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씨앤아이 손 잡고 재도전 “어페이서, 한국 시장에 두 번째 출사표”
서린씨앤아이 손 잡고 재도전 “어페이서, 한국 시장에 두 번째 출사표”
  • 김현동
  • 승인 2025.12.01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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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스토리지 시장에서 어페이서(Apacer)라는 이름은 조금 애매한 위치다. 산업용 영역에서는 이미 검증된 플레이어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어디서 몇 번 본 것 같은 브랜드” 정도에 머물러 왔다. 과거(20년도 초반) 한 차례 조립 시장에 들어왔다가 흐릿하게 사라졌고, 그 뒤로는 가격표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정도라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그러한 브랜드가 다시 한국 시장에 힘을 싣고 있다. 혼자 뛰는 것도 아니다. 지스킬, 팀그룹, 게일, 에센코어 등 해외 메모리 브랜드를 오래 다뤄 온 서린씨앤아이가 전략적인 파트너로 나섰다.

겉으로 보면 “브랜드 하나 더 들어오는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페이서의 정체성과 서린씨앤아이의 포지션, 메모리·SSD 수급 상황, 향후 1~2년 시장 변수까지 합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에는 왜 지금, 무슨 포지션에, 어떤 제품을 전략적으로 내세울지에 관한 계산이 치밀하게 맞물려 있다.


▲ 어페이서 Jusin Wang 매니저와 서린씨앤아이 사무실에서 한국 시장 진출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 산업용에서 소비자 시장으로, 전략적인 진출 계획




어페이서는 지난 1997년에 설립된 대만 기반 메모리·스토리지 전문 기업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SSD·D램 글로벌 공급사 정도로 비춰지지만, 실제 사업의 무게 중심은 산업용 시장에 있다. 군용 장비, 의료기기, POS 단말기, 각종 산업 설비처럼 한 번 멈추면 치명적인 리스크가 발생하는 장비에 들어간다.

문제는 해당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다. 수명, 온도, 진동, 전원 변동에 대한 검증 기준이 일반 소비자용과는 다르고, 한번 프로젝트가 들어가면 교체 주기도 길다. 대신 레퍼런스가 쌓이면 그 자체가 신뢰의 증거가 된다. 어페이서는 이런 시장에서 “안정성·내구성”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회사다.


▲ 어페이서와 서린씨앤아이는 전략적 파트너로써 한국 시장에서 협업한다. 이에 관해 Jusin Wang 매니저의 한국 방문일자에 발맞춰 서린씨앤아이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어페이서가 한국의 조립·게이밍 시장을 다시 찾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겹쳐 있다.

첫번째는 산업용만으로는 브랜드 인지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는다라는 배경이다.

매출과 출하량은 유지되더라도, 일반 소비자가 떠올리는 ‘인지도’가 형성되지 않는다. 반대로 최근 몇 년간의 소비자용 메모리·SSD 시장을 보면, 순수한 스펙 이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 결정에 강하게 작용한다. 어페이서 입장에서는 그동안 산업용에서 축적한 신뢰도를 기반으로 컨슈머 시장에까지 자산으로 활용해도 되는 시점이 된 셈이다. “군용·의료용 기준을 통과하는 회사가 만든 게이밍 메모리·SSD”라는 메시지는, 잘만 풀면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에 손색 없다.

두 번째는 어페이서의 시선에 한국 시장 자체의 상징성과 난이도가 무척 매력적으로 비춰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나라, 글로벌 메모리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거대 제조사가 자리한 곳이다. 조립 PC 시장도 결코 작지 않으며, 정보 접근성이 높은 사용자 비중도 크다. 그만큼 진입 문턱이 높지만, 반대로 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타 국가에서 “한국에서 통과된 브랜드”라는 메시지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는 어페이서가 한국을 그저 하나의 판매 지역으로 분류하지 않고, 브랜딩의 시험대로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세 번째는 서린씨앤아이라는 훌륭한 파트너가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어페이서는 이전에도 한국 시장에 소비자용 제품을 풀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조립 생태계와의 접점, 리뷰·커뮤니티 반응 관리, 재고·서비스 운영을 포함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까지 감안하면 구성이 매끄럽지 못했다. 실패라면 실패라고 할 수 있는 굴욕적인 과거다. 굳이 그러한 부분을 꺼낼 필요는 없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자세로, 똑같은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자 파트너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그 점에서 서린씨앤아이는 의미가 있다. 이미 지스킬, 팀그룹, 게일, 에센코어 등 여러 메모리·SSD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고, 제품을 공급하는 수준 그이상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일례로 한국시장에 먹히는 제품을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 적정 물량을 계약하며 → 들여온 제품의 시장 유통에 잔뼈가 굵었다 → 마지막으로 문제가발생할 경우 사후 지원(A/S)까지 전체 흐름을 아우르는 유통사로 자리매김한 상태. 심지어 자체 SI 브랜드(서린컴퓨터)로 워크스테이션과 서버까지 만들고 판매한다.

