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α)7R4에 알파9까지 있는데?’ 알파1을 공개한 소니, 왜?
‘알파(α)7R4에 알파9까지 있는데?’ 알파1을 공개한 소니, 왜?
  • 김현동
  • 승인 2021.01.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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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30일] - 소니가 지난 1월 27일, 새로운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1(α1)’을 공개했다. 5,000만 화소 풀프레임(35mm 필름 면적의 이미지센서) 센서를 중심으로 두 개의 비욘즈(BIONZ) XR 영상처리장치가 호흡을 맞춘다. 그 결과로 고해상도 이미지(8640 x 5760) 외에 8K 30p, 4K 120p 영상 기록을 지원한다. 감도 또한 ISO 100에서 3만 2000, 확장하면 ISO 50에서 10만 2400까지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화소 자체로 놓고 본다면 이미 알파7R4가 6,100만 화소로 압도적인 수치를 갖췄는데, 알파1은 이보다 적은 5,000만 화소에 불과하다. 4K 120p 촬영은 최근 공개한 알파7s3에서 이미 구현된 것이다. 숫자가 의미하듯 일단 겉으로 드러난 부분은 향상된 성능을 바탕으로 기존 알파 제품군의 주요 기능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니는 왜 알파1을 내놓게 된 것일까?

α9 M3나 새로운 라인업이 아니라고?
소니의 새로운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는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위 ‘크롭’이라 부르는 APS-C 규격이 아닌,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제품군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상위 제품인 알파9 M2를 시작으로 알파7 M3, 알파7R4, 알파7s3, 심지어는 콤팩트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알파7C까지 공개하게 되었다.

포트폴리오 자체는 폭넓다. 화소는 낮지만, 초고감도에 4K 120p 촬영이 가능한 알파7s3, 6,100만 화소에 달하는 알파7R4, 기본기가 탄탄한 알파7 M3, 고속연사 및 극한 환경에 특화된 알파9 M2까지 준비되어 있다. 소비자 목적과 예산 등 여러 접근 방식에 따라 카메라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알파1의 등장은 조금 놀라울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내놓은 알파 라인업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에 가깝다. 알파7R4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화소는 높고, 이를 빠르게 처리할 능력을 갖췄다. 편의성 확보를 위한 부분들도 획기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촬영-전송 워크플로우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하나씩 살펴보면 알파1의 핵심은 두 개의 비욘즈(BIONZ) XR 영상처리장치에 있다. 기본적인 성능 향상이 이뤄졌지만, 처리 방식의 최적화는 효율성까지 확장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5,000만 화소 이미지를 초당 30매 연속 기록이 가능하고, 8K 30p 혹은 4K 120p 영상을 문제 없이 기록하는 능력은 여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초점 검출 실력도 출중하다. 화면 영역의 92% 정도가 위상차 측거점이고, 최대 759개 영역의 측거점을 중심으로 피사체를 정확히 파악한다. 뷰파인더는 944만 화소, 초당 240회 깜박이는(주사율 240Hz) 사양으로 광학식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했다.

전송 방식은 역대급이다. 최대 5GHz 대역에 대응하는 2x2 MIMO 무선 전송 안테나에 10Gbps 대역 USB-C(USB 3.2 Gen2), 기가비트 이더넷, FTP 전송 지원, 원격 촬영 기능 등이 가능하다. 사실상 필드와 스튜디오 환경 모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 것이 지금의 알파1이라 할 수 있겠다.

진정한 플래그십을 원했던 것일까?
α9의 가지치기가 아닌 1을 쓴 소니의 속내


2006년, 소니가 처음 디지털이미징 사업에 진출하면서 내놓았던 알파100은 아쉬움이 제법 많았던 제품이었다. 첫 제품이라는 의미에서 중요했지만, 타사 플래그십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풀프레임 센서도 아니었다. 이후 소니 DSLR의 플래그십은 알파900으로 마무리되었다. 소니가 제안한 DSLT(디지털일안투과식)도 플래그십은 알파99의 몫이었고, 미러리스도 마찬가지다. 알파100 이후 렌즈교환식 카메라에서 소니가 1을 앞세운 라인업은 사실상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과거 추격자 자리의 소니였다면 지금은 시장을 이끄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대중화에도 일정 부분 지분이 있다. (첫발은 파나소닉-올림푸스가 APS-C로는 삼성이 발 빠르게 대응했고 반응도 좋았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분야는 오히려 소니가 시장을 이끌었다. 자리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그만큼 노하우도 많이 쌓였고, 기술 축적도 상당하다.

알파1은 소니가 디지털이미징 시장을 본격적으로 리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기존 흩어졌던 알파의 기능을 하나(1)로 모은다는 의미도 담았으리라.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현재 사양의 카메라는 얼마든지 다른 넘버링을 부여할 수 있다. 알파9의 가지치기도 가능(알파9R이나 알파9s 등으로)하며, 알파7 시리즈의 가지치기도 고려해 볼 부분이다. 이제 자신감을 드러내도 되겠다는 소니 내부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소니의 노력
고화소와 고성능 모두 노리는 α1


알파1의 목적은 명확하다. 진정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고화소 이미지와 고화질 영상을 필요에 따라 담을 수 있으면서, 그에 필요한 신뢰성을 녹인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굳이 불필요하게 두 개 이상의 카메라를 휴대할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한 한 그야말로 전문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래그십 카메라다. 물론,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으니 말이다.


동시에 이 카메라는 달라지는 디지털이미징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카메라는 꾸준히 고화소를 바탕으로 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 전통적인 전송 방식으로는 이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알파1은 최신 전송규격을 대거 채택함으로써 달라진 환경에 대응했다.

소니의 새 플래그십은 나름대로 상징성을 내포하며 등장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프로 시장이 아닌 일반적인 취미 영역에서의 사진영상은 지금의 흐름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 가격과 사양(성능)의 타협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알파1은 사진영상이 곧 자신의 모든 것인 프로 시장을 완벽히 겨냥했다. 취미로 접근해도 아쉬움은 없지만, 고가의 제품을 덥석 구매할 소비자는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 중요한 것은 이후의 소니 행보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어떻게 반영해 나갈까?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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