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조주빈 검거 1년, 디지털 성폭력은 사라졌나?
n번방 조주빈 검거 1년, 디지털 성폭력은 사라졌나?
  • 김현동
  • 승인 2021.03.25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03월 25일] - 공식적으로 n번방은 사라졌지만,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성착취물. 우리 사회가 그동안 쉬쉬하던 치부를 들추기까지 고통받아야 했던 피해자의 눈 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여전히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디지털 성착취물은 유통되고 있다. 온라인에 올라타면서 국경을 넘나들며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n번방’ 최초 고발자인 추적단불꽃과 협업하여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 추적기 연재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님을 역설하고자 함이다.


앰네스티는 ‘박사’ 조주빈이 검거된 2020년 3월 16일, 가해자는 텔레그램을 대거 탈퇴하면서 수십 개에 달하던 성착취물 공유방은 대부분 사라지는 듯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법과 제도가 바뀌면서 여성과 아동이 온라인에서 조금 더 평등하고 안전한 권리 확보의 기초를 닦을 수 있게 된 변화를 주목했다. 경찰은 약 3,000명이 넘는 가해자를 검거하면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일단락된 듯한 착시효과도 일으켰다.

하지만 텔레그램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가해자는 디스코드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플랫폼을 넘나들며 더욱 지독해진 수법으로 또 다른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고. 25일에는 디씨인사이드에 n번방 동영상 게시글이 대거 업데이트 되면서 지워지지 않는 성착취물이 다시금 등장했다. 그토록 근절하고 했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 된 것이다.

캠페인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생존자의 정의를 상기시키고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됐다. 총 4편에 걸쳐 연재될 추적기의 첫 번째인 더욱 은밀하고 악랄하게, 활개 치는 가해자의 플랫폼 세상을 시작으로, 4월에 2편을, 5월에 3편을 그리고 6월에 4편 공개를 예고했다. 직접 취재한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지금, 이 순간 온라인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건이라는 의미다.

1편 내용 <더욱 은밀하고 악랄하게, 활개 치는 가해자의 플랫폼 세상>은 작년 3월 ‘n번방’ 사건이 대대적으로 공론화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추적단불꽃이 증거를 수집해 온 기록을 토대로, 가해자의 행태를 다뤘다. 사라졌을 것이라 여겼던 성착취물은 1년 전 대비 더욱 다양한 복수의 플랫폼을 넘나들며 유통되고 있으며, 가해자는 성착취물을 일종의 화폐로 사용하면서 거래의 흔적을 최소화할 정도로 교묘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추적단불꽃은 지난 2019년 7월 최초로 텔레그램 방에 잠입해 사건을 수면으로 올린 이래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멈추지 않은 추적으로 심각성을 확인했다. 특히 지난 3월 1일부터 18일까지 총 18일간 저녁, 새벽 시간대를 중심으로 하루에 4시간 이상 텔레그램과 라인, 트위터, 디스코드를 모니터링해 총 242건의 캡처 화면과 1분에서 최대 11분 길이의 화면녹화 18건을 채증할 정도로 근절되지 않음이 확실시됐다. 채증 자료를 정리해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에 3건을 제보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1건을 신고 접수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은 “현재 성착취물의 유통망이 되는 플랫폼 산업은 국제인권 부합 여부를 돌아봐야 한다”며, “기업이 직접 인권 침해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의 영업 활동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로 인해 인권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 이를 방지하고 완화할 수 있게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추적단불꽃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1년 텔레그램은 성착취물 공유의 ‘허브’이며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성착취물의 ‘영업장’이자 ‘유통망’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주범 조주빈은 검거했지만, 여전히 범죄는 누군가를 통해 진행 중이고, 검거 당시보다 더욱 교묘하게 온라인으로 파고들며 누군가의 인생을 예리하게 도려내고 있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