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좋은데 경쟁자가 많네~ 미러리스 카메라 ‘소니 ZV-E1’
다 좋은데 경쟁자가 많네~ 미러리스 카메라 ‘소니 ZV-E1’
  • 김현동
  • 승인 2023.05.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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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미징이 자리잡은 것이 얼마 안 된 느낌인데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필름 카메라를 대체하면서 디지털 카메라가 주류로 부상했으나 주도권은 동영상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시대가 대용량 데이터를 충분히 소화할 정도로 발전한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콘텐츠를 소모하는 방식도 바뀌었고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달라진 부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소니는 이 부분을 다소 빠르게 잡아 기회를 확신으로 만든 기업이다.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가 주를 이루던 시절 삼성전자에 이어 어떻게 보면 마지막 아날로그 구조라 할 수 있는 반사거울과 펜터프리즘을 과감히 없앤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보이며 시장의 승기를 잡았다.

미러리스에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과감히 도입한 것도 소니다. 심지어는 자사의 하이엔드 영상 기술의 일부를 미러리스에 도입하면서 경량화와 함께 창작 영역까지 확대하는데 힘을 쏟았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전문가의 영역에서의 움직임이었다면 이를 대중으로 더 확대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ZV-E10이 등장한 바 있다. 브이로그(VLOG)에 특화된 미러리스 카메라였는데 RX100 시리즈에 기반한 ZV-1에 비하면 화질과 기능 측면에서 뛰어나지만, 35mm 이미지 센서 대비 1.5배 초점거리를 갖는 APS-C 규격 센서의 한계도 분명 있었다.

여기에서 소니는 과감하게 ZV-E 시리즈에 풀프레임 이미지센서를 달고 ZV-E1을 선보였다. 이미지 센서와 주요 사양을 보면 A7S M3의 열화판(?) 정도로 느껴지는 고성능 브이로그 미러리스 카메라다.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2023년 상반기, ZV-E1은 소니에게 또 한 번 도약할 기회를 줄 수 있을까?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 500g이 채 안 되는 무게
부담 없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로 완성되다


먼저 눈에 띄는 외형은 풀프레임 카메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작다. 대충 봐도 A7C보다 약간 더 작은 느낌이랄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과거 소니의 첫 미러리스 카메라인 NEX나 알파 6000 시리즈의 인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작다. 수치를 보자. 먼저 ZV-E1은 폭 121mm, 높이 71.9mm, 최대 두께가 54.3mm 정도다. A7C가 폭 124mm, 높이 71.1mm, 최대 두께가 59.7mm 니까 확실히 이 제품의 크기가 작다.


▲ 작은 크기가 인상적인 소니 ZV-E1

카메라의 크기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둔다면 조작 편의성에 더 무게를 싣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정된 공간에 필요한 조작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소니는 비교적 인터페이스 구성을 잘 하는 편이다.

일단 기존 A7 시리즈 대비 크기가 작으므로 많은 다이얼과 버튼을 배치하는게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버튼이 여러 기능을 제공하거나 메뉴 구성이 탁월해야 된다.

일단 카메라 전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 기능은 상단과 후면에 집중되어 있는데, 우선 검지 손가락이 닿는 곳에는 셔터 버튼과 줌 스위치, 전원 스위치 정도가 마련되어 있다. A7 이었다면 각자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지만 셔터 버튼과 다이얼에 모두 통합해 두었다. 켜고 끄는 것이 쉽고 조작도 한 손가락으로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

상단에는 모드 스위치와 모드 다이얼, 촬영 모드 버튼 정도가 있다. 모드 스위치는 사진과 영상, S&Q 등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S&Q는 슬로우 앤 퀵(Slow & Quick)을 의미하는 것으로 슬로모션 혹은 고속 촬영을 자유롭게 설정하는 모드를 말한다.

여기에는 자동을 포함해서 조리개와 셔터 우선, 수동 노출 모드 등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기존 알파와 ZV 시리즈에 어느 정도 있었던 기능이기도 하다.


