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마친 현대차 … 물류 혁신으로 로봇 산업 본격화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마친 현대차 … 물류 혁신으로 로봇 산업 본격화
  • 김신강
  • 승인 2021.07.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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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19일] -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는 ‘Hey Buddy, Can You Give Me a Hand?(버디야, 좀 도와줄 수 있어?)’라는 이름의 영상이 있다. 강아지 형태의 로봇 하나가 문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자 다른 강아지 로봇이 나타나 문을 열어주고, 처음 문을 열려고 시도했던 로봇이 열린 문으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40여 초 남짓의 이 짧은 영상은 무려 1억 3천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된다. 회사가 추구하는 ‘도우미 로봇’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놀라운 수준의 균형 잡기와 보행 능력을 갖춘 로봇들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세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바 있다. 로봇을 과격하게 걷어찬 후 휘청거리다가 로봇이 다시 균형을 잡는 모습은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각종 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에 구글에 인수됐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새 주인을 맞았다.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구글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자 2016년 매물로 이 회사를 내놨고 도요타,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의 인수 움직임이 연이어 있었지만 결국 성사되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 현대차가 작년 12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선언을 했고, 올해 6월 현대가 무려 1조 57억 원이라는 금액으로 최종 인수를 완료했다.

# 현대자동차가 지분 80%, 소프트뱅크가 20%를 갖게 된다.


한 회사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다는 것이 결코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지만, 이번 인수에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 지분 중 정 회장 개인 지분이 20%나 될 정도로 확신에 찬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인수를 통해 현대차가 로봇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진출은 물론 자동차 영역에서도 다른 브랜드가 주지 못하는 새로운 경험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 2족 직립 보행 로봇 ‘아틀라스’를 연이어 개발해 주목받았다. 스팟의 경우 최초의 상용화 로봇인데, 현재 병원, 공사장 등에서 현장 상황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사람이 진화해 온 과정을 따르듯이 기어가는 로봇에서 걸어가는 로봇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다고 평가받는 것은 지난 3월 개발에 성공한 ‘스트레치’다. 내년 중 시판을 목표로 하는 스트레치는 간단히 말해 물류 특화 로봇이다.

스트레치는 한 번에 최대 23kg의 짐을 들 수 있다. 물품을 잡는 손의 역할을 하는 그리퍼는 진공 흡착식 방식을 이용해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잡을 수 있다. 현재는 평평한 물건만 들 수 있지만, 표면이 울퉁불퉁한 것도 잡을 수 있도록 그리퍼를 보완하는 과정에 있다.

스트레치는 애초에 기업을 겨냥해서 만든 로봇이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물류업도 함께 아주 커졌다.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 성공에서 보듯이 물류는 이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네이버마저 13일부터 풀필먼트 기업과 제휴하여 사업자에게 새로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트레치가 코로나를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물류가 앞으로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측대로 들어맞고 있던 셈이다. 상용화 시점에는 시간당 최대 800개의 상자를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최근 있었던 택배 파업의 중심에는 바로 분류 작업이 있다. 인력이 부족하여 배송 기사가 분류 작업까지 해야 했던 상황 속에 오랫동안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었다. 알려진 것처럼 분류 작업은 엄청난 노동량이 소요되는데, 반복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피로도 역시 빨리 쌓인다. 분류 작업에 대한 대가가 넉넉히 지급되지 않으면서 택배사와 노조 사이의 갈등이 커진 것이다.

스트레치의 등장은 이런 갈등을 한결 줄일 수 있는 기대를 하게 한다. 현시점에서 고객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배송은 아직 온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드론 등 무인 배달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상용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분류의 영역은 대면 접촉이 일어나지 않고 사람도 꺼리는 일이다. 택배사 입장에서도 분류 작업까지 인건비가 들어가면 수익성이 맞지 않을 우려가 생긴다.

스트레치가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면 단순히 국내 시장만 놓고 봐도 매력적인 요소가 다분해진다. 현대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후 공식적인 이름은 ‘현대로보틱스’가 됐다. 현대로보틱스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메인 화면으로 다분히 물류에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이는 로봇과 배경이 노출된다. 현대로보틱스의 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결국 로봇 산업의 핵심은 자동화에 있다.


빨래나 청소, 요리를 대신해주거나 자녀를 학교로 통학시키는 일, 운전을 해주는 일 등이 모두 자동화에 기반을 둔 변화다. 시작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기업이 될 것이다. 특히 물류는 자동화가 핵심이고 전부인 산업이다. 구글마저 손을 뗀 보스턴 다이내믹스지만, 2010년 대의 로봇 산업은 수익성 실현이 분명히 요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대체 언제쯤 돈을 벌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현대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사 온 지금은 기술의 수준과 주변의 여건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현대가 로봇 산업에서도 선두 주자에 설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이번 현대차의 인수는 우리나라 회사가 미국의 회사를 샀다는 수준을 넘어 한국미래 경제의 판을 좌우할 수도 있는 의미가 있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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