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디자이너 합작 패션 브랜드 ‘주닝’ 론칭 스토리
한·미·중 디자이너 합작 패션 브랜드 ‘주닝’ 론칭 스토리
  • 김현동
  • 승인 2020.03.29 2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패스트패션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계를 허물다

[브랜드 스토리] 한·미·중 3개국 합작 패션 프로젝트 ‘주닝’




[2020년 03월 28일] - 날아가던 새도 떨어뜨릴 것 같았던 패스트패션 업계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업체인 자라가 전 세계 3,785개 매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 H&M 역시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세계 12개 이상 지역의 매장을 폐쇄한다. H&M의 최근 3개월 중국 매출은 24%나 하락했다. 코로나19가 전 지구적 공포로 떠오른 지 3개월이 넘어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 크다고 하나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 유통업계들도 예정된 3월 정기세일을 줄줄이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역대 가장 우울한 분위기의 봄이 시작됐다. 그런데도 새로운 브랜드는 출시되고, 가벼워진 옷차림은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번 달 첫 S/S 컬렉션 출시를 앞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주닝’은 ‘밝음을 주다’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2030 여성을 메인 타깃으로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을 주겠다는 브랜드 스토리를 담았다. 주닝이 독특함을 가지는 부분은 패스트패션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중간 지대를 찾는다는 점이다.

패스트패션의 다양한 디자인, 빠른 유통방식을 선택하면서도 한국, 미국, 중국 신진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담은 고유의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다. 얼마 전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킨 넷플릭스의 ‘넥스트 인 패션’처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디자이너가 각자의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20 S/S 테마는 ‘Greetings from Seoul, New York, Beijing (서울, 뉴욕, 베이징이 건네는 인사)’이다.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속한 도시의 감성을 패션으로 녹여내겠다는 의도다.

이번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총괄 디렉터를 맡은 에스더 오 디자이너는 “주닝이 의도하는 긍정적인 마음과 도전적인 정신을 각 나라의 도시를 여행하는 느낌으로 표현했다”며 “브랜드는 하나지만 각자의 문화를 가지고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보여주겠다는 실험의 취지에 디자이너들이 공감하고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강과 이태원, 뉴욕, 베이징을 각각의 디자이너에 맡겨 컬렉션 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국적도 다르고 살아온 도시도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브랜드에서 다양한 감성을 표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시즌 별 테마를 잡아 선보이는 방식은 일반 디자이너 브랜드와 유사하지만, 마치 H&M이나 자라와 같은 패스트패션처럼 하나의 색깔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브랜드와 궤를 달리한다. 총괄 디렉터이자 사령탑에 오른 에스더 오는 이태원의 이국적인 느낌을 담아 줄 것을 조이 최 디자이너에게 주문했다. 미국 뉴욕의 느낌은 앤젤라 킴이 중국 베이징은 그레이스 하오가 맡았다. 한, 미, 중 합작 프로젝트 정식 론칭에 앞서 특별한 실험의 개요와 방향,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총괄 디렉터를 맡은 에스더 오 디자이너에게 들어봤다.


1. 서울 한강 – Peace of Mind (마음의 평화)

주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스더가 맡아 9개의 컬렉션을 선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이면서도 휴식을 위해 한강을 찾는 서울시민들의 아이러니한 정서를 담았다. 편안하고 베이직한 컬러와 핏으로 구성돼 대중적이면서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제품이 많다. “쉽게 소비되는 옷이 아닌 정체성을 드러내며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며 “트렌드보다는 한강이 주는 편안한 감성을 살리는 데 집중해 간직하고 싶은 컬렉션을 구성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2. 서울 이태원 – Shining Night (빛나는 밤)

같은 서울이지만 한강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이태원 특유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담았다. 과감한 노출과 시스루 디자인이 임팩트를 더한다. 이태원 테마는 맡은 건 조이 최 디자이너다. “지방 출신인데 처음 이태원을 방문하고 특유의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오프숄더 디자인이나 밑단 비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감 넘치고 진취적인 성격의 여성을 표현했다.”고 귀띔했다. 총 8종 신상은 파티나 클럽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3. 미국 뉴욕 – Have Some Fun (소소한 재미를 찾다)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앤지 디자이너가 맡은 테마다. 그는 본래 디자이너 출신이 아닌 광고 계통에서 오래 일한 마케팅 전문가란다. 앤지는 “트렌드나 소비자 취향에 민감한 편이라 모던하면서도 쉽게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다”는 점에 중점을 뒀다. 학창 시절을 뉴욕에서 보낸 그답게 ‘쉬는 시간’이 주는 정서를 뉴욕에 맞게 풀었다. 시크하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이 주를 이루는데, 정제된 디자인 속에 포인트 컬러나 원단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지루하지 않은 느낌을 표현했다. 총 9개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4. 중국 베이징 – Dreaming of Moorim (무림의 꿈)

중국 내몽골 대학과 한국 홍익대에서 패션을 전공한 26세의 신진 디자이너 그레이스 하오에게 주어진 과제는 현시대의 가장 트렌디한 중국 디자인을 선보이라는 것. 그렇게 중국의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인 전통 무술 의상의 현대적 재해석이 주닝의 이번 테마에 담겼다.

“어릴 때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고, 멋있고 근사한 어른의 이미지가 중국 무술을 보며 만들어졌죠. 중국인이라면 다 무술을 잘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무술 의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품이 여유롭고 핏이 여유롭습니다. 가장 트렌디하고 밝은 2030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주닝의 테마에 맞는 밝고 화사한 컬러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의 말처럼 오버사이즈 핏이 주를 이루는 5개의 디자인이며, 스트링을 활용해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한 시즌에 선보일 총 30개가 넘는 디자인 작품의 판매는 신중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프리오더, 크라우드 펀딩 등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할 거란다. “선주문 방식은 하나의 흐름이기도 하지만, 환경문제와의 연관성도 높다.”며, “매년 재고로 버려지는 의류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주닝이 추구하는 긍정적 가치와도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고 새로 생겨나는 브랜드가 넘쳐나는 패션시장에서 주닝이 시도하는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다양한 국적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든다는 실험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 않을까. 비슷비슷한 디자인들이 서로를 카피하며 일원화되고 있는 시기, 새로운 판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지루한 시장 환경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총괄 디렉터 에스더 오와의 1문 1답>

Q. 브랜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Peace, Love, Adventure라는 밝은 가치를 브랜드 모토로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마음과 도전적인 정신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담은 브랜드다. 매 시즌 창의적 메시지를 담은 테마를 선보일 예정이고, 첫 프로젝트로 한국, 중국, 미국 3개국의 디자이너들이 각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닝을 선보인다.

Q.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어려움은 없었는지?
A. 각자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브랜드’라는 고유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많은 소통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알 수 없었던 미국과 중국의 문화를 배울 기회가 됐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Q. 주닝이 생각하는 경쟁 브랜드가 있는가?
A. 주닝 자체가 실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로는 경쟁사가 없다. 다만 미국의 ‘매드해피’라는 브랜드가 가져가는 정신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제품 스타일은 주닝과 다르지만,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극단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우리 가치와 맞다고 생각한다. 주닝을 입었을 때 행복한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 요즘처럼 웃을 일이 드문 시대에 더욱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Q. 해외 진출이나 컬렉션 진출에 대한 계획은 없나?
A. 빠르면 2년 이내에 컬렉션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서울 패션위크의 제너레이션 넥스트에서 선보이고 싶다. 온라인 베이스로 유통할 생각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선택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메타포르테에 잘 어울릴 것 같다. 디자이너들의 국적이 다양하기 때문에 해외 전시 참여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지 않겠나.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