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인터뷰] 기가바이트 코리아를 만든 홍규영 지사장, 14년 활동에 마침표 찍다 #1
[헌정 인터뷰] 기가바이트 코리아를 만든 홍규영 지사장, 14년 활동에 마침표 찍다 #1
  • 김현동
  • 승인 2023.07.07 0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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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세월 함께 한 기가바이트 코리아
설립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매듭지은 첫 지사장
7월 7일 마지막 출근길, 적잖은 영향력 남겨


"제가 잘했다는 말을 해주시는데 과찬입니다. 저 혼자서 이뤄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본사는 제가 이 자리에서 뛸 수 있게 지원해 주셨고, 코리아에 소속된 모든 구성원은 합심해서 같은 곳을 향해 뛰었습니다.

그러한 결과가 지금의 기가바이트를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이곳을 떠나지만 그러함에도 기가바이트는 앞으로도 잘 될 것이고, 시장에서는 더 나은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기가바이트 홍규영 지사장



▲ 홍규영 지사장은 최장기간 14년을 몸담을 정도로 기가바이트 본사에서도 인정한 전문가다.

2023년 7월 7일. 홍규영 지사장은 자신의 인생에서 14년을 함께 해온 기가바이트 코리아 지사장이라는 직책을 내려놨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장으로서 적잖은 세월을 함께 해온 그였기에 기가바이트라는 조직에서 나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터.

관련 업계에서 홍 지사장을 향한 평가는 하나 같이 칭찬일색이다. 사실 그러기도 쉽지 않은 자리이지만 유독 후한 평가는 그의 평소 성품과도 직결된다. 어떠한 사람이기에?라는 답을 알고자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라는 질문을 우회적으로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역시나 심심했다. "운동을 해요. 조깅 같이 땀 흘리는 운동이죠. 답답한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거든요." 의외였다. 실내 골프장에서 운동합니다. 혹은 헬스장에 갑니다 같은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평범한 우리네 삶과 다를 게 없었다.

으레 임원이라면 당연할 것만 같은 고급 스포츠가 홍 지사장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는 거다. 더구나 글로벌 브랜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사장 아니었던가. 그만큼 그의 일상은 평범하고 소박했다. 예외가 있다면 '기가바이트 지사장'으로 보내던 시간이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철저하고 계획적으로 전개됐다.

그렇게 지난 14년 간 제대로 된 휴가 한 번을 안 가고 기가바이트 지사장으로 현장이 곧 그의 전쟁터이던 일상을 영위했다. 사실 잘 쉬어야 일도 잘한다는 말은 안정된 조직일 때나 가능한 일. 하지만 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한국 시장에 처음 한 발 내딛었던 당시의 기가바이트는 '원점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정립해야만 했던 백지와 같던 시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한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보고 소통하라


활동의 시작은 지난 2009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무렵의 기가바이트는 시장에서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게 노트북이 아닌 메인보드라는 점이 결정적인 문제다. 23년의 기가바이트는 게이밍 노트북도 잘 만드는 브랜드로 각인이 되었다면 그러한 모습을 완성하기 위한 홍 지사장의 행보가 본격화되던 시점이기도 했다.

메인보드라는 제품을 두고 ABIT, DFI, ASUS, ASROCK, MSI, SOLTEK 등 다양한 브랜드가 전쟁에 임하던 시절 노트북은 사실상 존재감을 과시하기란 시장이 크지 않았다. 그나마 있던 시장조차도 당시 IBM의 씽크패드(이후 중국 레노버에 팔림)가 노트북 시장에서 사실상 절대 기준이었고 이를 상대로 삼성 전자 센스 노트북과 LG가 IBM과 라이선스 사용 계약을 맺고 비스무레한 노트북을 선보였지만 시장 분위기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딱 그 정도였다는 평이다.

그렇기에 기가바이트가 노트북을 그것도 협소한 한국이라는 시장에 내놓는다고 했을 때 그게 통할 가능성에 다들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무척 어려운 시장 개척이라는 과업 달성 적임자로 당시 기가바이트 대만 본사는 노트북 부서에 소속된 홍규영 어카운터 매니저를 한국 지사장으로 발령을 낸다.

한국인이자 한국말을 할 줄 알기에 한국 시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였다고. 무엇보다 외국인의 시선이 아닌 한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분석하고 소통하라는 이사회의 확고한 의중 또한 홍규영 지사장이 한국 지사장이 되는 주춧돌이 돼주었다.

