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에서 파워서플라이는 늘 '티 안 나지만 중요한 부품'으로 취급돼 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그 존재감이 확 달라졌다. 그래픽카드가 400W를 훌쩍 넘기고, 순간 피크 구간에서는 600W까지 치솟는 사례가 흔해지면서 시스템 안정성의 병목이 메인보드나 GPU가 아니라 ‘전원 공급’에서 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12V-2x6 커넥터로 넘어온 뒤에는 '제대로 꽂혔는지'가 체감으로 명확하지 않아, 접촉 불량이 발열과 케이블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가 업계의 불안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고성능 부품을 다 갖춰도 파워가 받쳐주지 않으면 체감은 물론, 최악의 경우 하드웨어 손상까지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진 지금, ‘프리미엄 PSU’가 단순 효율 경쟁을 넘어 안전·센서·사용성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애즈락(ASRock)은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특별한 파워서플라이를 한국 시장에 공식 론칭했다. PR·마케팅을 맡은 김성현 실장은 '완벽한 파트너(Perfect Partner)'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메인보드·그래픽카드로 쌓아온 생태계를 파워까지 확장하는 이유를 ‘현실적인 불편’에서 찾았다. 파워는 단독 판매보다 보드나 그래픽과 함께 선택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면 사용자가 실제로 겪는 문제를 정면으로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애즈락 파워는 이미 컴퓨텍스 2025에서 발표됐고 일본에서는 먼저 출시돼 반응이 높았다는 소개도 이어졌다.
참고로 한국시장 정식 유통은 마이크로닉스가 맡았다.
기술 포인트는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 불편을 만드는 지점'을 예로 들며 열거했다. 대표적인 것이 5V Boost Mode다. USB 포트는 많아질수록, 그리고 전력 효율을 많이 요구하는 장치(저장장치 등)를 여러 개 물릴수록 전압이 떨어지며 인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키보드·마우스 수준이면 넘어가도, 전류를 더 요구하는 장치가 붙으면 전압 하락이 반복되며 손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대한 대책으로 애즈락은 5V 라인을 최대한 ‘5V답게’ 지키기 위해 약 3% 상향된 5.15V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일부 라인업(타이치, 추후 팬텀 게이밍)은 스위치로 온·오프를 선택할 수 있고, 스틸레전드는 기본 동작 형태로 제공된다.
요즘 파워 시장의 최대 화두인 12V-2x6 커넥터 대응도 간과하지 않았다. 커넥터에 색을 넣어 사용자가 장착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고, 연두색이 보이면 '아직 덜 꽂혔다'는 식으로 인식할 수 있기 했다. 여기에 더해, 상단의 금속부(센서 구조)가 정확히 결착되지 않으면 전력 공급을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식으로 ‘준비가 됐는지’를 확인하는 이중 안전 설계를 적용했다. 물리적으로 위험한 상태에서 전력이 몰리는 것을 막는 쪽으로 사고 방식을 전환한 셈이다.
발열에 대한 접근은 더 과감하다. 고부하 구간에서 케이블 온도가 올라가며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를 겨냥해 NTC 센서를 탑재, 케이블 온도가 105도에 도달하면 전원을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적용했다(타이치, 추후 팬텀 게이밍 적용). “예고 없이 꺼지면 어떡하나”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105도까지 올라갈 정도면 이미 극한·가혹 조건이며 해당 단계에서는 차단이 오히려 가장 이상적인 보호라는 설명을 더했다. 안정성을 ‘체력으로 견딘다’로 대책을 세워 전력을 공급하는게 아닌, 오히려 ‘위험 구간에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로 정의해 전력을 차단해 2차 문제 발생 가능성을 제거하는 전략이다.
소음과 감성의 영역도 빼놓지 않았다. 무소음·저소음을 선호하는 사용자가 많은 반면, 팬 소리에서 오히려 ‘돌고 있구나’라는 안정감을 얻는 사용자도 있다. 애즈락은 iCool 모드(일종의 제로팬 기능)를 전 라인업에 적용해 사용자가 켜고 끌 수 있도록 했고, iCool을 켠 상태에서도 온도나 부하가 오르면 팬이 자동 동작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규격 측면에서는 ATX 3.1 대응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최신 부품은 공식 소비전력 외에도 순간 피크치가 발생하고, 이때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시스템 불안정이나 특정 케이블에 과도한 발열이 몰릴 수 있다. ATX 3.1은 순간 피크치 대응(정격 대비 200% 수준)을 요구하는데, 타이치 모델은 여기에 더해 235%까지 순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그래픽카드처럼 예측 불가능한 피크를 요구하는 상황에는 최대 3배 수준까지 대응하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요즘 PC는 순간을 버텨야 한다”는 문장을 규격과 숫자로 풀어낸 셈이다.