▲ 한 손으로 대부분의 기능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설계되어 있다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좋다. 카메라 그립 라인에 고무를 덧대어 부드러운 것은 물론이고 파지감까지 챙겼다. 엄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나 나머지 손가락이 닿는 그립까지 두께도 아쉬움이 없다. 검지와 엄지로 주요 버튼을 조작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ZV-E1 자체를 다루는 데는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 회전식 액정을 탑재했으니 화소가 다소 아쉽다

조작은 대부분 오른손으로 하도록 꾸몄다. 후면 버튼 구성이 이를 잘 보여준다. 3인치 틸트 액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메뉴 버튼과 사용자 버튼, 휠 다이얼과 조작 컨트롤러 등이 배치되는데, 기존 소니 카메라 사용자는 물론이고 새로 구매한 소비자라도 쉽게 적응 가능한 형태다.

액정 디스플레이는 조금 아쉬움이 느껴진다. 약 3인치 크기로 자유롭게 회전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화소가 조금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80만 원에 가까운 미러리스 카메라라면 적어도 소소한 부분이라도 강한 인상을 심어줬어야 한다.

플래그십 카메라가 아닐지라도 적어도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인상을 주려면 144만 이상 사양은 탑재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103만 화소 액정은 조금 부족함은 없더라도 그 동안 발전이 없게 느껴지는 오묘한 인상을 받는다.


▲ 주요 단자와 메모리 카드 슬롯은 한쪽에 모두 몰아 놓았다

영상에 특화된 카메라 답게 포트 구성은 잘 되어 있다. 특히 카메라 좌측에 주로 집중되어 있는데, USB-C 규격 단자를 포함해 마이크로-HDMI(D-형) 단자, 오디오 입출력 등이 있다. 심지어 무선 네트워크와 블루투스 등 최신 작업 환경에 대응하고 있으니 아쉬움은 없다. 메모리 카드는 SD 방식이며 UHS-I과 II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이 높은 CFexpress 카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다행 중 하나다.


▲ 배터리는 용량이나 효율 측면에서 아쉬움을 주지 않는다

배터리는 소니 인포리튬 Z형(NP-FZ100)을 쓴다. 2280mA(h) 사양으로 CIPA 기준 정지화상은 최대 570매, 영상은 최대 1시간 35분 가량을 기록할 정도의 효율을 갖는다. 무엇보다 ZV-E1은 USB 연결을 통해 전원 입력이 가능하므로 성능만 괜찮은 보조배터리를 사용한다면 필드에서 얼마든지 영상이나 사진 촬영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1,200만 화소지만 고감도와 4K 120p 영상 등
A7S M3의 초심자 판 떠오르는 성능과 기능


소니 ZV-E1을 들고 촬영에 나섰다. 렌즈는 기본 패키지에 포함된 FE 28-60 f/4-5.6 제품이다. 흔히 번들 렌즈라고 부르는 것인데 크기는 작지만 사양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촬영 모드는 수동, 셔터 속도와 감도는 상황에 맞춰 조절했다. 화질에 필요한 기능도 모두 표준을 적용한 상태다.


▲ 소니 ZV-E1으로 촬영한 이미지. ▷ 초점거리 60mm ▷ ISO 200 ▷ 1/125초 ▷ f/5.6

이미지 센서의 화소나 기능을 보면 A7S M3의 센서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일단 1200만 화소가 그려내는 일단 품질 자체로는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100% 확대된 상태를 보더라도 흐트러짐이 없어 보인다. 일단 번들 제공되는 렌즈보다 GM 혹은 타 고급 렌즈를 사용할 경우라면 더 나은 해상력과 배경 날림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 소니 ZV-E1으로 촬영한 이미지. ▷ 초점거리 60mm ▷ ISO 200 ▷ 1/125초 ▷ f/5.6

이미지 센서 자체의 성능은 충분히 뛰어난데 정작 번들 렌즈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 예로 최대 망원에서 묘사가 조금 흐트러지는 느낌을 준다. 조리개를 조금 더 조이면 문제가 없지만, 이미 최대 망원에서의 조리개가 f/5.6에 달하는데 f/8이나 f/10 이상으로 조리개를 조인들 그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드러나지 않음을 말한다.