그렇게 기가바이트 코리아 홍규영 호가 한국에서 출항 준비를 끝낸다.

# 정비되지 않은 조직, 가장 부족한 것부터 채우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던 조직에서 홍규영 지사장이 가장 주목한 첫 번째 과업은 A/S다. 브랜드라는 것이 이미지 + 경험으로 완성된다고 주장하는 홍 지사장에게 A/S는 경험과 좌우되는 밀접한 요소였다.

"이미지는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은 제품을 구매 후 써보고 느낀 부분을 통해 완성됩니다. 여기에는 A/S가 반드시 포함되고 크게 영향을 끼치죠" 이러한 지론은 기가바이트 코리아라는 조그만 조직에서 서비스 센터를 태동하게 되는 동력원이 된다.

하지만 당시 용산에서는 외국 브랜드 회사가 서비스 센터를 만든다는 것은 넘어야 할 벽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노트북이라는 제품은 복잡한 구조를 기반으로 조립되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분석하고 수리 가능한 인력 충원이 당시의 한국 시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그러자 홍 지사장은 본사에 단호하게 요청한다. "본사 엔지니어의 한국 파견이 시급합니다"


▲ 홍 지사장은 쇼룸과 서비스 둘 모두를 처리할 수 있는 세련된 분위기의 센터를 용산 전자랜드로 이전 정비했다.

당시의 결정에는 두 가지 의도가 담겨있었다. "단지 서비스 하나를 위한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도 대만과 한국은 무척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본사에서 한국 시장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상태에서는 한국에서 보내는 요청에 대해 매번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겠죠.

그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전 본사에 리포트를 매번 보내야 했을 테고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게 뻔했기에 본사 엔지니어 파견을 요청했고, 엔지니어를 통해 시장과 문화적인 차이가 본사까지 공유될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한국 엔지니어는 본사 엔지니어를 통해 기술적인 부족함도 채울 수 있을 테고요."


그렇지만 기가바이트 코리아에서 행하는 서비스는 철저히 현지화된 정책을 고수한다.

기술력은 본사 방식을 따르지만 문화적인 차이로 오는 감성적인 요건이 튀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흥미가 왕성한 소비자와 얼리어답터 기질이 충만한 성향이 맞물리면서 제품 출시 이후 피드백은 사실상 글로벌 탑 1 위상에 걸맞게 접수됐다. 본사도 인지 못한 문제를 한국 사용자는 척척 찾아냈고 이를 A/S 요청했다고. 현지화 필요성도 명분이 충분했다.

# 협소한 한국 시장, 목소리 높여 본사를 설득하다


덕분에 초반 홍 지사장의 24시간은 본사와 소통을 시작으로 소통을 마치는 것이 반복됐다. 기반도 기초도 없던 무에서 유를 창조하던 당시에 필요에 의해 A/S 센터를 설립했고 본사 정책을 한국 현지에 맞게 수정했으며, 적재적소에 필수 인력을 충원해 조직의 기초를 다져나갔다.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속도에 가속이 붙었고 그러자 새로운 욕심이 생겼단다. 바로 한국 사용자도 '혹'할 한국형 노트북 출시다.

"시장이 작은 만큼 독점 모델을 만드는 시도는 어려울 수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 먹히는 가능성은 본사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예를 들면 OS 기본 포함 또는 미포함이라는 조건이 그렇게 완성되었고, 막판에는 한국 사용자가 선호하는 하드웨어 조합의 노트북 제품도 시장에 공급할 규모로 성장하였죠."

때마침 브랜드 인지도 상승 변화가 본격적으로 감지됐다. 결정적인 것은 기가바이트 코리아에 지원하는 입사 서류에 '기가바이트 제품을 사용해 보고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지원했다는 일명 충성 팬'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들은 홍규영 기가바이트 코리아호에서 역량을 펼쳐 보이고 싶다는 뜻을 품고 탑승을 희망했다.


▲ 지금의 기가바이트 코리아는 모든 직원이 함께 완성했다고 설명하는 홍규영 지사장

"지금도 기억합니다. 입사 지원서를 접수한 이를 면접을 보는데 기가바이트 제품을 사용했고, 제품이 좋아서 지원서를 쓰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뿌듯했죠." 지사 설립 후 강행군의 연속이던 와중에 들은 한 마디가 그간의 시름을 보상해 줬단다.

