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포기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 외면하나?
기후변화 대응 포기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 외면하나?
  • 정의당 김제남 의원
  • 승인 2015.06.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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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시나리오’ 그 뒤 / 김제남 의원

 

▲ 정의당 김제남 의원

박근혜 정부가 지난 11일 갑자기 ‘국가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지난 2009년 국제 사회와 약속했던 감축계획을 포기하고 더 많은 배출량, 더 적은 감축량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안은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여전히 개발중심 정책만을 고집하며 선도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후손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추진 과정 또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 동의 없이 일방적이었다. 차분한 논의와 준비가 필요한 사안을 갈등과 대립의 국면으로 끌고 갔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에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목표 시나리오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1안부터 4안까지의 어떠한 안을 선택하더라도 2009년 약속했던 ‘2020년 기준 목표 배출량 5억4300만톤’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 말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20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0)에서 합의한 ‘감축목표 후퇴금지 원칙’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결국 대한민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포기하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외면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배출전망치와 감축 목표 시나리오의 근거 또한 문제가 많다. 먼저 배출전망치(BAU)라는 기준 설정 자체의 문제가 크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기준연도 대비 절대량 방식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불확실한 미래 기준으로 배출전망치를 잡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과도하게 전망한 것은 물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030년까지 계속 증가한다는 예상 또한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다.

 

 

물론 경제·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 시나리오가 오히려 너무 과도하게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1안(14.7%)도 203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22%포인트 하락시켜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을 3% 아래로 떨어뜨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또한 정확한 사실 관계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당장의 이익만을 고려해 계속 적용 유예와 완화를 반복할 경우, 다가올 전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 체계에 우리 경제·산업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정부의 발표 중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온실가스 감축 대책으로 신규원전 건설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당초 BAU 산정 시 에너지 수요전망에(시나리오 1, 2안) 이미 신규원전 2기(3000MW)를 포함시켜 놓은 상태이며, 시나리오 3, 4안은 원전의 대규모 추가 건설을 핵심 감축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이다.   

정부는 얼마 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신규원전 2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삼척과 영덕지역 주민들의 절반이상이 신규원전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데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규원전 건설 시 주민수용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듯하다. 기존에 건설 예정이었던 화력발전소 4기를 취소한 것은 다행이나 이것을 원전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방안이다.

더욱이 최신 KDI 경제성장률을 반영하지 않고 기존의 전망을 무시한 동계 전력피크 고수, 5%대의 설비예비율을 유지하여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과 다르게 22%라는 과잉설비예비율로 하여금 결국 신규원전 건설을 합리화 하려는 제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국민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설비예비율이 20%를 초과하는 나라는 없다. 본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세계주요국의 설비예비율을 의뢰하여 분석한 결과 미국과 유럽등 주요 선진국 모두 설비예비율 목표치를 평균 15%대로 설정하고 있었다. 이를 따른다면 신규원전 2기는 물론이고 제 6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된 4기 분량의 원전(4379MW)은 건설할 필요조차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22%의 설비예비율이라는 덫에 걸려버린 대한민국은 건설하지 않아도 될 발전소를 지으려 하고 있고 그것이 원전이라는 점에서 통곡할 노릇이다. 

 

 

결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조차 신규원전을 건설하기 위한 들러리로 전락시켜 버렸음을 자인해버렸다. 이것은 지난 2001년 제7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7)의 “국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 시설에서 생기는 배출권(CER)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는 ‘교토의정서 이행을 위한 마라케시 합의문’에 반하는 것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았듯이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원전은 기후변화 위협 못지않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대응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계획은 필연적으로 국민적 합의와 동참이 필요한 중대한 국가적 결정사안이지만 그 어떠한 사회적 공론화와 국민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정부의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는 그동안 ‘민관합동검토반’을 운영하면서도 부실한 논의과정으로 비판 받았고, 관련 전문가들이 내놓은 의견과 문제제기를 한귀로 흘려버린다는 비판이 많았다. 

더욱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6월말까지 제출한다면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 보고(환경노동위원회)는 6월29일로 일정을 잡아놓는 등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이렇듯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전문가들의 객관적 연구와 검증 절차를 외면한체 일방적인 편들기에 급급한 태도는 과거의 독재정치를 떠올리게 할 따름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방적인 추진을 멈추고 국회와 전문가, 경제계, 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우리 국민이 동의하고 국제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계획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난 19일 미국 스탠퍼드, 프린스턴, UC버클리 대학 전문가들은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게재한 연구보고서에서 “동물의 멸종 속도가 과거에 비해 100배 이상 빨라져 지구가 6번째 동물 대멸종 시기에 진입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동물 멸종의 이유에 대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삼림파괴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6번째 동물 대멸종에 인간이 포함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생존위협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 세계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을 2도씨 이내로 묶어두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이자 세계경제규모 13위인 대한민국은 국격에 맞게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책임과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본 의원이 속한 국회에서도 각계각층의 의견과 비판을 수렴하여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할 것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 우리 미래세대의 희망을 지키는 노력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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