효율과 소음은 ‘인증’으로 설득했다. 범용 등급인 80 PLUS와 함께, 사이버네틱스(Cybenetics)의 ETA(효율)·Lambda(소음) 인증을 내세웠다. 타이치는 80 PLUS 티타늄 등급을 획득했고, 스틸레전드는 80 PLUS 기준으로는 골드지만 사이버네틱스 ETA 기준에서는 플래티넘 수준으로 분류될 만큼 효율을 높였다. 소음(Lambda)도 상위 등급(A++, A+, A) 범위에서 라인업이 인증을 받았고, 10~20dB 또는 20~30dB대의 ‘낙엽 스치는 소리, 조용한 아파트의 백색소음’ 정도로 체감 설명을 붙였다. 피부로 와닿게 풀어낸 방식이 인상적이다.
시장에 출시하는 라인업은 ‘고성능 플래그십’ 위주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5개 세그먼트를 운용하지만, 한국에는 최상위 사용자용 타이치와 스틸레전드 2개 라인만 먼저 들여온다. 타이치는 1300W와 1650W, 스틸레전드는 850~1200W 구간에서 블랙·화이트 구성을 포함해 총 8개 모델을 우선 출시할 계획이다. 타이치의 또 다른 무기는 크기다. 1650W급 파워가 220mm를 넘는 경우가 흔한데, 타이치는 1650W임에도 180mm로 콤팩트 한 크기 덕분에 케이스 호환성에서 장점이 있고, 굵고 탄성이 강한 하이엔드 케이블의 ‘밀어내는 장력’ 부담도 덜 수 있다.

파트너사 마이크로닉스와의 협업 배경도 밝혔다. '오랜 협업의 결실'이라는 표현으로 한국 시장 도입 결정을 규정했다. 주우철 팀장은 제품 샘플을 연구소에서 분석해 본 결과, 출력·효율뿐 아니라 완성도에서 강인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평가했고, 일본 시장에서의 빠른 안착도 매력적으로 파악한 부분임을 언급했다. 참고로 한국 시장 정식 출시는 2월 말경을 예고했고, 현재 와디즈에서 사전 판매 진행 중이다. 힘을 준 대목은 서비스 정책이다. 정식 유통된 제품은 최대 10년 워런티를 제공하고, 문제가 생기면 리퍼가 아닌 ‘새 제품 교환’ 정책을 한국만 시행하기로 했다. 파워서플라이가 결국 ‘신뢰’로 평가받는 제품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펙만큼이나 서비스를 시장 진입의 문을 여는 카드로 활용한 모스비다.
정리하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고성능 시대의 파워는 더 이상 '용량과 효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장착이 직관적이어야 하고, 위험한 온도에서는 스스로 멈출 줄 알아야 하며, 순간 피크를 버텨야 하고, 조용함조차 취향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애즈락은 시장의 요구를 ‘센서와 인증, 그리고 한국형 서비스’로 엮어 '완벽한 파트너'라는 말에 무게를 실었다.

[애즈락 관계자와의 1문 1답]
Q1. 해외에서는 12V-2x6 하이파워 케이블의 90도 직각(ㄱ자) 버전을 별도로 판매하던데, 국내에서도 추후 판매 계획이 있나?
A1. 당장 국내에서 90도 직각 케이블을 별도로 판매할 계획은 없다. 파워가 국내에서 실제로 판매되고 사용되는 시점을 2월 전후로 보고 있고, 판매 이후에 수요가 생기면 그때 맞춰 판매 여부를 검토하고 준비하겠다.
Q2. 파워서플라이는 스펙·신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장기적인 신뢰도 구축이 핵심인데, 애즈락은 장기 신뢰 관점에서 ‘신뢰’를 어떻게 설명하고 무엇으로 보여줄 생각인가?
