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뜨겁게 안녕~’ 한국 시장 철수 올림푸스
‘뜨겁게 뜨겁게 안녕~’ 한국 시장 철수 올림푸스
  • 김현동
  • 승인 2020.06.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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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철수를 보는 시선, 득인가 독인가?

제품 출시는 늦었지만, 시장 철수는 빠른 올림푸스, 먼 훗날 잘했다 평가될지도




[2020년 06월 08일] - 올림푸스가 우리나라 카메라 시장에서 철수한다. 오는 6월 30일까지 온·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이후에는 유무상 서비스만 진행한다고. 이것도 2026년 3월 31일이면 종료한다. 사실상 한국 소비자와 함께할 시간이 6년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무려 100년이 넘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광학기술 전문기업의 국내 카메라 시장 철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철수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카메라 사업은 포기하지만 반대로 입김이 강세인 의료 및 과학 솔루션 사업 투자는 꾸준히 이어간다는 속내는 드러냈다. 철저히 돈이 되는 사업만 하겠다는 의중이다.


즉 한물간 카메라를 내주고, 전문 계측 장비 분야를 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의료내시경·복강경·수술 장비 등의 진단 및 치료 장비, 현미경·산업 내시경·계측 및 측정을 위한 과학 솔루션 사업은 여전히 올림푸스가 강세인 분야다. 이 분야가 대외 이미지를 중시하다 보니 깨알 같은 디테일도 포기하지 않았다. 기존 의료 트레이닝 센터(인천 송도)의 운영과 사회공헌활동은 변함없이 이어갈 예정이다. 한쪽에서는 포기를 한쪽에서는 투자를,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국내 시장에서의 철수 이유 ‘수익성 악화’

올림푸스한국은 국내 시장에서 디지털카메라 판매를 포기하게 된 이유로 수익성 악화를 들었다. 말 그대로 수익이 높지 않아 조직(유통·판매 전반)을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올림푸스 내 사업 중 카메라(영상사업)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월 기준으로 6%(487억 엔)가량이다. 내시경과 외과용 수술 장비 등을 포함한 의료사업이 80%, 현미경과 같은 사이언스 솔루션 사업의 비중이 13% 정도에 달한다. 요약하자면 올림푸스 그룹 내 영상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하락세다. 이마저도 실제 누적 적자가 상당하다


국내는 사정이 더 좋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국내 일반 소비자용 카메라 시장은 메이저 3사로 손꼽히는 캐논·니콘·소니가 이끌고 있으며 시장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세 제조사가 국내 시장의 약 60~70%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후지필름·파나소닉·펜탁스·시그마·라이카 등이 잇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올림푸스의 국내 카메라 시장 점유율은 1~3% 이내로 예상된다.

사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초기 컴팩트 카메라가 주를 이루던 시절(2000년대 초반)의 올림푸스는 재미를 봤다. 당시 몸값 비싼 전지현을 홍보모델로 기용하고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던 ‘뮤’ 시리즈가 제법 팔린 효과에 힘입어 가능성을 내다본 효과다. 하지만 DSLR 및 미러리스 등 제품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경쟁이 덜 치열하던 초기,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이끌며 주목받았지만, 효과는 짧았다. 변화 주기가 짧은 시장에서 결국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카메라 시장 분위기는 많이 변했다. 특히 이미지 센서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특히 풀 프레임 카메라의 가격대가 낮아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2010년대에는 단순히 풀 프레임과 APS-C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1인치, 645 포맷(중형) 등 판형의 수 자체가 늘었다. 이 무렵 올림푸스의 설 자리는 더욱 애매해졌다. 소형화에 기대를 걸었던 포서드와 마이크로포서드는 APS-C와 1인치 판형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면서 올림푸스는 반대 효과로 밀려났다. 카메라 우수성을 알리고자 매력 자체를 부각하려면 홍보를 해야 하고, 자연스레 규모의 경제를 돌려야 되는데 여력은 안 되는 상황. 알려지지 않으니 판매도 줄어들고, 이는 곧 매출 및 수익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효과가 숨통을 조였다. 극복하려면 역시 홍보를 해야 하고, 하지만 여력은 안 되는 이런 루틴만 반복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편 인하 정책 효과에 반짝 수요가 증가했으나 돌이켜 보면 그 전략이 독이 됐다. ‘내림푸스’라는 별명을 얻기 시작한 것도 이것 때문이니 말이다.