어페이서 입장에서 보면, ▲DRAM·SSD 라인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파트너 ▲메모리 수급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재고·서비스 체계) ▲B2C와 B2B를 모두 다룰 수 있는 채널 까지, 결코 쉽지 않은 세 가지 대책이 한 기업에 모인 셈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서린씨앤아이로 수렴됐다고 볼 수 있다.


2. 소유욕을 자극할 첫 번째 아이템은?




여기 까지만 보면 탄탄한 기술력에 설득력있는 배경도 보유한 브랜드다. 그렇다고 해서 흥미로운 브랜드 스토리만으로는 조립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어떤 제품을 어떤 포지션으로 가져갈지, 매력적인 라인업이 뒷받침 되어야 시장에서 잘 팔린다. 여기부터는 서린씨앤아이의 역할론에 힘이 실렸다. 어페이서와 서린씨앤아이의 초기 전략은 DRAM과 SSD로 시장의 문호를 열고, 이후 포터블·크리에이터용 스토리지로 확장성에 가속을 더하는 순서다.


메모리 쪽에서는 녹스(NOX) 브랜드의 DDR5 게이밍 라인업을 론칭했으며, 기본적인 틀은 다른 게이밍 메모리 브랜드와 비슷하다. ▲DDR5 기반 ▲고클럭 지향 ▲히트싱크 ▲RGB ▲오버클럭 프로필 지원 등으로 메모리 시장에서는 이미 공통적으로 따지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표면적으로는 흔한 구성처럼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산업용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 '어페이서'라는 점에 착안, 검증·테스트 기준을 산업용 수준에 두고 게이밍용 메모리를 제조한다는 것.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구성·호환성·안정성의 3가지다. PC방처럼 하루 종일 시스템이 돌아가는 환경, 장시간 이뤄지는 온라인 스트리밍, 영상편집 같이 부하가 걸리는 작업까지. 열거한 작업 환경은 메모리 컨트롤러와 모듈 안정성이 뒷받침되어야 문제가 없다. 어페이서가 “산업용 기반”이라는 출신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자신하는 배경이다.


SSD 분야에서는 PCIe Gen4 기반 제품으로 메인스트림-상위권 사이를 전략적으로 노린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이 방열 솔루션 구성 방식이다. 그래핀 방열 시트를 구성품으로 제공해, 사용자가 메인보드 기본 방열판만 쓸지, 동봉된 그래핀 패드를 활용할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방열판을 일부러 비워두고 메인보드 히트싱크와 조합하기 쉽도록 고려한 셈이다.

PS5용으로는 히트싱크가 장착된 완성형 제품도 준비할 예정이다. 히트싱크 일체형 구조로 납품해 사용자가 방열 부착 과정에서 실수할 여지를 줄이는 방향이다. 용량은 2TB 이상 구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별개로 NAS·워크스테이션·AI 스토리지 서버용 SSD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기존 산업용 SSD 경험을 그대로 옮기되, 워런티·내구성 요구가 높은 제품군으로 서서히 확장하는 그림이다. 이는 엔비디아 파트너로서 워크스테이션 판매 비중이 늘고 있는 서린씨앤아이의 SI 비즈니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구도까지 염두한 전랴이다.


3. '메모리·SSD 공급 불안정' 속에서 택한 전략은




서린씨앤아이와 어페이서 양사가 진단하는 '메모리·SSD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공급이다. 시장 수요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공급이 이를 뒷받침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D램과 NAND는 1티어에 위치한 대형 SI·완제품 PC·서버 제조사가 연 단위 계약으로 물량을 가져간다. 2티어로 밀려난 조립 시장, 리테일 채널은 그 이후 남은 물량을 공급받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미 상당수 메모리 브랜드가 올해 공급 물량을 소진했고, 이 와중에 특정 브랜드는 연말까지, 또는 다음 해 초까지 추가 입고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가격이 상승하는 게 당연하다. 추가로 공급이 된다면 단기 급등세는 다소 완화될 수 있겠지만, 단위당 가격 자체가 예전 수준으로 내려오는 그림은 기대하기 어렵다. 충분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에 무게를 실린 주장이다.

