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하지?] 한벽원미술관, 오는 12일까지 시절인연 전시회 개최
[주말에 뭐하지?] 한벽원미술관, 오는 12일까지 시절인연 전시회 개최
  • 김현동
  • 승인 2023.02.0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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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을 나흘 앞둔 1일, 겨우내 움츠러들게 만든 추위가 한풀 꺾인 기세로 봄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은 스며드는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지만, 체감하게 만드는 따스한 기운이 봄이 머지않았음을 알린다.

때가 되면 다가오고, 그것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다시금 멀어지는 이치를 반복하지만, 매번 생경하다. 하지만 그것이 인생이고 그렇기에 식상하지 않는 것처럼.

삼청동에 위치한 한벽원미술관에 마련된 시절인연 전시회는 이처럼 당연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현대인에게 조급하지 말 것을 지적한다. 모든 이치에는 때가 있고 거스르지 말 것이며, 순리대로 풀어나갈 것을 제안했다.


# 윤재선, 이기완 작가 그리고 뮤지션 레이린 협업

작가 윤재선은 결핍을 찾아 떠난 바다에서 내면의 자아를 마주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만의 답을 찾는다. "물결의 모양은 제각기 달랐으며 그 빛깔도 시시각각이다." 하지만 우리는 같기 위해 현실에 안주한다.

하지만 바다의 모습이 매번 다르듯이, 현대인이 추상하는 '나'라는 본질의 가치관 또한 달라야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우리 인간 내면은 다양한 색깔을 지녔는데 정작 외면은 같게 하지 않던가.

작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되길 희망했다. 바다가 정립되지 않는 파도를 일구어 나가듯, 우리 또한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삶을 프레임에 가두지 말고 온전히 자유로우면서 그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것.

그녀는 사진에서 당연한 것에 대한 당연한 답을 찾는 과정을 담아냈다.

작가 이기완은 상처 입은 현대인의 쓰라린 집착에 마침표를 찍고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사진으로 풀어냈다. 환경적 상처와 관계의 상처 그리고 인식의 차이에서 유발하는 내적 상처에 대한 치유과정을 무려 20년 가까이 촬영한 사물(나무)의 변화에서 찾아낸다.

그 결과 오롯이 '나'라는 자아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마치 몸은 현재에 머물고 있지만 마음은 상처받았던 그 시점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번 자책하는 현대인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며 무게를 덜어준다. 작가는 우리를 옥죄이는 상처는 근본적으로 스스로가 낸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롭기를 주문했다.

"자신의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하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곳을 방문하면 느리지만 조금씩 치유되어가는 자아를 마주할 수 있다.

뮤지션 레이린은 소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음속 메시지를 세상에 전한다.

뮤지션이 되기까지 거쳐온 과정을 인연이 안기는 의미에 형상화하는데, 고독과 슬픔, 포기, 집착, 환희와 같은 다양한 내적 변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인연의 끝을 오롯이 혼자 견딘 날들 동안 목적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몸인 산에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려 멈추고 주저앉기를 반복하다가 숨을 고르고 나니, 그제야 산의 소리가 들려왔다고.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 몸을 숨긴 새의 울음, 바싹바싹 마른 낙엽이 바람에 휩쓸려 가는 소리. 먹먹해질 만큼 고요함과 울림, 긴 호흡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고 나니 그제야 숨이 쉬어졌고,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음악의 선율에 담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사진과 음악 동시에 삶과 인생, 상처 등에 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풀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더욱이 작가 3인이 각자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시절인연' 단어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 그대로 저마다의 시선과 방법으로 답을 제시한다.

한편, 3인의 창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인터뷰 영상을 관람하는 재미가 관람객을 기다린다. AR로 만든 전시 포스터를 공개한 것부터가 평범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평범함을 거부한 특별한 시절인연 전시회는 오는 12일까지 삼청동 한벽원 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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