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PC 인생, 2막은 AMD와 함께. 라이젠 스토어 (이안컴퓨터) 최원일 대표
20년 PC 인생, 2막은 AMD와 함께. 라이젠 스토어 (이안컴퓨터) 최원일 대표
  • 김현동
  • 승인 2020.06.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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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가 좋아 시작한 일, 라이젠으로 인생 2막

'다그쳐봤자 되는 일 없더라' 순리대로 정석대로 풀어낸 24년 외길 PC 전문점




[2020년 06월 15일] - ‘내 인생에 PC는 천생연분, 향후 10년 더 뛰고 싶다.’

그저 PC가 좋았고 PC와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청년은 20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 용산 선인상가에 작은 매장을 낸다. 486과 586 그리고 펜티엄 등이 그 시절을 상징하던 문물인데 꼼꼼한 성격 탓에 한 번 찾았던 이가 지인을 재차 소개하면서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고. 큰돈들인 광고 한번 없이도 늘 시끌벅적하던 그 시절,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지금의 자리를 옮겼다. 이안 컴퓨터라고 적힌 간판을 달고 한 자리에서 손님을 맞은 세월만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겼다. 그리고 2020년 6월 20년 세월 탄 간판은 새로운 간판에 자리를 내줬다. 블랙과 레드 투 톤에 라이젠 스토어라고 적혀있었다.

분주하게 진화하는 기술의 총아, PC를 다루기에 최신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면 족하지만, 그 속의 분위기는 진득한 사골국물처럼 세월이 머무는 사랑방을 연상케 한다. 이곳을 다녀간 이라면 필시 PC에 관한 저마다의 사연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코로나19로 필요한 학습용 PC 상담이 줄을 잇는데 작은 동네 상권에서 20년 긴 세월을 건사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첫째도 기본, 둘째도 기본, 셋째도 기본이라고 말하는 이안컴퓨터 최원일 대표.

본업인 PC에 관한 아니 전자제품에 관한 모든 것을 해결할 정도로 눈썰미와 손재주가 남다르던 최 대표의 손을 거친 제품은 다시 심장이 뛰지만,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배움도 끝이 없다.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함에도 3년 전에는 노트북 수리 기술도 습득했고 덕분에 브랜드 서비스 센터가 기한 만료를 이유로 거부하거나 큰 비용 들여 교체만 고수하던 제품도 이곳을 다녀가면 저렴한 비용에 새 생명을 얻는다. 미세한 회로 기판은 물론 칩셋 교환도 뚝딱 가능하니 주변 지인에게 최 대표는 맥가이버와 진배없다.

“80~90년대 PC의 중심은 세운상가였고, 도시계획이 시작되던 90년 이후 분위기는 용산으로 기울었죠. 당시에는 개인용 PC가 막 뜨던 시기였어요. PC라는 단어도 생소했지만, 무척 고가 장비였기에 아무나 사용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분야에 마음이 끌렸어요.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PC와 연관한 분야를 공부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그렇게 내디딘 인생이 어느 사이 20년을 넘겼네요.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PC가 가전 제품화되어 쓰일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그러한 변화를 직접 경험했고요. 10년 뒤에도 저는 이 분야에서 뛰고 싶습니다.”

저가 브랜드의 인생 역전, 지금은 AMD가 대세랍니다.

최 대표의 인생 지론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아무리 급해도 아무리 일이 몰려도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다. 모든 일을 거스르는 원흉에 ‘빨리’와 ‘대충’이라는 두 가지 단어가 매번 관여한다는 것을 알기에 당일 주문 당일 출시라는 공식이 이곳에서는 절대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는다. PC 조립을 예로 들자면 고객의 요구 조건을 맞추는 단계부터 줄다리기가 기본이다. 100만 원짜리 PC를 만든다 치자. 하지만 기준은 가격이 아닌 용도를 향한다.

100만 원짜리가 필요한 용도가 무엇인가를 먼저 확인하고 나서야 조건에 맞는 부품을 고를 수 있다. 자칫 융통성 없다는 소리 나오기 딱 좋은 조건이지만 한번 경험하고 난 이라면 다음부터는 저절로 나오는 한 마디 “사장님~ 우리 아이 학습용 PC 한대 조립해주세요~” 큰돈이 들어가는 제품임에도 선 듯 맡기는 이유는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방증. 최 대표가 고객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협소한 상권임에도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이란다.