하지만 홍 지사장은 사람 채용에 있어서는 두 가지 원칙을 따졌다. 바로 '자율성과 진취적인 도전정신'이라는 두 가지 핵심이다. 이는 초반의 기틀을 조성하는 것부터 조직이 안정되어 가는 과정에 꼭 필요한 구성원의 핵심 덕목이라고 파악한 것이 주요 배경이다.

"과도기적인 조직에서 세부적인 것을 디테일하게 교육하고 잡아가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것이 명확했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데 그 점에서 작은 실수가 곧 치명적이기에 그게 걸맞은 성격을 따진 거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하지만 본인의 생각을 조직에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문제 해결에 자발적으로 나서줄 진취적인 성향도 필요해요. 답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직접 답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수 있기에 그 점에서 '빨리빨리'를 덕목으로 여기는 민족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갖춰야 할 기질이라고 봤죠."


여기에서도 한 가지 이유를 더 들었다. '시장의 변화에 편승해 우리가 따라가는 게 아닌 시장을 먼저 리드하고, 변화를 체크한 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조직을 궁극적으로는 완성하기 위함'이라고 당시의 전략에 대해 이제야 이유를 밝혔다.

# 모든 구성원이 함께 완성한 기가바이트 코리아


이 외에도 다양한 터널을 지나며 홍규영 호는 지금의 기가바이트 코리아라는 목적지를 향해 기나긴 항해를 이어갔다. 그렇게 맞이한 23년 7월의 오늘.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니 가장 생각나는 건 현명하게 길을 찾으려 노력한 모든 구성원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몇몇을 지목해 감사함을 남겼는데,

[헌정 인터뷰] 기가바이트 코리아 마케터 김홍철 차장의 소통지론 #2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5129


마케팅 김홍철 차장에게는 참으로 듬직한 존재라고 표현했다.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영민한 모습이 기억난다고. 그리고 시장과 소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이끌어준 활동을 앞으로도 잘해주리라며 응원했다. 그리고 영업, 마케팅 그리고 고객 서비스에 몸담은 이들을 통해 한국 지사는 성장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더 보기
① 기가바이트 팬 한자리, 노트북 팬 미팅 성료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893

② 때깔부터 남다른 AMOLED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519

③ 기가바이트 노트북, 엔비디아 RTX 20 GPU를 들이다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341

④ 노트북 사용자의 마음을 감동시킨 비결은? 기가바이트 홍규영 지사장
http://www.week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0


지난 14년 간 시장이 요구하는 물량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게 수급하고, 물량이 넘칠 때에는 공급이라는 완급을 조절해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 또한 시장에서 기가바이트 노트북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경쟁력이 되었다. 그렇게 기가바이트 코리아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채비를 거듭하고 있다고.

따라서 지금이 14년 간 앞만 보고 달려온 활동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기임을 강조한 홍규영 지사장. 그렇기에 조직에 남은 이들의 안녕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지사장'이라는 항해사는 물러나지만 기가바이트 코리아호가 나아가야 할 목적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에 원대한 결실을 달성하는 그날까지 지치지 말고 코리아가 출범하던 당시의 진취적인 열정이 이어지기를 주문했다.

하루 이틀도 아닌 무려 14년 세월. 외국계 기업 지사장으로서는 결코 무시 못할 시기를 한 조직에서 보냈던 그이기에 감회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내려오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리지 않겠냐고 물었다.


▲ 14년 기가바이트 코리아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홍규영 기가바이트 코리아 지사장

"담담할 수가 없죠. 10년 넘게 몸담은 조직을 떠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 눈을 떴을 때 어떠한 기분이 들지 아직은 예상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군대에서 제대하고 처음 집에서 눈 뜰 때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긴 해요. 그럼에도 이곳에서 몸담은 세월은 저에게 소중했습니다. 기회가 되었고 경험을 통해 더 큰 성장을 하게 한, 그러한 성장의 기반이 된 기가바이트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홍규영 기가바이트 지사장은 7월 7일 마지막 출근을 끝으로 물러난다. 무려 14년이라는 긴 세월 간 홍 지사장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고, 삶의 목표가 돼주었으며 길잡이 역할도 해냈다. 그러했기에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적잖은 이들을 만나는 자리가 계속됐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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