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를 통해 비꼰 우리네 직장생활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를 통해 비꼰 우리네 직장생활
이 시대를 사는 직장인의 씁씁한 현실보고서
탈탈털린 영정페이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 김현동
  • 승인 2015.12.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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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는 직장인의 씁씁한 현실보고서
[리뷰] 탈탈털린 영정페이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2015년 12월 13일] - 예비역에게 설령 꿈이라도 다시 입대하는 꿈은 악몽과도 다름없다. 직장인에게는 억만금을 준다고 한들 사회초년생을 다시 하라면 그건 고문과도 다름없다.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몇 년간의 생활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처신을 못 하면 눈치 없다고 면박 당하는 그때 그 시절.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지나고 봐도 그게 참 끔찍하다. ‘나는 그러지 않았다~’며 혀를 끌끌 차는 상사의 행동을 보며 뒤돌아서 ‘꼰대’라는 말을 했지만, 어느덧 내가 그 자리에 서보니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렇게 얻은 결론이 그렇다. 아등바등 살아보니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 과거 커뮤니티에서 화자 되었던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어느 조직에나 ‘진상’은 있게 마련이고 그 ‘진상’을 피해 다른 조직으로 옮겼을지라도 다른 형태의 ‘진상’은 항상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더러워서 일 못 해먹겠네~라며 호기롭게 사표를 던지고 다른 곳으로 옮긴 들 월급쟁이 생활이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 보니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나 수년을 버텨온 사회 선배나 직장이라는 터울에 몸담은 이의 애환은 그 형태만 다를 뿐 동일 선상에 있다. 그것을 얼마나 일찍 깨닫는지가 사회생활을 잘하고 못하고를 결정하는데 영화는 못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움직인다.

우수한 졸업성적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적고, 오라는 곳도 없는 도라희(박보영)의 사회생활은 현시대를 사는 대학생의 모습 그대로다. 어쩌다 보니 언론사에 취직해 ‘수습기자’라는 딱지를 차고 첫 발걸음을 땐다. 남들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데 하필 만난 직속 팀장은 괴팍한 성격에 툭하면 욕설을 내뱉고 직원에게는 잔소리와 막말을 일삼는 캐릭터. 누구라도 편할까 싶다만 영화 속 신입사원은 딱 봐도 쉽지 않겠다 싶다.

나라면 저렇게 했다. 자신할 수 없는 영화.
대책도 대안도 없는 환경에서 기댈 것은 오직 천운
왠지 경험 했봤음직한 사회초년생의 무대뽀 정신
그래서 더욱 애잔한 수습기자의 생활이 펼쳐졌다.

그렇게 일한 대가로 지급된 한 달 급여는 97만 6,900원. 아무리 사회초년생이라고 하지만 4년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재원에게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김밥 한 줄로 한 끼를 간신히 때우던 그 순간 폭언과 욕설이 쏟아지는 전화 한 통으로 식욕마저 달아났다. 그렇게 돌아온 사무실에서는 밥이 들어가느냐며 자존감을 짓밟는다.

그러한 환경에서 무슨 긍지와 자부심을 기대하느냐 만은 영화 속 캐릭터는 못할 것 없는 거침없는 열정을 발휘한다. 열정페이에 불과해도 대가를 받았으니 열심히 일해야 하는 처지이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 특종을 만들어내고 이 와중에 상하로 나뉜 위계질서의 쓴맛 단맛도 호기롭게 풀어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장면은 그 순간에 나타났다. 하재관부장이 무게 중심을 잃고 흔들리던 그 순간 드라마 ‘송곳’ 구고신의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라는 대사가 문득 떠올랐다. 바닥에 나뒹굴던 금두꺼비를 보며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의 마음에는 순간 ‘쿵’하고 바윗돌이 떨어졌으리라!

그 모습이 수습사원의 위치에서는 비리로 보였겠지만 부장의 시선에서는 분명 타협과 협상이며 동시에 관계 유지 차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기자라는 조직에 빗대어 풀어냈기에 최근 논란이 되는 ‘기레기’와 연관될 여지를 남겼으나 분명한 것은 본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띄어 쓰지 않고 팍팍하게 적어 내려간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제목은 느낌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대변한다.

제목부터 ‘열정’깔아뭉갠 비통한 영화 한 편
수습기자를 통해 까발린 사회생활의 참담한 이면
아무리 뛰어봤자 결국 자본 앞에선 정의도 협상 대상
편법으로 어렵게 쟁취한 승리가 무슨 의미?

100만 원도 안되는 급여로 생활하며 잔액부족으로 전전긍긍하는 신입사원의 애환. 현실에서는 200도 안 되는 급여로 4인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애환. 형태만 다를 뿐 결론은 같다. 참 살기 힘든 세상에서 지내는 직장인은 오늘도 현실에 안주하며 참으로 바쁘게 움직일 뿐이다.


신입사원이 희망하는 급여의 마지노선이 월 200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직장인 가운데 48.3%가 월평균 20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한다. 4년제 대졸 지원자의 지원서 상당수에 기재된 희망 연봉이 2,400인 것을 고려하면 대기업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180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임금근로자 1,908만 1,000명 가운데 월평균 임금 ‘100만 원 미만’을 받는데 그게 11.9%(227만 9,000명)에 달하며, ‘100만~200만 원’은 36.4%(693만 700명)로 조사됐다. 즉 대한민국 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월 200만 원도 못 받는 환경에서 사회생활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말이다.

늘 돈 없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종료되었지만 도라희와 선우 사이에 오간 대사가 자꾸 떠오른다.

도 : 우리 부장 좀 싼마이 아니에요?
선 : 우리 부장 싼마이 맞아. 근데 소신은 있는 사람이야
도 : 무슨 소신이요?
선 : 제 새끼들 밥그릇 챙기겠다는 소신


아울러 약 2만 3,100원이 부족해 채 100만 원을 넘지 못한 돈으로 지내는 도라이 기자의 휴대전화기에는 잔액부족이라는 경고 문구가 떴다. 그것도 급여가 입금되던 당일 각종 공과금과 월세로 빠져나갔으니 말 그대로 통장을 스쳐 지나간 셈이다. 탈탈 털린 급여만큼 탈탈 털린 자존감으로 고단한 직장인의 애환을 까발린 영화는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직장인이 처한 씁쓸한 현실을 너무도 짙게 그려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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