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팹리스(Fabless), 과연 정답일까요?
[이슈+] 팹리스(Fabless), 과연 정답일까요?
  • 김영로
  • 승인 2021.07.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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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18일] - 흔히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쓰임새가 많다는 뜻일 것입니다. 반도체가 부족해서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뉴스는 더는 새로운 것이 없는 뉴스입니다. 전기차라면 몰라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반도체가 뭐 그리 많이 들어갈까 싶지만, 이미 자동차는 움직이는 가전제품에 가깝습니다. 내연기관을 그대로 쓰더라도 반도체 쓰임새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1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현대차 그랜저의 경우 사양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300개 정도의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예전과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죠. 그래도 반도체 하면 인텔이나 AMD가 주로 만드는 CPU,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로 만드는 흔히 RAM이라고 부르는 메모리 반도체가 떠오릅니다. 물론 이것 말고도 반도체는 엄청나게 많지요.

대표적으로 그래픽을 처리하다가 요즈음은 코인 채굴이나 인공지능 연구, 자율주행에 빼놓을 수 없는 GPU가 있습니다. GPU의 대표주자는 바로 NVIDIA입니다. 참고로 인텔 시가총액이 2021년 7월 17일 종가 기준으로 2,219억 달러인데, NVIDIA 시가총액은 4,525억 달러입니다. NVIDIA가 인텔보다 어느덧 두 배쯤 큰 회사가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공장이 없습니다. 이렇게 큰 회사가 말입니다.

다양한 반도체 회사를 다양한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이런 반도체 회사들을 Fabless인가 아닌가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설계하는 공정과 실제로 이 설계를 바탕으로 실물을 만드는 제조공정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를 다하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텔과 삼성이 있습니다. 만드는 반도체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인텔과 삼성은 대체로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합니다. 예전에는 다 이렇게 반도체를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뭔가 변화가 일어납니다. 설계는 일종의 이론 물리학이죠. 뛰어난 아이디어와 설계 인력만 있으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알만한 회사는 ARM, NVIDIA가 있습니다. 퀄컴이나 애플, 예전의 특허 공룡 램버스 같은 회사들이 모두 이에 해당합니다. 잘 설계해서 공장에 넘겨주면 되는 거죠.

반면 제조 공정은 실험 물리학 같다고 보면 됩니다. 설계도에 따라 이를 움직이는 하드웨어로 만들어야 합니다. 비교적 단순한 것 같은데 문제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공정의 미세화가 그렇게 빠르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인텔 같은 회사가 생산까지 책임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정이 미세화되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경쟁이 심화하다 보니, 도저히 미세공정의 발전 속도를 인텔 같은 회사가 따라갈 수가 없거나 따라가더라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먼저 선수를 친 것은 AMD였습니다. 사실 AMD는 매우 오랫동안 인텔의 Copycat이었습니다. Copycat답게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좀 더 싸게, 또는 같은 가격이면 좀 더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다가 인텔보다 먼저 듀얼코어를 선보이고 그래픽 회사 ATi를 인수하는 등, 첫 번째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그 당시 저는 AMD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인텔의 실책과 방심 덕분이었지, 기술적으로 우세했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이후로는 더욱 혹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셈이죠. 이런 까닭에 AMD는 비자발적으로 Fabless 회사가 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돈이 없어서 생산공장을 분리해서 팔게 됩니다.


이렇게 AMD로부터 분사된 생산시설이 바로 글로벌 파운드 리스(GlobalFoundries)라는 이름의 회사입니다. 당시 AMD의 주력 생산 시설은 코어를 만드는 독일 드레스덴의 Fab36에서 코어를 만들고, 이를 싱가포르로 가져옵니다. 그다음에는 싱가포르에 있는 파운드리 업체 차터드 반도체를 인수하며 확보한 싱가포르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나중에는 뉴욕에도 공장을 만들었죠. 이 공장, 아니 이 회사를 최근 인텔이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미리 알고 투자한 아랍애밀레이트 국부펀드가 똑똑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실제로 반도체 제품을 만드는 파운드리(Foundry)는 말 그대로 하청회사였습니다. 절대 핵심이 아니었죠.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치열한 경쟁과 반도체의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미세공정이 도입되었고, 지금은 단순한 하청공장이 아니라, 모회사라 할 수 있는 설계회사의 설계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잘 만든다고 소문나면서 요즈음은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수량을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파운드리의 절대 강자는 대만 TSMC입니다. 보통 TSMC라고 하는데 원래 이름 이 대만 반도체 제조 기업을 그대로 영어로 한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이름입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56%입니다. 말 그대로 절대 강자죠. 2등 삼성이 17% 정도니까 격차가 상당합니다.

설계와 생산시설을 모두 갖춘 인텔과 삼성 같은 종합 반도체 회사보다 NVIDIA, 퀄컴 같은 반도체 회사와 TSMC 같은 파운드리가 워낙 잘 나가다 보니 요즈음은 Fabless가 대세인 듯 보입니다. 그런데 왜 인텔은 다시 파운드리를 사려고 할까요?

얼핏 생각하면 파운드리를 사서 생산시설을 보강하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파운드리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태생적으로 AMD와 가깝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AMD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글로벌 파운드라와 AMD 사이의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깡패도 아니고요.

여기에 글로벌 파운드 라가 생각보다 규모가 작습니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7% 수준입니다. 대만 UMC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정도로는 의미 있는 수치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존 인텔 생산 시설이 있기에 세계 시장 점유율로는 3위에 해당하기는 합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글로벌 파운드리는 미세공정 경쟁에서 TSMC나 삼성에 한참 뒤며 있습니다. 인텔이 AMD에 밀린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세공정 경쟁에서 뒤진 것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AMD가 주로 위탁생산하는 TSMC나 삼성은 이미 5나노 공정을 지나 3 나노 공정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파운드리는 여전히 12∼14나노급을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10나노 이하 공정은 지난 2018년 일찌감치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현재 인텔은 7나노 제품을 직접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글로벌 파운드리가 아닌 TSMC와 삼성전자에 제조를 맡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텔은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에 무려 300억 달러 (약 35조 원)'이라는 거금을 써서 무엇을 얻으려고 할까요? 예전 자신들이 세웠고 돈이 없어서 팔았던 회사, 지금도 여전히 자신들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경쟁사가 집어삼키는 것을 AMD는 보고만 있을까요? 유동성이 좋아진 AMD는 다시 파운드리에 진출할까요? AMD의 진정한 경쟁력은 설계 능력에 있을까요? 아니면 TSMC의 미세공정 덕일까요? 만약 AMD와 TSMC 주식 가운데 하나만 사야 한다면 과연 무엇을 사야 할 까요?

산업의 쌀 반도체를 둘러싼 거대 공룡들의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의 승자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고, 여기에 투자하는 투자자 역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By 김영로 테크니컬라이터 bear0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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