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생존자다"
[르포] "나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생존자다"
  • 김현동
  • 승인 2022.11.1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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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있었다는 30대를 만났습니다. 기사 올리기 전에 스트레이트 본 그대로 공유합니다. 손을 대는 것보다는 이대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본인 요청으로 가명을 썼고, 사진도 찍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생존자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클럽에서 술을 마셨다는 30대 중반 이철민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사람이 많은 곳을 가게 되면 두렵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타고 사람이 가득 타고 있으면 주저하게 되더라고 사고 후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갑자기 클럽에 음악이 중단됐다. 밤 11시 무렵이다. 무슨 일인가 의아하던 중에 관계자는 밖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급히 장사를 중단해야 할 것 같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일행과 있던 나는 클럽 밖으로 나왔다. 새벽 1시가 지났을 때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이철민(가명, 38세)은 밖으로 나와 처음 보는 광경을 믿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뉴스에서는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있었고, 누군가는 CPR을 누군가는 붙잡고 있었던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펼쳐진 내용이 나왔다지만 그가 본 건 이미 정리돼서 사망자를 길바닥에 주르륵 눕혀놓고 파란천으로 가려놓은 모습이었단다.

클럽 안에 있을 때만 해도 밖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무것도 몰랐고 흥겨운 노래로 가득 찬 술자리에 불과했다고.

# 일방적인 피해자가 된 20대 여성, 왜?


언제부터인가 이태원은 주말 밤이 되면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호출을 해도 택시가 들어오기를 거부할 정도로 혼잡한 곳이기에 이곳에 오는 일행 중 특히 여성중 차량 없는 비중이 높기에 20대 여성은 이태원에 밤새 술 마시길 것을 각오하고 들어온다고 이 씨가 말했다.

이 씨 일행 또한 그러한 분위기를 알기에 일부러 이성을 만날 목적으로 이태원에 들어왔고 때마침 핼러윈이라 코스튬 차림으로 돌아다니다가 클럽에서 쉴 겸, 술을 주문하고 이야기를 주고받던 차에 이성과 자연스럽게 합석하게 됐다.

옆 테이블에 있던 여성 일행이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였다고 회상했다. 안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그 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호감을 키우던 그 무렵이었다. 음악이 중단된다.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밖에서 150명이 넘은 젊은 청춘이 허탈하게 쓰러지던 시점이다. 방송에서는 클럽에서 사람을 구하려고 노력했다는 내용에 대해 "아니 아무것도 몰랐다"라고 할 정도로 밖과 안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었단다. 실제로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았다. 누구 하나 밖의 사정을 알리지도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의아해서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난리가 난 상태였다. 알코올 기운 적당히 올라온 젊은 청춘 남녀가 모여 화기애애했던 클럽 내부가 조용해졌다.


그가 자리를 뜬 건 나가 달라는 클럽 관계자의 다급한 안내 문구였고, 그것도 사고가 밖에서 발생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그리고 바로 나갈 수도 없었다. 11시에 안내받고 약 2시간 동안 음악이 꺼진 실내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새벽 1시 무렵 나올 수 있었다. 뉴스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내용이다.

그리고 대기해야 할 이유에 대해 '밖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안에서 대기해달라'는 문구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당시 멘트에 어디에선가 연락이 와 장사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어딘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 2시간 만에 밖으로 나오다. 신용산까지 걷고 또 걷다


2시간이 지난 새벽 1시 무렵 닫혔던 클럽 문이 그제야 열렸고 안에 갇혔던 이 씨 일행은 나올 수 있었다. 수습이 되었다는 말과 달리 밖은 뭔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참담한 광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구급대원과 사람들, 뭔가 심각한 일이 터졌구나를 직면했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길바닥에 가지런히 누워 파란천에 가려진 사망자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일단 그곳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태원에는 택시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다.

이 씨 일행과 클럽에서 만난 여성 일행은 신용산 방면으로 무조건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신용산까지 걸어와 24시간 하는 주점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술을 시켜서 마시고 또 마셨다. 새벽 날이 밝을 때까지 마셨다. 당시 기억을 지우고 싶어서다. 하지만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다고 괴로워했다.

14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이 씨는 괴로워했다.

"꿈에 나타난다. 괴롭다. 내가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지만 그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같은 세대가 떠나서 허망하고 안타깝다. 나도 떠나간 이중 한 명이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먼저 클럽에서 자리 잡고 술을 마셨던 한 명일 뿐이다. 단지 운이 좋았다. "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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