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찰칵찰칵’ 클래식 멋 입은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 Z fc
‘추억은 찰칵찰칵’ 클래식 멋 입은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 Z fc
  • 김현동
  • 승인 2022.01.0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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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8일] - 최근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의 흐름은 셔터 앞 반사거울과 펜타프리즘이 사라진 미러리스(Mirrorless) 방식으로 완전히 넘어간 듯한 모습이다. 아직 전통적인 방식의 일안반사식 디지털카메라(DSLR)가 남아 있지만, 현재 출시 중인 카메라의 80~90%가량은 미러리스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새로운 장르가 등장한 지 약 10년이 지난 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보면 기술의 발전이 새삼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를 꼽는다면 단연 소니가 아닐까 싶다. 삼성전자와 함께 빠르게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열었다. 올림푸스와 파나소닉도 비교적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니콘 역시 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던 제조사 중 하나다. 1인치 이미지센서를 활용한 미러리스 카메라 브랜드 니콘 1을 선보였었다. 물론, 센서 크기가 주는 한계와 애매한 상품성으로 쓴 맛을 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니콘은 Z 시리즈를 중심으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품은 Z 6와 Z 7, APS-C(DX포맷) 이미지센서를 품은 Z 5와 Z 50은 시장에서 충분히 그 실력을 입증받았다.


니콘은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성을 불어넣은 미러리스 카메라 Z fc를 선보였다. 과거 그들의 필름 카메라 FM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 단연 돋보인다. 과연 니콘 Z fc는 니콘 카메라의 과거를 기억하는 또는 멋진 카메라를 찾는 소비자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을까?

멀리 서는 니콘 FM2의 추억을 고스란히...
가까이는 니콘 Df를 작게 옮겨 놓은 듯한 디자인


니콘 Z fc의 첫인상은 과거 선보였던 Df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모두 니콘 전설의 필름 카메라 FM2에 기초하고 있어서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Df는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시대의 정점에, Z fc는 미러리스 시대의 정점에 등장했다는 것이리라.


▲ 외모는 니콘 전설의 필름 카메라 FM2에서 가져왔다

큰 차이는 존재한다. 바로 판형이다. 전자는 135 필름 규격에 준하는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품었고, 후자는 APS-C 규격 이미지센서를 품었다. 디지털 시대에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대다수 미러리스 카메라가 풀프레임 혹은 더 큰 이미지센서를 채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니콘이 의도적으로 Z fc의 잠재력에 제한을 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디까지 추측이지만, c의 의미가 APS-C에 기인한다면 풀프레임을 채용한 Z f의 등장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빠졌는데, 니콘 Z fc의 디자인은 이미 과거에 충분히 검증된 카메라의 재해석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없다. FM 시리즈의 특징을 잘 물려받았고 미러리스 카메라 특유의 기능적인 부분도 잘 녹아 있다.


▲ 크기가 작기 때문에 손에 쥐는 맛은 아쉽지만, 휴대성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판형이 작다는 것은 곧 휴대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Z fc는 이 부분이 돋보인다. 폭 134.5mm, 높이 93.5mm, 두께 43.5mm 정도로 타 카메라와 비교하면 작다.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 소지(새끼손가락)가 남을 정도. 때문에 손이 큰 성인이라면 불편할 수 있으며, 반대로 손이 작은 이라면 사용에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립감은 조금 아쉽다. 크기를 위해 그립부를 희생했기에 카메라를 꽉 쥐는 데 한계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손이 작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지만, 손이 크다면 힘을 주고 쥐어야 해서 장시간 들고 있으면 피로함이 느껴진다.


▲ 상단에는 다양한 다이얼과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카메라 상단에는 다양한 조작 다이얼이 있어 촬영에 도움을 준다. 후면을 기준으로 보면 왼쪽에 감도와 촬영 모드를 변경하는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감도는 ISO 5만 1200에서 확장 감도 2단계(H2)까지 쓸 수 있으며, 1/3 단계로 세밀하게 다루도록 했다.

오른쪽에는 셔터 속도 조작 다이얼과 사진, 영상 전환 스위치, 셔터 버튼과 전원 스위치, 동영상 녹화 버튼, 노출 조절 다이얼 등이 배치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부분에 작은 액정 디스플레이에 있다. 타 카메라는 액정이 없거나 큰 디스플레이에 셔터 속도와 조리개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데 여기에서는 순수하게 조리개 수치만 표시한다. 이 때문에 Z fc의 클래식함이 극대화되는 느낌이다.


▲ 후면은 최근 출시되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후면은 액정 디스플레이와 뷰파인더, 조작 버튼과 다이얼 등이 배치되어 있다. 우선 좌측에는 촬영 후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한 리뷰 버튼과 이미지 삭제에 쓰이는 삭제 버튼이 제공된다. 바로 옆에는 뷰파인더와 디스플레이를 전환하는 버튼이 있다. 오른쪽에는 노출 혹은 셔터 고정 스위치를 시작으로 조작 다이얼과 메뉴 버튼 등이 배치됐다. 대부분의 미러리스 카메라가 취하는 구성이다.

