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위기의 카메라 시장, ‘경험의 다양성’에서 돌파구 찾아야
[이슈+] 위기의 카메라 시장, ‘경험의 다양성’에서 돌파구 찾아야
  • 김현동
  • 승인 2021.07.12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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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12일] -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 시국 이전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자리를 일부 내어주더니 코로나-19 여파가 몰아치면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취미’의 영역까지 사라져가는 추세다. 야외활동 자체가 금지되니 그와 관련한 산업 자체가 일제히 스톱 되면서다. 카메라는 실내 못지않게 실외 활용의 비중이 높아 그 타격이 작지 않다.

실제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 – Camera & Imaging Products Association)가 발표한 2020년 디지털카메라 세계출하량을 보면 약 887만여 대 수준으로, 지난해 약 1,521만 대에 비하면 40% 이상 줄어든 수치다. 2021년 1분기 성적도 214만 대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상승 기세를 타고 있지만, 전망도 마냥 밝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침체국면은 그 원인이 다소 복잡하다. 우선 대체재가 많다는 것.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며, 여기에 전반적으로 카메라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어 업그레이드 분위기를 끌어내기 어렵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요감소 현상까지 합세했다. 그나마 1인 크리에이터 시장과 전문가 시장, 업그레이드 및 신규 수요가 어느 정도 지탱하며 판매량을 견인해왔다.


△ 그동안 카메라 시장은 ‘성능’과 ‘결과물’에 초점을 두고 발전해 왔다

그간 카메라는 ‘성능’과 ‘화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현재는 APS-C 이하 판형에서는 2,000만 화소 전후, 풀 프레임급에서는 적게는 1,200만에서 많게는 6,000만 화소 이상 집적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영상처리기술도 발전해 고감도 저노이즈는 기본이고 최대 8K 해상도 영상까지 자연스레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고화소임에도 고속연사가 가능할 정도이니 성능이나 화질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없다.

그 때문에 카메라 제조사는 이를 바탕으로 초심자부터 하이-아마추어,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장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그렇다고 제품 자체는 다양하지만, 이것만으로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카메라 제조사는 ‘다양성’ 자체에 무게를 두고 접근하는 모양새다. 여기에서 다양성은 사양의 세분화가 아니다. 성능은 물론이거니와 감성적인 부분일 수 있는 ‘디자인’ 그 자체의 다양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 미러리스 카메라지만, 과거 플래그십 DSLR 카메라처럼 설계한 카메라도 공개됐다

먼저 과거 DSLR 플래그십의 상징이었던 세로 그립 일체형 본체(일명 원바디) 디자인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캐논은 EOS R3, 니콘이 Z 9에서 과거 자사 플래그십 DSLR 카메라 형태를 접목한 상태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은 소형·경량화에 있지만, 캐논과 니콘은 과감하게 크기를 키워 성능과 배터리 효율을 개선하는데 쓸 것으로 전망된다.


△ 올림푸스가 공개한 OM-D E-M1X. 이 카메라도 미러리스지만, 세로 그립 일체형으로 먼저 등장했다

물론,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이 형태를 먼저 취한 것은 바로 올림푸스다. OM-D E-M1X에서 세로그립이 포함된 이른바 ‘원바디(One Body)’ 디자인을 채택했다.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볼 수 없으나 일부 마니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아쉽게도 올림푸스는 한국 내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세로 그립 일체형 본체의 이점은 내구성이다. 현재 미러리스 카메라 대부분은 높은 방진·방적 능력과 온도 대응력이 높다. 하지만 본체를 키우면 그만큼 내구성을 더 높일 수 있다. 더 큰 배터리 장착이 가능하며, 영상처리 엔진을 다수 장착하거나 메모리 버퍼를 늘리는 형태로 성능 향상을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여유로운 면적만큼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카메라 제조사의 다음 스텝은 ‘뉴트로’에 있다. 과거 인기 모델에 현대적 해석을 곁들여 재탄생시키는 시도다. 올림푸스가 과거 펜(PEN)과 OM 시리즈를 활용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였다. 후지필름 역시 X 시리즈에서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라이카나 핫셀블라드 등과 같은 제조사도 기존 디자인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낸 사례다.


△ 니콘이 공개한 미러리스 카메라 Z fc. Df처럼 FM2에서 영감을 받았다. 앞으로 이런 형태의 카메라가 수를 늘려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질세라 최근 니콘도 가세했다. 니콘은 과거 FM2 필름 카메라를 재해석한 Z fc를 공개했다. 기존 Z 시리즈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 니콘 D와 F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이번에는 과거로 돌아간 셈이다. 니콘은 DSLR 카메라 시절에도 FM2에서 영감을 받은 Df를 선보여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니콘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향후 캐논이나 소니도 자사의 옛 카메라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결과물’에 초점을 두고 성능을 꾸준히 높여왔던 카메라 시장은 이제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는 결과물 못지않게 카메라의 역사와 감성 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경험’의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손맛이나 촬영의 편의성만이 경험은 아니다. 이제 눈에 보이는 것부터 감각, 결과물 등 사진을 찍기 전부터 찍은 이후의 과정 모두가 그 경험에 포함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어려운 시장을 타개하려면 다양한 소비자가 느끼는 경험적 요소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그 변화는 작지만 시작되고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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