가볍게 사진을 찍고 영상을 기록하는 정도에 머문다면 그것이 이 제품이 의도하는 바와 어느 정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가급적이면 시그마나 탐론, 삼양 등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서드파티 고성능 렌즈를 사용하는 것 또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마스터(G-MASTER) 렌즈는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 손으로 대충 촬영해도 손떨림 방지가 있어 영상 기록에 큰 어려움은 없다

영상 기록 능력은 가히 최고라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XAVC S, HS 포맷(4:2:0/10비트)으로 최대 4K 영상을 기록할 수 있으며 심지어 120p 기록도 가능(HD는 240p까지 지원)하다. 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XAVC-I도 HD와 4K를 선택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4:2:2/10비트 적용이 가능하다. 기록되는 비트레이트도 선택지가 다양하고 용량도 충분하다는 점이 ZV-E1의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강점으로 꼽히는 S-Log 지원이나 감도를 최대한 적용하는 플렉서블 ISO 등 다양한 기능도 갖췄다.

지원 감도도 폭넓다. 기본적으로 하드웨어에서 ISO 80부터 10만 2400까지 쓸 수 있는데 확장하면 40부터 40만 9600으로 더 넓어진다. 동영상도 이 범위 안에서 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소니 ZV-E1으로 촬영한 고감도 이미지. ▷ 초점거리 28mm ▷ ISO 102400 ▷ 1/400초 ▷ f/8

고감도는 어둠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ISO 10만 2400으로 촬영한 이미지는 약간의 노이즈가 있지만, 크기를 줄인다면 못쓸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감도를 높여서 셔터 속도를 확보할 수 있으니 극저조도 환경에서 촬영할 경우라면 과감히 적용해 볼 만하다.

이 외에도 ZV-E1은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그간 소니 카메라들에 적용되어 온 픽처 프로파일이나 시네마틱 브이로그, 크리에이티브 룩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제품 쇼케이스 설정, 백그라운드 보케, 소프트 스킨 등 브이로그 카메라에 필요한 기능도 담겨 있으니 적극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성능도 기능도 다 뛰어나지만
가격과 출시 타이밍은 조금 아쉽게 느껴져



소니 ZV-E1은 풀프레임 브이로그 카메라라는 이름을 달고 출시되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오히려 아쉬움을 준다. 조금 더 대중적인 성향을 남기기 위함이었을까? 브이로그 카메라라고 하기에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

제품은 소니 자체 온라인 스토어 가격 기준으로 279만 원이다. 렌즈가 포함된 제품은 319만 원에 달한다. A7R M3A와 A7 M4가 309만 원, 이 제품의 하위 라인업이라 할 수 있는 ZV-E10도 렌즈 없이 84만 8,000원이다. 물론 479만 9,000원인 A7S M3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300만 원 전후라는 가격대가 대중이 접하는 제품과는 거리감이 조금 느껴진다.

타이밍도 조금 아쉽다. 영상에 특화된 기능을 앞세웠기에 공략할 시장의 범위가 한정되는데, 하필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워낙 많은 사람이 뛰어들어 영상을 올리고 있기에 전반적인 경쟁력도 떨어지고, 수입 대비 지출이 많은 크리에이터는 어려움을 버티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장비를 처분하기도 한다.

요즘 스마트폰 화질도 브이로그용으로는 아쉽지 않은 점 또한 ZV-E1이 넘어야 할 산이다. 다재다능한데 시대를 잘못 타고난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이 제품이 실패할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빨리 출시됐다면 생각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을 뿐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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