로운 것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또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 같은 기반이 이미 마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변화가 읽히는 파워 서플라이 시장

PC에 전력을 공급하는 파워 서플라이는 여타 하드웨어와 달리 오랜 기간 변화상이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10년 전의 프로세서, 또는 그래픽카드와 지금의 그것을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성능의 차이가 벌어지지만, 파워 서플라이 영역에서는 이런 성능상의 차별점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10년 전에도 500W급의 파워 서플라이가 주력이었다면, 최근까지도 이 같은 추세에 큰 변화가 없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여타 하드웨어와 달리 세대가 거듭될수록 도드라지게 성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며, 전체 하드웨어가 소모하는 전력량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만 갖추면 또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답보상태는 일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어쩌면 이런 모호함이 오랜 기간 기본적인 품질조차 갖추지 못한, 소위 ‘뻥 파워’가 시중에 난립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다만, 오랜 기간 답보상태였던 파워 서플라이 시장에도 서서히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이다. 80PLUS, Cybenetics 등 파워 서플라이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지표와 더불어 풀 모듈러, LED 라이팅 등 감각적인 시도들이 접목되며 최근에는 이 시장도 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하드웨어 전체의 필요전력을 계산하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의 제품 중 가성비가 우수한 것을 선택하던 과거와 달리 여타 하드웨어처럼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다양한 감성 품질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

공급자 의도와 소비자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지점, 650W

파워 서플라이 시장의 또 다른 변화상은 짚자면, 최근 들어 급격히 ‘고효율’ 위주의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어느새 인가 600W 이상의 용량, 80PLUS GOLD 이상 등급의 파워 서플라이가 서서히 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하는 분위기이다.

80PLUS와 같은 고효율 인증이 반드시 전기요금의 절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고효율 파워 서플라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저변에는, 이런 고효율 인증이 복잡하고 선택이 어려운 기기에 대해 쉽고 직관적인 선택의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고효율 파워 서플라이가 전기요금의 절약을 기대할 만큼은 아니지만, 80PLUS GOLD 인증을 통과할 만큼의 높은 효율을 가진 파워 서플라이가 기본적으로 우수한 부품과 설계, 그리고 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가능케 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에는 검증할 수 없던 이런 전력의 품질이 더욱 쉽고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심리적 만족감에 대한 부분 역시 짚어보아야 할 부분. 과거의 파워 서플라이 시장이 ‘용량’ 위주의 시장이었다면, 현재는 명백하게 용량과 효율, 그리고 편의성 등 더 양한 선택의 기준이 작용하는 시장으로 변모했다. 용량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 밖에 전력효율, 풀 모듈러, LED 등 새로운 선택기준이 생겨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제품 선택의 기준이 다원화된 이 시장에서 공급자의 의도와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감 사이에서 절묘한 밸런스가 이어져 왔다. 예컨대, 550W급의 파워 서플라이라면 적어도 80PLUS STANDARD 수준의 전력효율을 갖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소비자의 일반적인 경향이었으며, 제조사는 바로 이 등급의 제품이 가장 높은 가성비를 갖도록 조율해 왔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더욱 용량이 큰 파워 서플라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650W급의 파워서플라이를 선택하는 소비자 대다수는 적어도 80PLUS BRONZE 수준의 효율 등급을 선호하며, 750W 이상의 용량인 경우 80PLUS GOLD 이상의 효율, 이왕이면 풀 모듈러 방식의 케이블을 선호하는 하나의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제조사에 따라 LED 라이팅 등 심리적 만족감을 높일 요소를 적용하기도 하고 말이다.

650W, 80PLUS GOLD 시장 확대

소비자의 니즈와 공급자의 의도가 이렇게 맞아떨어지며 80PLUS GOLD 이상의 파워 서플라이는 기본적으로 ‘비싼’ 제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개의 소비자 역시 적어도 750W 이상의 파워 서플라이를 선택하는 경우 80PLUS GOLD 등급을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용량의 80PLUS GOLD 파워 서플라이가 등장하고 있는 것. 가성비 위주의 브랜드인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고가형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아직 메워지지 않은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이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격을 현실화한 80PLUS GOLD 등급의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의 핵심은 650W~750W 용량의 80PLUS GOLD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80PLUS BRONZE 위주였던 650W 시장이 빠른 속도로 80PLUS GOLD로 이동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 할 수 있어 보인다.

