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C와 플랫폼, 온라인쇼핑 업계는 소리 없는 전쟁 중
D2C와 플랫폼, 온라인쇼핑 업계는 소리 없는 전쟁 중
  • 김신강
  • 승인 2020.12.09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상공인 설 자리 더 좁아진 시장 … 플랫폼 의존도 심화

제조사가 직접 시장에 나서는 직판 현상 본격화, 경쟁 지나치게 과열 양상




[2020년 12월 09일] - 코로나19로 생활 속 경제가 온라인 중심으로 확연히 쏠리고 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10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10월 인터넷 쇼핑 거래액은 14조 2천 445억 원으로 작년 동 기간 대비 20% 증가했다. 배달음식 71.6%, 식료품 43.8%, 가전 및 통신기기 39.6%, 생활용품 38.8% 등이 특히 큰 상승폭을 이뤘다.

이 현상은 내년에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종식 시기도 아직은 요원하고, 인터넷쇼핑 거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중장년층 소비자들도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조금씩 적응하며 비대면 쇼핑의 편리함과 간편함에 눈을 떠 가고 있는 탓이다. 코로나 이후의 온라인 실버산업은 분야를 막론하고 큰 폭의 성장을 예고했다.

온라인쇼핑의 성장은 네이버쇼핑, 쿠팡, 무신사 등 거대 플랫폼의 폭발적 도약을 필연적으로 가져왔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 1조 3천 60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쇼핑 광고 수익과 수수료 등이 포함된 커머스 매출이 40.9%, 네이버페이로 대표되는 핀테크 매출이 67.6% 성장한 것이 큰 요인이다.

쇼핑 거래액의 증가가 네이버 매출 신장으로 직결되는 징표와 같은 숫자다. 무신사는 자사 브랜드 판매액이 지난해 동 기간 대비 200% 뛰었고,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발표에 따르면 쿠팡은 작년 상반기 7조 193억 원의 거래액이 올해 상반기 9조 9천 272억 원으로 무려 41% 증가했다.

쇼핑 플랫폼의 성장은 입점 제조사들의 고민을 함께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동반성장’이라는 허울 좋은 말을 내걸고 있지만 입점 수수료, 판매 수수료 등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순이익 악화를 가져왔다. 매출은 올랐지만, 주머니에 들어가는 실질적인 이익은 줄어드는 현상이다. 최저가 경쟁이 심화하고, 입점 후 집행해야 하는 CPC(클릭당 과금) 광고 비용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마진율이 계속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올해 업계에서 유독 화두가 되는 키워드가 바로 ‘D2C(Direct to Consumer)’, 즉 제조업체가 유통 단계를 없애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 자사 온라인몰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쉽게 말해 플랫폼 등장 이전의 모습으로 회귀해 제조사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겠다는 것이다.

D2C가 화제의 중심에 오른 시발점은 바로 나이키다. 작년 11월 나이키는 아마존에서 철수했다. 생활 속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겠지만 나이키를 파는 곳은 정말 많다. 수많은 공식, 비공식 벤더들이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나이키를 판매하고 있고, 웬만한 편집숍에 나이키는 다 들어가 있다. 바꿔 말하면, 나이키는 이제까지 D2C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랬던 나이키가 아마존을 떠났다는 것은 온라인 비즈니스 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마존에 내는 수수료가 아까웠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라면 플랫폼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겠다는 자각이 더 큰 원인이다.

나이키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올해 6~8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도 불구하고 나이키의 매출은 전년 대비 1%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매장이 죄다 폐쇄되다시피 하고 아마존도 없는 상황에서 기록한 실적이다. 나이키의 온라인 채널 매출은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나이키 온라인 멤버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늘리고, 한정판 제품은 줄 세우기 문화를 없애고 멤버 전용 온라인 추첨(The Draw)으로 돌리는 등의 노력으로 공식 사이트 고객을 대폭 늘렸다.

디즈니가 자사 OTT(Over the Top)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만든 것 역시 ‘탈 넷플릭스’, 즉 플랫폼을 떠나 D2C로 방향을 바꾼 점에서 맥락이 같다. DVD, 라이센스 등으로 영화 외의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던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큰 성공을 지켜보며 별 관심이 없던 OTT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디즈니의 콘텐츠만 가지고도 단일 OTT 서비스를 성공시킬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넷플릭스가 디즈니 콘텐츠에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겠지만, 소비자와 직접 거래 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출시 첫날 1천만 명의 회원을 가입시켰고, 지난달 12일 7천 37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출시 당시 목표가 2024년까지 6천만에서 9천만 명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목표를 4년 이상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아직 2억 명에 육박하는 넷플릭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출시국이 아직도 한정적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 엄청난 수치다.

작년 6월 LG생활건강이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제조사와 유통사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LG생건은 쿠팡이 마진을 위해 판매가격이 높은 제품만 팔았고, 특정 제품을 사 가지 않고 홈페이지에 품절로 표시하거나 특정 상품을 쿠팡에서만 팔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일종의 ‘갑질’을 했다는 것인데, LG생건이 갑질을 당했다면 일반 소상공인 판매자는 어떤 지경일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실제로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하고 유통업계의 큰손이 되며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게 됨에 따라 매출이 급상승한 브랜드 또는 소상공인이 많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다소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다. 쿠팡은 통상 30% 이상 인하된 공급가로 제조사의 제품을 사 간다. 물품값은 최대 50일 후에 준다. 무려 50일 동안 외상을 해간다는 소리다.


로켓배송 매출이 올라갈수록 현금이 부족해진다는 일부 소상공인의 볼멘소리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게다가 이미 쿠팡에서 사 간 제품인데 더 잘 팔려면 제조사가 광고도 해야 한다. 이미 판 제품을 광고까지 대신해 주는 것이다. 물론 그 광고비는 전액 쿠팡의 몫이다. 매출이 나오고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니 울며 겨자 먹기로 제조사는 광고를 운영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로켓배송을 허락해준 쿠팡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조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탈 플랫폼 선언하는 사례가 늘자 플랫폼들도 대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곳은 위메프다. 위메프는 신규 사업자들에게 30만 원의 광고비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6개월간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달에는 광고비 대비 매출이 300%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사용한 광고비를 돌려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플랫폼 내부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여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쿠팡이 작년부터 도입한 로켓와우 멤버십은 쿠팡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고객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월 2,900원의 회비를 내면 19,800원 미만의 상품도 로켓배송을 해주고, 상품에 따라 당일배송, 새벽 배송이 가능하고, 신선식품을 15,000원 이상 사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보내준다.

30일 이내에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도 해준다. 이미 출고된 상품도 마음이 바뀌면 수취 거부를 해도 된다. 이는 성격 급한 한국인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쿠팡의 성장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올해 오픈해 출시 4개월 만에 160만 회원을 확보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도 충성고객 확보 정책의 일환이다. 매달 4,900원을 내면 쇼핑할 때마다 네이버페이 5% 적립, 네이버 장보기 최대 10% 적립, 네이버 웹툰 49편, 영화 1편, Vibe 300회 듣기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네이버라는 그물망을 벗어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D2C를 추진하는 브랜드들에게 로켓와우와 네이버플러스는 거대한 유혹이다.

치솟는 광고비, 범람하는 신규 업체들 사이에서 소상공인들은 앞으로도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D2C는 일부 선택받은 초대형 브랜드만 누릴 수 있는 길이 되어가고 있지만, 모든 브랜드는 이 길을 가길 원할 것이다. 붙잡고 싶은 플랫폼과 떠나고 싶은 브랜드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진정한 상생의 길은 과연 있는 것일까.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