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X 512 명령어 봉인, 인텔 12세대 코어 시피유 '왜?'
AVX 512 명령어 봉인, 인텔 12세대 코어 시피유 '왜?'
  • 김현동
  • 승인 2022.09.1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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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까지 데이터 처리효율을 높이는 명령어로 비중 있게 다뤄줬으나 차기작 출시를 기점으로 별다른 언급이 없다. 11세대 코어 시피유 출시 당시에는 성능 향상을 가능케 한 몇몇 기술 중 한 가지에 포함되어 자주 거론되던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상반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인공지능·딥러닝 등의 요즘 트랜드 기술에 핵심이 되는 동력이다. 이들 작업에서 주가 되는 고도 연산을 직접적으로 가속화 하기에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12세대 인텔 코어 시피유 출시와 함께 사라진 기능이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기능은 설계단에서 삭제 처리된 것이 아니기에 회로상으로는 존재하며 구체적으로 이유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당 부분을 봉인해버린 조치라는 것.

바로 연산을 가속화하는 특별한 기술 AVX 512 명령어다.


▲ AVX 512는 대량의 데이터를 한번에 연산하기에 처리 속도가 분명 개선되는 명령어다. 특히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수학 연산이 이뤄지는 작업에서는 핵심에 가깝다. 하지만 11세대 까지 지원하던 것이 12세대 코어 시피유 부터 봉인됐다. 해당 기능이 필요하다면 서버용 제온 시피유를 선택해야 한다.

인텔은 12세대 제품을 기점으로 AVX 512 명령어를 비활성화했다. 존재하지만 드러나면 안 되도록 처리해버린 것이다. 멀쩡히 활성화되었던 기능을 갑자기 비활성화 처리한 결과 다양한 루머가 나돌고 있다. 시장에서 떠도는 내용을 정리해봤다.

세대가 거듭할수록 멈추지 않고 진화해온 반도체. 지난 1965년 전문지에 공개된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의 진화 과정에서 단골처럼 불려 나오면서 22년 오늘날까지 영향력은 건재하다. 관련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라면 진화의 핵심 키는 더욱 세밀한 나도 공정이 쥐고 있다 라는 명제다. 현재 미세 공정은 대만의 TSMC가 시장을 주도하고 뒤를 이어 삼성전자와 인텔 등 회사가 따르는 모습이다.

인텔은 한 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했던 반도체 공룡 위상에 어울리지 않게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선두 기업이 사실상 3 나노(nm, 1nm는 10억 분의 1m) 파운드리 영역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인텔은 이제서야 12세대를 기점으로 7 공정(10 나노미터)에 머무르고 있다. 자체 로드맵은 오는 24년 상반기에 2 나노미터, 24년 하반기에 1.8 나노미터 제품 생산을 예고하고 있지만, 당장 23년 7 나노미터 가동에 힘이 실릴 정도로 버거운 상태다.

그렇기에 공정 전환 지연과 AVX 512 명령어 봉인과 연관도 거론되는 실정이다.

12세대 코어 시피유는 i5-12600K 모델부터 하이브리드 코어(성능 P코어 + 효율 E 코어) 구조로 설계됐다. 과거 제품은 부하량과 작업량에 상관없이 명령어가 할당되어 리소스를 차지하는데 중요한 작업임에도 우선순위가 밀려 효율 개선이 필요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로 인해 12세대를 기점으로 가벼운 작업은 E 코어에 배분하고, 무거운 작업은 P코어에 배분하는 전략을 편다.

분명 성능도 향상되었으나 그게 걸맞게 TDP(전력 소모량) 또한 급격이 상승했다. 12900K 모델은 최대 241W에 달하며, 12900 모델도 202W에 달할 정도로 전력 소모량이 많다. 중급기에 해당하는 12700K 제품조차도 최대 소모량은 190W에 달하며 K모델은 기본 125W~150W부터 시작한다. 소모량은 또 다른 의미에서 발열이 되기에 사실상 한계치에 달한 수치다.

문제는 11세대까지 살아있던 AVX 512 명령어는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의 일종으로, 처리량을 가속화할수록 전력 소모가 급격히 증가하기에 발열 역시 이에 걸맞게 상승하는 속내가 단점으로 지적됐다. 분명 고도화 연산 작업을 진행할 경우에는 핵심 기능이긴 하나 그게 역으로 걸림돌이 될 상황이기도 한 것.

인텔은 여기에서 고민한다. 가뜩이나 하이브리드 코어는 최대 전력 소모량이 높은 상황이기에 해당 기능을 활성화했을 때 발생하는 리스크 대비 사용자가 누르게 될 실익을 저울질한다. 동시에 11세대 제품까지 지적되었던 발열과 전력 소모량은 12세대에서는 해결해야 숙제로 넘겨졌다.

결국 해당 명령어가 봉인된 근본적인 이유는 복합적인 사정이라는 데 힘이 실렸다. 여기에 인텔은 AVX 512 명령어가 필요한 연산 작업에 최적화 한 서버용 시피유 라인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에 굳이 일반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데스크톱 시피유에서 해당 기능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도 현격히 떨어졌던 것.

게임을 필두로 웹 서핑, 문서, 포토샵, 프리미어 등의 일상적인 작업에서는 P+E 구조의 코어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며, 효율 측면에서도 충분히 개선을 이끌어낸 12세대에서 굳이 조금 더 효율 상승을 꾀하고자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었다는 논리다. 굳이 명령어를 살려둬서 행여 문제가 될 싹을 애초에 잘라버렸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메인보드 제조사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이스터에그로 통하는 재미난 기능이기에 봉인된 기능을 활성화하기에 이른다. 아난드 테크(https://www.anandtech.com/show/17047/the-intel-12th-gen-core-i912900k-review-hybrid-performance-brin gs-hybrid-complexity/2)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특정 브랜드 메인보드에서 E 코어를 끄고 P코어만 켰더니 해당 명령어가 활성화되었다고.

그러한 방식으로 i9-12900K 시피유에 AVX 512 명령어를 활성화시킨 후 진행한 테스트는 기본 구동 환경 대비 큰 폭으로 성능 향상이 가능했다. 게다가 우려가 되었던 전력 소모량 조차도 터보 모드보다 낮게 측정되면서 인텔이 높은 전력량을 핑계로 해당 기능을 봉인했을 거라는 추정에 반대 의견이 됐다.

그렇다면 인텔은 왜 굳이 12세대 코어 시피유에서 연산에 도움이 되는 핵심 명령어를 봉인한 것일까?

아주 원론적인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서버용 라인업과 데스크톱용 라인업이 서로의 영역을 침입하는 현상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설득력 있다. 즉 해당 기능은 고도화된 연산에 특화된 만큼 서버용 프로세서 기반에서는 계속 제공하는 게 옳고, 그게 아닌 데스크톱에서는 굳이 제공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설명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언급하지 않았기에 참 섭섭하게 만드는 내부 사정인 데다가 당연히 활성화가 되었을 거라 여겼지만 막상 비활성화되었다는 사실을 접하면 찹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어 12세대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연구실이나 소규모 서버를 구동하는 개발 환경이라면 해당 명령어가 아주 중요하기에 기대와 달리 저조한 처리 효율에 실망할 수 있다.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By 김현동 에디터  PRESS@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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