80PLUS GOLD 이상의 고급 파워 서플라이 시장의 절대강자는 역시 시소닉(Seasonic)이다. 파워 서플라이의 원조 중 하나이기도 하며, 40년 이상 파워 서플라이만을 개발/제조해 온 전문기업답게 80PLUS GOLD 이상의 PLATINUM, TITANIUM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뽐내고 있다. 물론, 국내 소비자가 시소닉에 특히 큰 신뢰를 보내는 이유 중 하나는 우수한 제품 외에 제품을 공급하는 맥스엘리트의 명확하고 속 시원한 AS도 한몫하고 있고 말이다.


시소닉 역시 이런 시장의 흐름을 읽었던 것일까? 이번엔 기존의 시소닉 골드 라인업과 비교해 확연히 저렴한 Core 시리즈 650W 3종을 들고나왔다. 단순히 가격만 낮아진 것이 아니다. 동일한 제품임에도 풀 모듈러, 또는 꼭 필요한 케이블만 미리 설치해 둔 형태의 세미 모듈러, 그리고 모든 케이블이 장착된 형태인 Fixed Cable 3종으로 선택의 폭을 크게 넓혔다.

대개 가격을 합리화한 제품은 어딘가 품질에서도 약점을 가질 거라 생각하는 게 소비자의 일반적인 예상이라면, Core 시리즈는 각종 전문 리뷰를 통해 상위 라인업인 포커스 GX 시리즈와 차이가 없는 수준의 효율과 전력 출력 특성을 가졌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대신 불필요한 케이블의 수를 줄이고, 조금 더 심플한 섀시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원가의 절감을 이루어 낸 제품. 650W 파워의 선택 기준이 BRONZE에서 GOLD로 올라서는 첨병이 되는 제품인 셈이다.

시소닉의 제품 하나로 이런 시장의 변화를 설명한다는 건 어불성설. 이 같은 기조의 변화는 파워 서플라이를 제조하는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통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더욱 합리적인 가격대의 650W 골드 파워를 선보이고 있으며, 가성비 위주의 브랜드들은 골드 시장의 공략을 위해 가성비 높은 650~750W 골드 파워를 내놓고 있다. 기업 간의 전략이 이렇듯 650W ~750W GOLD 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물론, 마니아의 시선에서는 650W 파워 서플라이는 다소 부족해 보일지도 모를 일. 그러나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파워 서플라이 시장은 이제 650W가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점이다. 아울러 80PLUS BRONZE 위주였던 시장의 중심이 80PLUS GOLD로 이동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합리적 가격의 750W ↑
80PLUS GOLD 시장 열리고 있어

시소닉은 국내 마니아층에서 가장 높은 신뢰를 받는 브랜드이기도 한데, 그 저변에는 우수한 품질과 더불어 시장을 미리 읽고 대응하는 민첩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여타 브랜드들이 공격적인 시장공략을 위해 650W~850W BRONZE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동안 시소닉은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650W~850W GOLD 시장을 먼저 두드렸다. 그리고 시장은 시소닉의 예상처럼 빠르게 80PLUS GOLD로 이동하고 있고 말이다.


앞서 살펴본 3종의 Core 시리즈는 750W 이상 용량의 제품에서나 선택되던 80PLUS GOLD 등급의 선택 기준을 650W로 낮춘 제품이다. 반면, 시소닉 GM-750/GM-850은 빠르게 80PLUS GOLD로 이동하고 있는 시장에서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되는 제품. 풀 모듈러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의당 GX 시리즈를 구매하겠지만, 풀 모듈러 라인업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라면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고용량의 80PLUS GOLD 파워 서플라이를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듯 시소닉은 650W~850W 사이의 80PLUS GOLD 파워 서플라이를 입문(Fixed Cable), 중급(Semi Modular), 고급(Full Modular)으로 세분화하고, 이에 대응하는 라인업을 갖춘 셈이다. 골드 이상 등급의 파워 서플라이 시장에서 시소닉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발휘하는 이유 역시 이렇게 촘촘하게 포진된 라인업과 어느 제품을 구매해도 실망스럽지 않은 탄탄한 품질, 때로는 속까지 시원한 맥스엘리트의 사후지원이 결합한 결과가 아닐까?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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