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용산 PC 시장, 하반기 생존 전략 'ESG' 체질개선
[이슈+] 용산 PC 시장, 하반기 생존 전략 'ESG' 체질개선
  • 김신강
  • 승인 2022.08.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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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필수 영역으로 떠오른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어를 딴 ESG 경영. ESG를 단순히 한 때 유행처럼 번지던 리사이클링이나 녹색 경영과 같은 단순 친환경 경영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환경이 전 지구적인 문제로 떠오른 시대에 친환경 경영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ESG가 대세가 된 것은 친환경은 물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경영과 지배구조가 투명한 경영이 더해져 비즈니스를 ‘종합적으로 건강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에게 숨길 정보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근간에 둔다.

이와 같은 시장 흐름에 예외는 없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ESG 바람이 때 아닌 서울 용산에도 감지됐다. 단순히 외산 전자 제품을 떼다 팔던 옛 용산만 기억하고 있다면 의아할 법하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용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전자제품 유통 시장이다.

촘촘한 유통망이 갖춰져 제조사, 총판, 대리점이 한 곳에 모여 하나의 거대한 산업단지를 이루고 있는 메카로 성장했다. 예컨대 이마트 용산점에서 전자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은 용산이라는 산업 클러스터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상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 판매 일원화 전략 'B2B·B2C' 상생에 초점


ESG 관점에서 용산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곳 중 하나에 조텍코리아는 직영몰(탁탁몰)이라는 참시 한 아이디어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루아침에 뚝딱 등장한 것이 아닌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제도와 방식을 시장과 제품 특성에 고도화한 결과다.

이름하야 탁탁몰. 키보드나 목탁을 두드리는 듯한 직관적이면서도 원초적인 이름의 탁탁몰은 그래픽카드, 완제품 PC, 케이스, 파워 등 PC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종합 쇼핑몰을 표방한다. 겉으로 봐서 흔한 PC 제품 종합 쇼핑몰이지만 들여다볼수록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데스크톱 버전 사이트에 접속하면 우측에 일렬로 나열된 온갖 PC 부품 관련 업체의 리스트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탁탁몰 버전의 사회적 책임경영, ESG다.

탁탁몰 관계자는 말한다. 우리 쇼핑몰의 신선함은 구매자의 시선이 아닌 판매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알 수 있다.라고. 여타 브랜드가 단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 하나에만 몰두했다면 탁탁몰은 기존 영업망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총판의 부담을 과감히 덜어준 것이 핵심이다.

다름 아닌 과도하게 부담이 되었던 용산의 족쇄에 철퇴를 내린 첫 사례다. 수십 년간 관행이라 여기며 당연시했던 불합리를 제도권에 들여와 거래 정상화를 유도하려는 첫 시도라 볼 수 있다.

일반 유통 시장은 수입사의 제품을 총판이 공급받고 이를 일반 대리점이 다시금 넘겨받아 판매하는 단계를 거친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품목 가운데 인기 없는 제품은 판매가 부진한 문제가 발현한다. 장부에는 별수 없이 악성 재고로 잡히는 경우가 흔하다.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총판 혹은 대리점이 떠 앉은 현상을 시장에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 지방까지 챙긴 전략, 직영 탁탁몰 유통


조텍코리아는 그래픽카드 전문 제조사이자 하드웨어 유통사다. 이 과정에서 동일한 문제를 당연히 겪어 왔다. 그 점에서 수입사와 연계된 수많은 총판, 대리점과 상생할 방안이 시급했고 탁탁몰 최종 버전은 바로 조텍코리아가 추구했던 이상이자 여타 수입사가 거부하던 판도라 상자를 연 것을 연상케 한다.


탁탁몰은 수입사, 총판, 대리점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관행을 철폐하고 수입사의 물건을 다이렉트로 거래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서 공급처는 수입사일 수도 있고, 총판이나 대리점일 수도 있다. 구매자 역시 일반 소비자일 수도 있고, 지방 중소형 매장주가 될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신중을 기했다고 말한다. 초반 탁탁몰이 회원제로 출발했던 배경이다. 기존 관행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탁탁몰은 용산의 유통 방식에 반기를 들기보다는 문제라고 지적되는 부분의 보완제로 딜러몰 성격에 좀 더 무게가 실린 바 있다.

탁탁몰은 폐쇄된 비즈니스 몰을 거부한다. 하지만 소상공인 딜러몰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요 이용대상은 PC 부품을 매입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2~3차 도매상인이다. 지방에 매장을 보유하면서 합리적인 가격, 원활환 제품 공급이 필요하다면 탁탁몰을 거쳐 해결책을 찾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에서야 탁탁몰 알리기에 집중하는 것일까? 때가 되어서다.

조텍코리아는 감염병 사태 기간 중 지적되었던, 일부 총판이 공급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래픽카드 대란에서 보았던 것처럼 수요가 몰리는 곳에 가격 폭등이 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도를 지키자는 것이다.

단순한 도매몰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PC 부품은 단가 경쟁이 심하고 부피가 크며, 모델도 다양하고 소비자의 니즈도 제각각이라 재고 관리가 정말 어려운 시장이다. 전자상거래를 이제 시작하는 이들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도매꾹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는 이유다.

용산의 ESG 바람은 주로 사회적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대 온라인몰의 독점적 지위, 소비자의 직구 선호 현상 등 전통적인 유통 시장이 업종을 막론하고 위기를 겪고 있다. 좋든 싫든 용산은 한국 전자제품의 심장 역할을 맡고 있고 수많은 자영업자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숨을 쉬기에 생태계의 존립에도 관여한다.

그리고 온라인이 개입하면서 용산 시장 역시 눈에 띄게 투명해졌다.

어쩌면 용산 스스로 생존을 위해 회사 간의 협업을 통한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공산이다. 탁탁몰은 용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그렇기에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요즘의 현상이 유독 어울리지 않는 곳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용산 전자상가만큼은 각자도생을 벗고 상생을 통해 새 길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답을 찾는 흐름이다.

시도에 대해 승패를 장담하긴 이르다. 분명한 건 조텍코리아가 쏘아 올린 상생 공식 탁탁몰을 시작으로 용산의 변화는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거라는 확신이다. 분명한 건 기나긴 감염병 사태에서 간신히 탈출할 시점이라도 여겼으나 다시금 침체기에 접어든 용산. 수입사의 과감한 결단에 현장의 시름이 사뭇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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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강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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