“이야기하는 순간부터 느낌이 와요. 공통으로 가격이 가장 낮은 제품을 찾죠. 그런데 요청하는 대로 조립하고 납품이 이뤄지면 70% 이상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용도에 비해 낮은 사양이거나 혹은 용도와 어울리지 않는 부품을 사용한 PC가 기대하던 성능을 충족할 리가 없어요. 사용자 요구에 맞춰 당장 한 대 팔아 치우자는 마음만 급급하면 그 손님을 통해 매출은 발생할 수 있겠지만 거기서 끝이 납니다. 설명에 시간이 걸리고 설득이 쉽지 않아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대안을 제시한다면 분명 만족은 더 커지는 법이죠. 판매가 주가 아닌 실리에 초점을 맞추면 고객은 다시 찾아옵니다. 20년 전 거래를 튼 손님이 아직도 저를 찾아옵니다. 제가 이 사업을 하는 한 계속 단골이 되지 않을까요.”

제품이 완성되었다고 해서 바로 납품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 하루나 이틀을 강도 높게 테스트한다. 최 대표는 이 과정을 에이징한다고 설명했다. CPU와 메인보드, 메모리와 SSD 등의 궁합이 제대로 맞아야만 데이터도 원활하게 이동하고 냉각도 수월하고 결국 이러한 동작이 유연하게 이뤄져야만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내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하기에 80% 가까이 부하를 가하고 동작에 문제가 없음을 직접 확인하는데 이 과정을 통과한 시스템만 최종적으로 납품이 이뤄지고 만약 문제가 불거지면 납품 일정은 조정된다. 마찬가지로 빨리 납품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납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AMD와의 인연도 실리에서 비롯했다. 매번 조건에 부합한 시스템을 찾았고 인텔을 기준으로 삼다 보면 늘 금액 초과가 빈번했던지라 어떤 식이든지 추가 비용은 피하기 힘들었다고. AMD를 모르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저가형 시스템에만 주로 눈을 돌렸던 경험이 두터워 당장 쓸 생각은 없던 상황에서 우연히 라이젠에 손이 가더란다. 그 시기를 작년 이맘때로 기억했다. 마찬가지로 완성한 제품은 테스트를 거쳤고 여느 때와 다르게 번뜩이던 문장 ‘어라~ 괜찮네~’ 화면의 움직임이 부드러웠고 부하가 걸리던 상황에서도 경쟁사 제품보다는 라이젠의 효율이 더 만족스러웠다. 결정적으로 초기 구매 비용도 저렴했기에 시장 수요를 충분히 뒷받침할 거라 확신했다.

일반 PC 대리점 간판 내리고, 라이젠 스토어 올렸다.

그전까지는 AMD 취급을 선호하지 않던 이안컴퓨터. 하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AMD 라이젠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PC 대리점이라는 인상이 간판부터 진하게 풍긴다. 동내 상권을 대상으로 PC를 판매하는 대리점이기에 많은 물량을 빼는 것은 아니지만 나가는 비중의 90% 이상이 라이젠을 기본 플랫폼으로 선택한다. 20년 만에 발생한 이변이라는 데 최 대표가 주저 없이 동의한다. 취급하기 전까지는 긴가민가했던 마음에 주저했으나 경험하니 과거의 AMD가 아니었구나 싶었다고. 불과 1년 남짓한 사이에 시장에서 AMD를 먼저 찾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교복 입은 학생 사이에서 “아저씨 라이젠 PC 있어요?”라는 문의를 적잖이 받는다. 인텔을 써야 한다는 당위성도 작년 이맘때 기준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이 인텔이 라이젠에 밀리는구나 였습니다. 물론 인텔을 선호하는 분은 여전히 인텔을 선호하긴 해요. 수십 년간 집권하던 브랜드인데 단기간에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건 어렵다는 거 인정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납품했던 라이젠 PC는 아직 문제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이전의 AMD는 발열 문제로 수명이 오래가지 않았는데 라이젠이 나오면서 완벽히 해결된 거죠. 시장이 이것이 반드시 좋다. 혹은 나쁘다고 확실히 판가름하기에는 더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만 제가 써본 경험은 단언컨대 ‘다 좋다’라고 느꼈습니다.”