결국 올림푸스는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DSLR 시절 여러 좋은 기술(초음파 먼지 제거, 라이브 뷰, 회전 액정 등)을 도입했지만, 가치를 살리지 못했다. 미러리스는 더욱 고립됐다. 시장을 개척하면서 현재 카메라가 채택 중인 기술(특히 5축 손 떨림 방지와 렌즈 연동 손 떨림 방지)들을 대거 실현했음에도 선두주자라는 위상도 기회도 명예도 모두 누리지 못했다. 주목이 안 되니 점유율은 낮아지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모습은 데자뷔를 보는 것 마냥 같다. 업계가 지적하는 공통분모라면 결국 올림푸스한국이 국내 시장 철수를 결심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거다.

올림푸스의 카메라 사업 좌초, 전 세계에서 추락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올림푸스의 힘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들린다. 일부 매체는 스마트폰과의 경쟁에 밀려 올림푸스가 영상 사업을 축소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인 것은 틀림없으나 그 의견이 옳다는 것에는 이견이 분명하다. 엄밀히 따지면 올림푸스의 사업 축소는 스마트폰 등장 이전부터 예견된 것과 다름없던 상황. 이미지 센서로 사진을 기록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예고된 흐름이다.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와 전략의 실패가 연쇄 폭탄 효과로 터졌다.

디지털 이미징 시대, 올림푸스는 ‘포서드(Fourthird)’ 규격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렌즈교환식 카메라 플랫폼인 ‘이-시스템(E-System)’을 전면에 내세웠다. E-1이 그 시작이다. 등장 초기에 준 충격은 제법 컸다. 사진작가가 올림푸스 카메라를 들고 거친 모래폭풍을 뚫으며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올림푸스 이-시스템은 당시 디지털카메라, 그러니까 렌즈교환식 카메라가 담지 못했던 기능을 담으며 차별화를 꾀했다. 완벽에 가까운 방진·방적, 초음파를 활용한 센서 먼지 제거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포서드 규격의 이미지 센서가 상대적으로 작았기에 가능했다. 이미지 센서 크기가 작은 대신, 부가 기능을 추가하기에 유리했던 구조다. 결과적으로 포서드와 마이크로포서드 모두 판형이 주는 한계 외에도 부가적 요소까지 시장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했다.


패착은 이 이후부터다. 상대적으로 작은 이미지 센서에 대해 올림푸스는 ‘디지털 풀 프레임’이라는 묘한 논리를 펼쳤다. 3:2 비율이 아닌 당시 디스플레이 규격에 맞는 4:3 비율은 디지털 시대에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도 ‘풀 프레임’이라는 표현은 선을 넘은 것이었다. 틀린 이야기도 아니기에(렌즈 이미지 서클에 센서가 정확히 맞는 설계) 어떻게 보면 기존 센서 규격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도전은 기존 대비 이점을 충분히 안겨줄 수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보장됐다.

포서드는 그렇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이미지 센서는 35mm 필름 환산 ‘2배’ 초점거리라는 약점으로 이어졌다. 예로 초점거리 25mm 렌즈는 35mm 판형의 50mm와 유사한 화각을 제공하게 된다. 이 부분은 제조사가 다양한 렌즈로 극복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올림푸스는 포서드 시스템에 맞는 여러 렌즈를 개발했고 시장에 내놓았다. 이는 마이크로포서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발전하는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상대로 올림푸스가 시류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 시대의 흐름이 사진 품질에서 고화질 영상으로 이동할 때 신제품 출시 시기가 어긋난 것이 시장 합류를 가로막았다. 그 상황에서 동일한 플랫폼을 채택한 파나소닉은 반사 이익을 누리며 지금 올림푸스와 달리 파나소닉은 영상 분야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같은 마이크로포서드 판형을 채택했지만, 운명은 두 제조사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기본적으로 센서의 판형 한계로 화질(특히 고감도)을 개선하지 못했고, 동영상으로 넘어가던 시대에 늦장 대응으로 시기를 놓쳤다. 수중 촬영이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었지만,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았고, 액션캠이나 프리미엄 컴팩트카메라 등 경쟁 제품의 등장으로 영향력 확대에 도움이 안 됐다. 시도는 참신했고 아이디어도 신박한 브랜드였지만 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어느 하나도 먹혀들지 않았다. 시장이 사실상 등을 졌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고전이 멈추지 않았다.

올림푸스는 나름 도전정신 강한 카메라 제조사였다.

