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람 없는 무인 매장 … 여의도 더 현대 언커먼 스토어를 가다
[르포] 사람 없는 무인 매장 … 여의도 더 현대 언커먼 스토어를 가다
  • 김신강
  • 승인 2021.07.12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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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12일] - 범람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단어 4차 산업 시대. 매스컴도 앞장서 우리가 머무르는 지금 이 시대를 설명할 때 차용하는 대표 아이콘이다. 그런데도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와닿는 변화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무인결제 시스템이 아닐까! 이제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매장뿐 아니라 작은 음식점에서도 키오스크 결제가 낯선 경험이 아니다.


무인결제를 넘어 도래하는 큰 흐름은 무인 매장, 즉 점원조차 없는 매장이다. 시작은 미국의 ‘아마존 고’다. 아마존 AWS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아마존 고는 2018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첫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20년 3월 기준 미국 내에 27개 스토어가 이미 개장을 했거나 입점을 확정 지은 상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이런 무인매장의 확대를 가속할 것이 확실하다. 대면 접촉에 의한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인건비 절감에 목표가 있는 이 ‘리테일 테크’ 산업은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역시나 삼성과 LG가 가장 선두주자다. 지난 2월 삼성전자가 고객이 직접 화면을 터치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결제하는 ‘삼성 키오스크’를 출시한 데 이어, LG전자 역시 올해 말 비슷한 키오스크를 출시하고 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하고 있다. B2B 시장에서 리테일 테크 산업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물밑 싸움이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도 다양한 형태의 무인 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LAB101(랩원오원)’은 무인 청바지 숍이다. 상품을 마음껏 입어본 후 매장 안쪽에 있는 태블릿에서 결제하면 된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도 올해 5월 기준 각각 100~300개의 야간 무인 영업 형태의 하이브리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아마존 고 형태의 가장 ‘완전한’ 무인매장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 평가되는 실물이라면 여의도 더 현대 ‘언커먼 스토어’를 최고로 친다. 지난 3월 문을 연 이곳은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직접 태블릿이나 키오스크에서 결제해야 하는 여타의 무인매장과 달리, 물건을 고르고 매장에서 나오면 알아서 자동결제가 된다. 직접 결제해야 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고객의 사용법 미숙이나 도난의 우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상징성과는 달리 여전히 이슈화는 덜 된 상황. 직접 방문해 본 언커먼 스토어는 오픈한 지 3개월 남짓 지났지만 아직은 매장의 크기가 작고, 진열된 제품의 수도 많지 않다. 매장으로 가는 길에 영문으로 아마존 AWS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매장이라는 긴 설명이 있지만, 아직은 테스트 단계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이 없다는 건 사람이 하던 역할을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의미.


일단 언커먼 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백화점 식품관’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받아야 한다. 회원가입을 하고, 퇴장 시 자동으로 결제될 신용카드를 등록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다소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절차를 마치고 나면 앱에 QR 코드가 생성되는데, 바로 이것이 매장에 입장할 수 있는 일종의 출입증이다.

매장에 입장한 후에는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단 주의할 점이 크게 2가지다. 첫째, 구매하지 않을 제품은 반드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천장에 있는 수많은 카메라가 제품의 원래 위치를 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엉뚱한 곳에 제품을 두면 나올 때 자동결제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함께 입장한 동반자가 있다면 절대 그 사람에게 내가 집은 물건을 건네면 안 된다. 아마존 AWS 기술은 물건을 집은 고객에게서 제품이 이탈하면 이를 구매 행위로 간주하는데, 제품의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순간 제품이 구매됐다고 ‘오해’할 소지가 생긴다. 이렇게 하면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아도 퇴장 시 자동결제 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매장 입장 시 점원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설명을 듣고도 미심쩍은 마음에 물 한 병을 구매해 보기로 했다. 물을 들고 매장을 나오니 2~3분 후에 카카오톡으로 결제 알림이 올 것이라는 점원의 안내가 있었다. 실제 결제된 시간은 퇴장 후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현대식품관’ 이름으로 날아온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결제일, 상품명, 주문번호, 결제금액을 나열하고, 상세내용 링크를 탭 하면 현대식품관 앱으로 연결돼 구매 품목 일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경험이 처음이니 다소 생소한 방식이라고 여겨졌지만, 아마존 AWS 기반의 무인 매장이 자리매김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운영 초기라 매장 밖에 1~2명의 점원이 앱 다운로드 등의 안내를 하고 있지만, 지금의 코로나19 관련 QR코드처럼 국민적으로 보편화 되면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매장이 보편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타인에게 물건을 전달하면 결제가 될 위험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상용화하기에 큰 무리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점원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가 있어야 하는 연령대도 분명히 있지만, ‘구경하면 구매해야 하는’ 눈치를 보지 않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경험은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자라나 유니클로 등의 패스트패션 시장이 성장한 배경으로 점원의 ‘밀착 마크’가 없다는 점을 손꼽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무인 매장은 코로나19 이후 쇼핑 경험의 중심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동시에 기업도 고객도, 그리고 정부도 줄어드는 일자리와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야 할 시그널이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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