A2. 신뢰는 하드웨어와 서비스 두 가지로 만든다. 파워는 PC 컴포넌트 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비라서, 하드웨어 기본기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제품은 하이엔드급 부품 구성과 설계를 적용했고, 설계 쪽은 EVGA 오버클러킹 팀을 운영하던 회사 출신 인력이 참여해 설계하고 그 설계에 맞춰 제작했다. 기능 몇 가지를 붙인 수준이 아니라, 전력 익스커션 상황에서 ATX 3.1의 200% 요구치보다 더 크게 잡아 타이치 기준 235%까지 순간 대응을 확보했고, 그래픽카드처럼 피크 요구가 큰 경우는 최대 3배 수준까지 대응하도록 설계했다. 서비스는 한국에서 10년 워런티를 제공하고, 보증 기간 내 문제가 생기면 리퍼비시가 아니라 새 제품으로 교체하겠다.
Q3. 애즈락 파워는 마이크로닉스를 통해 유통된다고 했는데, 판매는 기존 유통채널로 가는가, 아니면 새로운 채널을 따로 구축하는가? 그리고 DDR4 수요가 다시 생기는 상황에서 AM4 보드는 추가 물량이 언제쯤 들어오고, 구형 보드에 PCIe 5.0이나 2.5GbE 같은 보강을 한 새 모델 계획이 있는가?
A3. 유통은 우선 마이크로닉스 파워 유통 라인을 통해 진행하겠다. 동시에 기존 애즈락 제품(그래픽카드·메인보드)과 함께 묶어서 판매할 수 있는 유통도 같이 준비하겠다. DDR4 관련해서는 DDR4와 DDR5의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을 인정하고, 인텔 DDR4 플랫폼은 Z690 시절부터 PCIe 5.0이 들어간 경험이 있지만 AMD의 AM4는 PCIe 4.0 또는 3.0 기반이라서 AM4에서 PCIe 5.0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PCIe 5.0은 PCB 구성과 칩셋의 제어가 전제다. PCIe 5.0 관련은 SSD보다도 GPU 쪽(특히 5천 시리즈의 일부 라인업이 x8을 쓰며 성능 하락 이슈가 거론되는 부분)이 더 포커스라고 봤고, AM4에서 5060을 쓰며 2~3% 수준 손실을 감수하는 선택과 새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선택은 가격 구간에서 함께 비교해야 한다고 봤다. PCIe 5.0, 2.5GbE 같은 보강은 최신 플랫폼 제품에서 출시됐거나 출시 대기 중이다. AMD 쪽은 AM5 보드·CPU 가격이 초기보다 내려와서 메모리 비용 차이를 감안해도 AM5로 넘어갈 여지가 있다고 봤고, AM4는 5600 계열(5600, 5500GT, 5600G 등) 중심의 수요가 이어지되 그 구간에서 제품 라인업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Q4. RTX 40/50 세대의 12V 고전원 커넥터 버닝/멜트다운 이슈는 원인이 그래픽카드인지 파워인지 논란인데, 문제가 생겼을 때 마이크로닉스 쪽 서비스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A4. 먼저 귀책을 따져야 한다. 12V 커넥터는 라인별로 전력이 나뉘어 들어가는데, 장착이 불완전하거나 여러 번 뺐다 꽂는 과정에서 접촉이 나빠지면 특정 라인으로 전류가 쏠릴 수 있다. 이 유형은 보통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정품 동봉 케이블을 썼는지, 변환(문어발)이나 튜닝 케이블을 썼는지” 같은 조건으로 AS 기준을 세워왔다. 파워가 원인이라면 파워를 점검해 처리하겠지만, 실제로는 파워 쪽 이상으로 판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문제가 발생하면 제품 점검을 진행하고, 그래픽카드 쪽 처리든 유통사 쪽 처리든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중간에서 조율해 처리해 왔고,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겠다.
Q5. ‘10년 새 제품 교환’ 정책을 내세우는 브랜드들 중에는 불량 접수 시 원박스 새 제품이 아니라 유닛만 교환해 주는 곳도 있다. 애즈락 파워는 어떤 방식으로 교환되는가?
A5. 그 부분은 아직 협의 중이다. 유닛만 교환할지, 원박스 기준으로 완전한 새 제품 형태로 교환할지에 대해 비용과 합리성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특히 고가 파워는 구성품·액세서리 비용 비중이 커서 교환 방식에 따라 부담이 달라진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만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고, 정식 출시 시점에 공지로 확정해 안내하겠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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