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세탁소가 된 와디즈, 알리발 상해시계?
신분 세탁소가 된 와디즈, 알리발 상해시계?
  • 김현동
  • 승인 2022.06.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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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에서 펀딩 예정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103주년 기념 상해시계(?)를 알리에서 봤다는 내용이 제보됐다.


△ 수상한 펀딩,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리는 제품이 와디즈에서는 귀한 대접 받고 있다?

'창공에 품은 조국 독립의 꿈, 대한민국 임시정부 | 스켈레톤 상해시계'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앞세운 펀딩이 오는 6월 22일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오픈을 예고했다. 판매자 제이케이컴퍼니는 매물 설명에 '상해 시계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103년을 맞이해 목청껏 외치던 그날의 염원을 새긴 시계입니다'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와디즈 상해시계 바로가기
https://www.wadiz.kr/web/wcomingsoon/rwd/145035

의미에 걸맞게 시계는 호사스럽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손목을 타고 전해오는 정교한 디테일 스켈레톤 오토매틱'이라는 문구만 보면 대단한 제품임을 확실케 한다. 와디즈 페이스에 등록된 상세 설명에는 적잖은 공을 들였다. 심지어 독립선언문을 거론하며 103주년 3.1의 정신을 계승한 특별한 물건이라는 시그널을 반복해 각인시키며 구매를 장려한다.

다른 것도 아닌 3.1절 애국심에 기댄 상해시계다. 심지어 프로젝트 명도 '광복군 비행자료'라고 명명했다.

내용에는 자신을 상해시계 기획자라고 밝힌 M. 엘의 기획 취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린 시절 시계를 써왔고 시계를 좋아했다"라고 운을 뗀 시계 기획자 曰 "시계는 예술품이자 설계의 미학을 담고 있다. 편하게 사용하는 데일리로 착용할 수 있는, 잘 설계된 시계를 소개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선보인 상해시계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시계이며, 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소개한다는 것.

취지만 보면 나쁘지 않은 제품의 펀딩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호구되는 건 한 순간.

14일, 와디즈에 등록된 것과 흡사한 디자인의 시계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다는 내용이 제보됐다.


△ 전체적인 디자인과 내부에 표현한 세부 디테일까지 차이가 없다. (좌측: 와디즈 / 우측:알리)

전달받은 링크를 타고 들어간 곳에는 디자인이 같다는 의구심에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동일시 된 시계가 등장했다. 판매 가격은 3만 원 중반. 그래도 다른 곳이 있겠지 하는 마음에 제원까지 확인했지만 동일했고, 와디즈 제품에는 소재 부분을 W 스틸이라고 표기한 것과 달리 알리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안내한 것만 달랐다. 하지만 와디즈에 등록된 후면 사진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라고 각인되어 있어서 이 또한 같은 제품으로 최종 판명됐다.


심지어 상세 설명에 등록된 무게, 다이얼 규격, 스트랩 길이, 두께까지 모든 내역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관건은 가격? 와디즈를 통해 '한정수량'이라는 마케팅 표현을 빌어 등록한 상해시계의 가격은 슈퍼 얼리버드로 구매할 경우 14만 9,000원. 배송비 별도 가격이다. 얼리버드로 구매할 경우에는 3만 원이 인상된 17만 9,000원으로 껑충 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제품 가격 대가 3만 중반~ 5만 원 초반에 위치하는 것을 감안할 때 3배~6배 금액을 더 지급하고 구매하는 셈이다. 그것도 상해시계라는 이름뿐인 중국제 시계를. 호구라는 표현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와디즈 상해안경 바로가기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45034


△ 안경테 또한 디자인 컨셉에서 다른 점을 찾기 힘든 상황 (위:와디즈 / 아래:알리)

그렇다면 이 회사는 상해시계가 첫 펀딩일까? 이에 앞선 지난 5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 상해안경 이라는 상품을 펀딩해 약 75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성사시켰다. 내부에 등록된 내용 또한 상해시계와 비슷한 구도로 전개됐다. 마찬가지로 한정수량 진행이며, 가격은 10만 9,000원부터 14만 9,000원 까지다. 혹시나 하는 의구심에 찾아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흡사한 제품을 찾았으며 가격은 약 4만 원 선. 문구 마킹을 제외한 전체 디자인과 규격은 역시나 별반 차이가 없다.

이 또한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이 단지 구매자에게 있다고 와디즈는 주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지금은 비공개 처리된 와디즈 펀딩 예고 페이지

한편, 취재가 시작되자 와디즈에 등록되었던 펀딩은 공개에서 비공개로 전환 됐다.


By 김현동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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