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는 어떻게 대세가 되었나?
AMD는 어떻게 대세가 되었나?
  • 김현동
  • 승인 2021.10.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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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6일] - AMD의 지난 24일(미국 현지 기준) 나스닥 종가는 119달러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인텔의 주가를 역전한 AMD는 그 이후로 파죽지세로 상승, 인텔의 2배가 넘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2달러 남짓하며 회사의 존폐를 염려해야 했던 AMD는 50배 이상 몸값을 높이며 반도체 업계의 절대 강자 인텔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AMD의 프로세서 성능이 아무리 우수하고 인텔이 최근 몇 년간 부진했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차이 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다음 주 발표될 3분기 실적도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데, 이미 2분기 실적에서 전년대비 매출 2배, 영업마진은 3배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 인텔 주가의 2배 … 3분기 최고 실적 예상돼


사실 대단한 분석이 아니라도 AMD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었다. 차세대 콘솔 게임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X는 역대급 스펙으로 게이머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는데, 그 스펙이라는 것이 사실 프로세서와 그래픽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도 빠르고 화면 좋은 것이 결국 게임의 스펙을 말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두 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는 전량 AMD 것이다.

단순히 인텔과의 가격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아니라 소니와 MS가 인텔보다 AMD 프로세서 성능을 신뢰한 결과에 담긴 이유에 주목할 수 있다. 콘솔 기기 수요를 맞추기 위해 AMD 프로세서의 일반 사용자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 현상에 가격 곡선은 연일 상승세다. 이 역시 경쟁사인 인텔이 AMD의 확실한 대체제가 되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현상이다.


AMD가 무서운 이유는 CPU의 절대 강자 인텔, GPU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와 동시에 경쟁하는 지구 상의 유일한 회사라는 것. B2C 시장에서 CPU는 기술적으로 인텔을 상대로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 오래고, GPU는 엔비디아의 RTX 라인업의 인기가 여전하지만 AMD의 라데온 시리즈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역시 굳건하다. 사실 엔비디아는 여전히 높은 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MD만이 유일한 경쟁자라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의미깊다.

AMD의 화려한 부활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단 하나의 핵심 비결을 꼽으라면 바로 AMD의 수장, 실리콘밸리 반도체 기업 최초의 여성 동양인 CEO 리사 수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입사 3년 만에 CEO 자리에 올라 AMD를 완전히 환골탈태시킨 주인공이다.

# 최초의 실리콘밸리 여성 CEO 리사 수… AMD 부활의 일등공신


리사 수는 MIT 공학박사 출신으로 불과 26살에 나이에 IBM 이사로 입사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수많은 회사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난파선처럼 보였던 AMD를 선택한 이유로 “잘 나가는 기업은 매력이 없다”라고 말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지난 2014년 CEO로 취임하며 2년 내에 다시 AMD를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리사 수는 당시 주력 상품군 중 하나였던 고성능 데스크톱 PC 제조를 아예 중단하고 프로세서에 온전히 집중한다. 비슷한 시기에 프로세서 개발을 등한시하고 문어발 확장을 하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 체제의 인텔과 완전히 대조되는 행보였다.

결과는 AMD 압승이다. 리사 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설계의 신’이라 불리는 짐 켈러와 손잡고 ZEN 아키텍처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개발, 그렇게 라이젠 시리즈를 선보였고 지지부진한 성능을 보이던 인텔과 대조되며 그야말로 ‘대박’의 호재를 개척한다. CPU는 ‘당연히 인텔’이었던 사실상의 독점 시대에 쉼표를 찍고, 다시금 AMD 부활을 알리던 기점이다.

업적을 인정받은 리사 수는 2019년 미국 대기업 CEO 연봉 랭킹 1위에 오르며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유리천장을 한꺼번에 깨부수는 기염도 토한다. 지금도 리사 수에 대한 임직원의 지지율은 98%에 달한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AMD 이사회는 CEO 연임을 찬성 의견으로 통과시켰다.

AMD가 고속 성장을 한 이유 중에 하나는 방향을 잃고 헤매던 인텔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AMD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14 나노 공정의 시대에 머무른 CPU를 높은 가격에 써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은 반도체 대란 시기에 AMD는 수혜 기업이기도 하지만, 사용자 역시 어쩌면 AMD가 있어 그나마 다행인 시기를 보내고 있다.

뒤늦게 '아차' 싶었던 인텔 프로세서 개발의 역사로 통하던 펫 겔싱어를 새 CEO로 영입하고 7 나노 공정의 12세대 프로세서 발표를 앞두며 반격을 꾀하고 있지만 AMD는 일찌감치 5 나노 공정의 ZEN4 개발을 공표하며 인텔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봐도 공정 간극은 이미 좁히기 어려울 지경이다.


AMD 지난 12일 라이젠 출시 5주년을 기념하는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이 자리는 AMD 테크니컬 마케팅 디렉터 로버트 할록과 마케팅 총괄 존 테일러가 참석해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두 사람은 이 날 인터뷰에서 내년 초 15% 높은 게이밍 성능을 제공하는 3D V-캐시 지원 라이젠 프로세서를 선보이고 하반기에는 5 나노 공정 기반의 ZEN4를 출시하겠다고 천명했다.

마치 곧 출시될 인텔 12세대를 구입하지 말고 자신들의 내년 신상품을 기대해달라는 뤼앙스다.

인텔은 지난해 가장 큰 고객이었던 애플을 잃은 데 이어, AMD의 거침없는 행보로 윈도우 기반의 안방에서도 고전하는 모습이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인텔의 12세대 프로세서는 아키텍처의 변화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전 세대에서 보여준 객관적인 ‘실력’만 본다면 이미 AMD와 많이 벌어져 있다. 적어도 당분간 AMD 대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시장에서 힘을 얻는 이유다.


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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