액정은 회전형으로 3인치, 104만 화소 사양이다. 화면 자체가 밝고 선명한 편이며 터치를 지원해 손가락으로 필요한 조작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틸트가 아닌 회전형이라 셀카 외에 다양한 각도로 촬영을 할 수 있다. 카메라의 성격이 전문적인 촬영보다 일상에서의 촬영(스냅)이 주라는 점을 반영한 듯하다.

다양한 다이얼을 돌리고, 반셔터 누르면 ‘오호~’
클래식한 감성 속에 탄탄한 기본기 돋보여


이제 니콘 Z fc의 실력을 확인해 볼 차례. 렌즈는 NIKKOR Z DX 16-50mm f/3.5-6.3 VR을 사용했다. 카메라에 기본 제공되는 이른바 ‘번들 렌즈’ 중 하나로 Z fc에 맞춰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참고로 Z fc는 초점거리 16-50mm를 제공하는 줌렌즈 혹은 28mm 초점거리를 제공하는 단렌즈를 포함한 키트가 판매 중이다. 물론 카메라 본체만 있는 형태로도 판매된다.


▲ 이미지 센서의 성능은 뛰어난데 기본 렌즈가 이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니콘 Z fc / 50mm / ISO 100 / f/6.3 / 1/60초)

촬영을 위해 셔터 버튼에 검지 손가락을 올리고 살짝 힘을 준다. 반셔터가 기능하면서 초점을 기민하게 잡는다. 이제 미러리스 카메라가 DSLR에는 못 미친다는 이야기는 과거에 불과하다. 최근 출시되는 타 카메라들도 마찬가지지만, Z fc 역시 측거 능력은 수준급이다. 아주 어두워서 분간이 안 되는 게 아니라면 반셔터를 하는 순간 ‘삐빅’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화질은 무난하다. 이런 표현을 쓴 이유는 렌즈 때문인데, 함께 제공되는 기본 렌즈가 최대 광각에서는 수긍이 되는 화질을 보여주는데 비해 최대 망원으로 초점거리가 이동할수록 광각만큼의 선명함이 조금 무뎌지는 인상을 준다. 아무래도 기본 렌즈가 휴대성과 비용적 측면을 고려해 설계되다 보니까 자연스레 뒤따라오는 한계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 DX 포맷이라 풀프레임 대비 판형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이를 결과물로 상쇄한다

이 카메라에는 2088만 화소 사양의 니콘 DX포맷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다. 35mm 필름 대비 초점거리 1.5배에 해당하는 APS-C 규격 이미지 센서다. 화소나 성능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없다. 여기에 엑스피드 6 영상처리장치와 호흡을 맞춰 ISO 100에서 5만 1200까지 쓸 수 있고, 확장하면 20만 4800까지 대응한다. 연속 촬영도 최대 11매까지 가능할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동영상 촬영도 수준급이다. 풀 HD 해상도는 1080p, 120 프레임 기록이 가능하며 4K는 30 프레임까지 기록할 수 있다. 사진은 물론이고 영상까지 최근 흐름에 맞춰 제공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부가기능도 탄탄하다. 동물 인식 자동초점 기능부터 결과물을 취향대로 만들 수 있는 픽처 컨트롤과 크리에이티브 픽처 컨트롤 등이 있으며, 기존 니콘에서 호평받았던 기능도 충실하다.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 속에 필요한 기능은 대부분 갖췄기에 스트레스 없이 촬영 가능해 보인다.

APS-C 규격 센서, 기본 렌즈의 화질
아쉬움 있지만, 사진에 대한 경험 확장 첫걸음


니콘 Z fc의 강점은 감성적인 부분이 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분명 외적인 완성도는 다른 Z 시리즈와 궤를 달리한다. 그러나 멋만 강조한 것이 아니다. 성능 자체는 니콘 Z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기민하게 피사체를 검출하고 빠르게 결과물을 내놓는다. 취미로 사진을 찍거나 그렇지 않거나 모두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실력과 외모를 동시에 지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빠르게 진출했고, 또 어떻게 보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늦게 도전한 니콘의 전략에 아쉬움도 느껴진다. 클래식한 디자인, 탄탄한 성능을 갖췄으나 이미 올림푸스(지금은 철수했지만)와 후지필름의 그것을 크게 뛰어넘는다 보기 어렵고, 성능은 상향 평준화되면서 무색해졌다. 니콘 특유의 감성으로 밀어붙여야 성공하는 태생적 한계를 갖지만, 이를 제외하고 봐도 충분한 매력이 보인다. 남은 것은 소비자의 선택과 니콘의 꾸준한 지원이 아닐까 생각된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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