이렇게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올림푸스지만 사실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에 도전해 왔던 개성 강한 카메라 제조사임은 틀림없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올림푸스는 소형화 외에 사진을 효율적으로 촬영하는 법을 제안했다. 이 기조가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다만 포서드(마이크로포서드) 포맷이라는 한계로 빛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시작은 올림푸스 펜(OLYMPUS PEN)이다. 1959년 출시된 이 카메라는 처음으로 하프(Half) 촬영 방식을 도입했다. 35mm 필름 한 매를 반씩 촬영하는 것으로 필름 한 롤로 두 배의 결과물을 기록할 수 있음으로 그 자체가 주목받았다. 물론, 이 카메라는 대박이 났다. 사실상 올림푸스 펜은 지금의 올림푸스를 만들게 해 준 희대의 명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메라 판형이 절반으로 줄었으나(어떻게 보면 이게 포서드의 시작이다.) 비싼 필름을 최대한 아끼면서 사진을 즐길 수 있으니 그 자체로는 장점이라 하겠다. 크기를 줄일 수 있었고 고급 렌즈 설계 도입으로 화질 저하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어 출시된 PEN-F는 펜의 장점인 ‘하프 촬영’과 ‘소형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렌즈 교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크기를 줄이면서 렌즈 교환식 특유의 다양한 화각의 렌즈를 쓸 수 있게 됐다. 이는 일반적인 SLR(일안반사식)에 쓰이는 펜타 프리즘(Penta Prism)을 쓰지 않고 포로 프리즘(Porro Prism)을 채택했기에 가능했다. 이 감각적인 디자인은 마이크로포서드 기반의 첫 미러리스 카메라 ‘PEN E-P1’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올림푸스는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는데, 모두 포서드 및 마이크로포서드 기반 카메라에 적용되기도 했다. E-300/330은 포로 프리즘을 채택한 카메라 중 하나다. 펜타 프리즘은 빛을 통과시키는 프리즘이 오각형 형태를 취하지만 포로 프리즘은 직각 삼각형 형태의 프리즘 두 개를 배치해 빛을 통과시키게 된다. 쌍안경이나 잠망경과 유사한 구조다. 이 설계는 추후 포서드 기반의 일안반사식 카메라 E-300, E-330 등에도 도입된 바 있다. 이후 올림푸스는 XA와 뮤(μ) 등 참신한 구조의 카메라를 선보이면서 올림푸스의 명성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디지털 시대에 올림푸스는 다양한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E-시스템에서는 작은 본체임에도 초음파 방식 센서 먼지 제거 기술을 도입하거나 라이브 뷰 등을 도입했다. 촬영한 사진을 멋지게 후보정하는 아트필터, 렌즈를 시리얼 번호별로 인식해 핀 교정을 진행하는 기능도 담았다.

일반적인 반사 거울과 펜타 프리즘을 없애고 크기와 화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처음 제안한 것도 올림푸스다. 당시 파나소닉과 함께 마이크로 포서드 연합을 구성했다. 하지만 현재 파나소닉은 라이카와 시그마와 함께 L-마운트 연합을 구성한 상태다.

디지털 패러독스~ 올림푸스만의 위기? 예외는 없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림푸스는 여러 약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력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닐 정도. 버티고 버티다 결국 백기를 들었지만 그들의 도전정신과 참신한 제품들은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안녕”이라고.


한때 소유욕을 자극했던 마이크로포서드의 플래그십 OM-D E-M1X. 이제 우리나라에서 이런 괴짜 느낌의 카메라를 만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으로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 NX를 포기했고, 올림푸스가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처럼 다른 카메라 제조사 역시 한국 시장 및 사업을 유지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현재로는 예측이 어렵지만, 점유율이 낮고 광학 관련 사업 구조가 단순한 제조사를 꼽자면 후지필름 혹은 펜탁스 등이 순위에 오른다.

디지털 광학 장비 대명사 카메라 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한때는 큼직한 카메라 가방 어깨에 메고 북촌 한옥마을 거니는 것을 멋 부심이라 표현하던 시기도 존재했다. 세상이 변화한 지금 그러한 모습은 사라지고 기껏 보이는 모습이라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미러리스 혹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차지한 상태다. 첫째도 줄째로 스마트폰 영향 때문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카메라 제조사는 스마트폰이 가질 수 없는 무기를 가지고 대항해야 하나 큰 조직의 단점은 세상 변화에 무뎌 있다는 것. 변화의 필요성을 심각하다고 분석하고 깨달은 곳은 얼마나 될까? 시장에서 앞으로 도태할 카메라 제조사는 어디일까?


막막한 앞날 만큼 우리의 선택지와 사진에 대한 추억도 하나둘 줄어들고 있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기에 두려울 정도다. 올림푸스가 첫 번째 희생양이 되어 시장에서 철수하지만 어찌 보면 먼 훗날에 평가했을 때 가장 신속했고 현명했고 명확했던 결단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돈이 되는 사업에 주력하겠다는데 그게 그릇된 결단은 아닐 거다. 기업의 논리는 원래 이득을 꾀하는 데 있으니까!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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