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타 페스에 등장한 맥스엘리트, 발상을 달리하다
일러스타 페스에 등장한 맥스엘리트, 발상을 달리하다
  • 김현동
  • 승인 2026.02.27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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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말고 ‘덕력’이 모이는 현장에 1stPlayer가 등장한 이유

일산 킨텍스 1전시장 4·5홀. 입구를 지나자마자 공기가 다르다. 키보드 타건음이나 e스포츠 함성 대신, “이거 한정 굿즈 맞죠?” 같은 질문과 코스프레 의상의 각축장, 그리고 랜덤 플레이 댄스 음악이 한데 섞여있다. ‘일러스타 페스 10(ILLUSTAR FES 10)’은 크리에이터 마켓을 중심으로 코스프레, 공연 등 서브컬처 요소를 한곳에 모은 종합 행사다. 2026년 2월 21~22일 양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킨텍스에서 열렸다.

그런데 '서브컬처의 장(場)' 한복판에 PC 부품 브랜드가 부스를 세웠다. 유통사 맥스엘리트가 전개하는 1stPlayer가 주인공. 흔히 IT 브랜드의 오프라인 전장은 지스타·플레이엑스포처럼 ‘컴퓨터와 가까운’ 행사였는데, 이곳의 관람객은 스스로를 '덕후'라고 부르며 취향과 세계관에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다. 얼핏 보면 교집합이 얇아 보인다. 그래서 더 눈에 띈다. ‘왜 하필 여기인가?’


“케이스와 그래픽카드, 같이 놓았더니 답이 보인다”

맥스엘리트/1stPlayer 부스는 한눈에 ‘전시’보다 ‘무대’에 가까웠다. 출시 예정이라는 OB8 케이스에 수랭 쿨러(TS 시리즈)와 그래픽카드를 얹어 ‘완성된 시스템’으로 보여주고, 옆에는 기존 MI5 케이스 빌드가 나란히 서 있다. GM7, RT7 같은 판매 제품도 전시해 '지금 살 수 있는 것'과 '곧 나올 것'을 자연스럽게 비교 구도로 진열했다. 맥스엘리트 황평하 팀장은 “공랭 쿨러도 곧 나오고, 싱글 타워·듀얼 타워에 디스플레이 유무까지 여러 형태로 준비 중”이라며 라인업 확장을 암시했다.


부스 한쪽에는 코스플레이어 포토타임이 돌고, SNS 인증 이벤트도 진행됐다. 포토 부스를 보고 있던 필자에게 황 팀장은 “오후 4시에 추천(추첨)권 이벤트 한 번 더 합니다. 그때 사람 많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말이 마치 공연 시작 전 예고편처럼 들렸다. ‘하드웨어 스펙’보다 ‘참여 경험’을 전면에 내세운 진행 방식은, 확실히 PC 카테고리에서는 보기 드문 문법이다.

핵심은 협업이다. 맥스엘리트가 자리한 부스는 YESTON(예스톤) 그래픽카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마련된 현장. 관계자 말대로 “서로 겹치는 아이템이 적고(케이스 vs 그래픽카드), 합치면 시스템이 된다.” 즉, 단품이 아니라 ‘데스크 셋업 사진’을 통해 서브컬처 관람객의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이는 굿즈를 단일 소장품이 아니라 장면(연출)로 소비하는 서브컬쳐의 문화와도 결이 같다.

캐릭터 없던 하드웨어에, 캐릭터가 실렸다.

기자가 던진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수’를 향한다. “그동안 캐릭터를 반영한 제품이 없었는데, 앞으로 가능성이 있나?” 현장 답변은 조심스러웠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현장에 진열한 캐릭터 적용은 전시를 위한 시도였고, 내부적으로는 “에디션 등 본격 전개를 논의 중”이라는 것. 말하자면, 참가는 ‘체험판’이자 시장 테스트다.