라이젠을 경험한 후 라이젠을 신뢰하게 되었다는 최원일 대표. 한 자리에서만 20년 넘게 PC 대리점을 운영하며 고집했던 브랜드 선호도 기준이 인텔에서 AMD로 넘어가던 시간은 불과 1년 안팎에 불과했다. 명확한 확신 그리고 시장의 분위기 마지막으로 납품한 제품에 관한 피드백 모두가 원리 원칙을 고수하며 융통성 없다 불렸던 최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지금은 찾아오는 손님을 상대로 먼저 라이젠을 권한다.

팔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명료해진 마당에 20년간 이 자리에서 쌓아 올린 믿음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방법 또한 제대로 된 제품을 권하는 것이 상인의 올바른 양심이라고. 20대에 시작한 PC라는 업이 평생 직업이 되었고 이제 물러나야 할 종점에 빠르게 향하고 있다지만 적어도 10년은 더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로 제대로 된 제품에 관해 교류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낸 최 대표. 물론 그 핵심에 라이젠은 확실한 입지를 다졌으니 적어도 강북구 번동만큼은 라이젠 대세론이 향후 10년간은 굳건히 유지될 전망이다.


〈최원일 대표와 1문 1답〉

Q. 이안컴퓨터에서 라이젠스토어로 간판을 변경한 이유는?
A. 이제는 중학생도 라이젠을 알고 먼저 찾는다. 출장 AS 신청을 받고 나가보면 인텔보다는 라이젠 이야기를 더 많이 하더라. PC 시장에서 AMD의 입지가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텔 인지도가 높았는데 그 흐름이 역전된 것이라 판단된다. 더는 AMD 인지도가 낮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었고, 도전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섰기에 간판 변경을 결정했다.

Q. 타 매장 대비 이곳만의 차별점은?
A. 구매한 지 오래된 컴퓨터를 들고 일부러 찾아오시는 손님도 있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부품이기에 매우 느리고 수리라고 할 것도 없는 경우도 많다. 그 상황에서도 뭔가를 더 해줄 것을 찾았다. 메모리나 CPU 등이 가지고 있는 부품 대비 오래된 부품일 경우 무상으로 교체를 해드리기도 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알아주는 것인지 소개를 받아 왔다는 손님이 많다.

Q. 과거 PC와 오늘날의 PC가 다른 점은?
A. 과거의 PC는 전문가의 전유물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웠다. 사용하기도 어려웠지만, 조립도 어려웠다. 지금은 중학교 학생도 조립할 정도로 쉽고 편리해졌다. 혼자서 조립하고 봐달라고 가져오기도 한다. 보통 부품 특성을 모르기에 비롯되는 현상인데, 특정 보드와 VGA 등에서 불거지는 자잘한 트러블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용산에서 구매하신 분은 용산에 다시 가기 힘드니 대충 참고 쓰지만, 그것도 안 되면 동네 PC 매장에 의뢰하기도 한다. 조립은 더 쉬워졌지만, 그만큼 살펴봐야 하는 부분은 더 늘어났다고 말하는 이유다.

Q. 라이젠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는가?
A. 라이젠을 취급한 건 이제 1년 정도이기에 판매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일이 많다. 라이젠 3200을 조립해서 사무실에 납품했는데, 인텔이 아니라고 바꿔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군말 없이 바꿔줬다는데 며칠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전의 PC로 다시 바꿔 달라는 거다. 이유를 물어보니 앞 라이젠 PC가 더 빠르더라고. 직접 써보면 라이젠이 확실히 우위라는 것은 체감한다.

Q. 인텔과 AMD, 앞으로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A. 인텔은 지금처럼 한다면 도태될 거라 본다. 고가 위주 제품이 여전히 시장에서 먹힐 거라는 자만심에 거부감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와 달리 PC 성능이 많이 향상되어서 큰돈 들여야 더 나은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인지도가 높았기에 버텼지만, 그것도 서서히 무너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대로 AMD는 서서히 올라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예상한다. 분명한 건 혁신적으로 많이 진화한 브랜드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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