서린씨앤아이는 언급한 수급 상황에서 재고와 A/S 정책을 핵심 변수로 보고 나름의 대응책을 세워놨다.

우선,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다루는 유통사라는 점을 십분 활용. 지스킬, 팀그룹, 게일, 에센코어, 어페이서 등 다양한 메모리·SSD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혹여나 특정 브랜드 제품이 품절되더라도 동일 스펙(또는 상위 스펙)의 다른 브랜드로 교체 대응이 가능하다.

실제 내부적으로는 이미 교차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특정 모델이 없을 경우, 같은 클럭·용량·타이밍을 가진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1:1 교체를 진행하고, 가능하면 한 단계 상위 스펙까지도 고려해 서비스한다. 이러한 대목은 어페이서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수급 변동이 심한 시기에, 단일 브랜드만 들고 한국 시장에 들어올 경우 재고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게 되지만, 서린처럼 여러 브랜드와 묶여 있으면 품절·단종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보험이 된다.


▲ 서린씨앤아이가 한국 시장에서 어페이서를 어떻게 성장시킬지에 관해 설명하는 김태왕 서린씨앤아이 상무.

서린씨앤아이 설명에 따르면, D램 IC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선택이 필요하다.

현재 전략은 소비자용·게이밍 시장에 먼저 물량을 투입하고, ECC·RDIMM·서버용 메모리, NAS 전용 SSD 등은 시장 상황을 보며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엔터프라이즈·워크스테이션 시장은 사이즈가 크지만, 초기 단계에서 모든 제품군을 동시에 갖추는 방식은 재고와 자금 운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어페이서 산업용 제품군은 이미 글로벌에서 운용 중이므로, 한국에서는 서린이 다루는 워크스테이션·AI 서버·특수 장비 납품에 차근차근 투입하는 구도로 정리됐다. 당장 모든 산업군을 다 가져오기보다는 서린이 이미 접근하고 있는 영역부터 묶어서 늘려가겠다는 방향이다.

브랜드 충돌 문제에 대해서도 다 계획이 있다. 멀티 브랜드 유통사는 항상 브랜드 간 충돌 문제가 따라붙는다. 같은 클럭·용량·타이밍을 가진 메모리가 여러 개 있다면 서로 시장을 깎아 먹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서린씨앤아이는 이에 대해 “브랜드별 역할 분리”를 강조한다. 클럭 대역, 타겟 사용자, 디자인 콘셉트, 튜닝 성향 등으로 각각 다른 캐릭터를 부여하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고클럭 오버클럭을 노리는 최상위 유저는 지스킬 쪽으로, 디자인·RGB를 중시하는 사용자는 또 다른 브랜드로, 24시간 가동·내구성을 중시하는 PC방·장시간 게이머·크리에이터에게는 어페이서를 내세우는 식이다.

여기서 어페이서의 키워드는 서두에서 언급한 부분과 맞물리는. 군용·산업용에서 온 안정성이다. 이미 군납 경험이 있고, 산업용 장비를 상대해 온 회사가 게이밍 메모리와 SSD를 만든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다.

대략 이런 의미다. “PC방처럼 하루 종일 켜 놓는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춘 브랜드”, “게임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산업용 기준을 통과한 회사가 만든 메모리”

** 편집자 주 = 어페이서 X 서린씨앤아이의 맞손, 기대되는 구도

어페이서는 산업용에서 출발한 메모리·스토리지 기업이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존재감이 미약했지만, 서린씨앤아이와 함께 게이밍·리테일·워크스테이션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분명한 방향성이 보인다. 산업용에서 검증된 신뢰성을 게이밍·소비자 영역의 차별 요소로 삼겠다는 의도 / 메모리·SSD 수급 불안정 국면에서 멀티 브랜드·교차 서비스 구조를 활용해 공급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판단 / DRAM·SSD뿐 아니라 포터블·크리에이터용, 나아가 워크스테이션·AI 서버 영역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려는 전략.


한국 시장에서 어페이서 제품과 이미 들여온 브랜드와의 조합이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력, 재고 안정성, 그리고 실제 사용자 평가가 등장하면서 결정한 전망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재차 강조하는 부분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하나 더 들여와 파는 수준을 넘어, 산업용에서 쌓인 신뢰를 소비자 시장의 경쟁력으로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물론 앞서 한번 과오를 겪은만큼 더욱 신중할 거라 믿으며, 따라서 앞으로 어페이서와 서린씨앤아이가 얼마나 일관된 메시지와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앞으로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 자명하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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