이 대목에서, 최근 신생 TECH 커뮤니티가 택한 ‘캐릭터 전략’이 겹쳐 보인다. 커뮤니티 ‘빌런18+’이 진저 캐릭터를 전면 배치해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흐름은, 기존 IT 커뮤니티가 대체로 제품·성능·가격이라는 하드한 언어로 첫 화면을 구성했다면, 캐릭터는 반대로 관람객/유저에게 “여긴 놀러 와도 되는 곳”이라는 신호가 된다.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혹은 ‘정보 탐색’ 의지가 크지 않은 사람도, 캐릭터를 통해 유입되고 머문다. 그 다음에야 제품과 정보가 보인다.


맥스엘리트가 일러스타 페스에서 노린 것 역시 같은 결이다.

이 지점에서 일러스타 페스의 성격이 다시 의미를 갖는다. 일러스타는 크리에이터·팬덤·코스프레가 한데 얽히는 행사고(창작물과 굿즈 소비가 중심), 기업 부스도 운영하며 ‘브랜드가 들어올 자리’를 공식적으로 마련해왔다. 그렇기에 참여하는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동시에 팬덤의 언어로 자신을 번역해야 한다. IT가 접근하지 못했던 이유이자, 참여 하기 위해서는 그만의 세계관으로 데스크가 완성된다는 상상력에 불을 지펴야 한다.

PC 시장이 ‘작아져서’가 아니라, ‘나뉘어서’ 어렵다

PC가 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대학생은 여전히 PC로 과제를 하고, 직장인은 하루 중 가장 오래 마주하는 기기가 PC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PC 시장이 위기처럼 느껴지는 건, 사람들이 시간을 분배하는 기기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태블릿·핸드헬드가 ‘사용성’과 ‘휴대성’에서 PC를 앞서며, PC는 점점 필수 도구이자 취향의 오브제로 양극화된다.

바로 이때 서브컬처는 PC 하드웨어에 매력적인 무대가 된다. 서브컬처 팬덤은 취향을 ‘보이는 형태’로 만들려는 욕구가 강하다. ‘데스크 셋업’은 욕구가 가장 잘 드러나는 생활 공간이고, PC 케이스·쿨러·키보드·마우스는 자연스럽게 주연 소품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로 글로벌 하드웨어 업계는 이미 서브컬쳐 흐름을 실험해왔다. 예컨대 Razer는 포켓몬 라이선스 컬렉션을 공식 제품으로 전개하고, HYTE는 hololive와 같은 VTuber IP를 전면에 내세운 PC 케이스 번들을 운영한다. MSI 역시 게임 IP(몬스터 헌터)와의 한정판 시스템을 공식 페이지로 소개해왔다. 요컨대 서브컬처에 하드웨어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가 팬덤 경제의 언어를 빌려 상품화를 꾀하는 식이다.

신생 브랜드가 ‘정면 승부’ 대신 ‘옆문’을 택할 때

1stPlayer는 비교적 신생 브랜드다. 전통 강자들과 같은 링에서 가격·유통·인지도로 정면전을 벌이면 소모전이 된다. 반면 서브컬처 행사는 ‘옆문’이다. 여기서는 브랜드의 연차보다 “마주하는 부스가 재미있는가, 사진이 잘 나오는가, 굿즈처럼 갖고 싶은가”가 더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부스에서 만난 관람객의 동선도 이를 증명한다. 캐릭터를 보고 시스템에 접근하고, 다음으로 룰렛에 참여하고, 마지막으로 제품명을 확인한다. 일반 하드웨어 전시라면 순서가 반대일 텐데, 일러스타에서는 경험 → 공유(SNS) → 관심(제품)이 순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맥스엘리트가 노린 부분 또한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그러한 기억은, 결과적으로 내 책상을 저렇게 꾸미고 싶다 라는 것이 된다. 하드웨어 시장에서 ‘틈새’는 종종 규모가 아니라 접근 방식에서 생긴다. IT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서브컬처 분야가 뒤늦게 주목받는 건 바로 접점. 소비를 ‘필요’가 아니라 ‘서사’로 바꾸는 힘이 강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빌런18+이 캐릭터 ‘진저’를 문턱에 세워 커뮤니티의 흐름을 바꿨듯, 맥스엘리트는 일러스타에서 하드웨어를 ‘경험’으로 번역해 문턱을 낮췄다. 결국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제품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들어오게 만든다. 그리고 요즘 시장에서, 들어오게 만드는 힘이 곧 경쟁력이 된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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