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2017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폐쇄해야…
고리원전 1호기, 2017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당장 폐쇄해야…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 승인 2015.06.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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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첫 상업가동원전 폐로, 다른 11기도 폐쇄 절차 밟아야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고리 1호기가 폐쇄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가에너지위원회는 고리원전 1호기를 ‘영구가동 중지’하라고 권고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16일 이사회를 열어 폐쇄를 결정했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18일을 끝으로 영원한 가동 중지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첫 상업가동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가 첫 폐로 원전이 되는 셈이다.

고리원전 1호기는 1977년 6월 19일 처음 임계에 이르렀고(핵분열이 시작되었고) 1978년 4월 29일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고리원전 1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건설해준 원전으로, 턴키방식으로 운영을 넘겨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동을 한 것이다 보니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국내 23기 원전이 낸 693건의 고장사고 중 130건, 약 19%가 고리원전 1호기에서 일어났다. 가동한 지 1년 만에 핵연료를 담고 있는 핵심 설비인 원자로가 수명말기와 같이 취약해졌다는 시험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는 계속 문제를 일으켜 30년 설계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가동 20년 만에 교체되었다. 증기발생기의 가느다란 세관들 수천 개가 파괴되면 고리원전 1호기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다음 해인 2012년 3월에는 정전사고가 발생해 핵연료 냉각재의 온도가 급상승하기도 했는데, 이를 한 달간 은폐한 것이 들통 나 국제원자력기구에서 나와 점검을 벌이기도 했다. 
 

불안했던 고리원전 1호기

2007년 첫 수명연장 때는 원자로의 취약한 상태를 알려주는 지표인 취성화 천이온도(유리와 같이 쉽게 깨질 수 있을 정도로 강철의 성질이 변하는 온도)가 심각하게 올라가서 법적인 가압열충격 기준온도를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사업자인 한수원은 시험방법을 바꿔서 기준온도 이하로 계산되었다며 수명연장을 신청했고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를 승인했다. 관련 수치를 받아든 일본 동경대의 금속재료 전공 이노 히로미츠 교수는 고리 원전 1호기는 평소 가동 정지와 가동 시작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임을 증언했다.

 

▲ 월성원전 1호기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 경주시, 양북면, 감포읍 주민이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에 합의했다. 양남면은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12일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고리원전 1호기 재수명연장은 여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고 경제성있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원자력계의 주장일 뿐이다. 안전성은 살얼음판과 같은 상황이었고 경제성은 높은 이용률을 전제로 한 것이라 타당하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1차 수명연장 기간 동안 경제성은 한수원이 예상한 1166억 원~1928억 원 이익이 아니라 3397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노후화로 인한 잦은 고장으로 이용률이 예상보다 낮아진 것이 핵심 원인이었다.

앞으로 재수명연장을 한다고 하면, 안전성이 더 떨어질 것이므로 경제성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노후화로 인해 대형 사고라도 난다면 환경운동연합이 원전사고 모의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처럼 최대 85만 명의 인명피해와 최대 628조 원의 경제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고리원전 반경 30km에는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김해시, 양산시 등 대도시 인구 340만명이 살고 있기 때문에 사고 시 피난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실상, 고리원전 1호기는 손해만 입히고 불안하게 가동 중이었다. 2017년 수명말기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현재 계획예방정비, 즉 안전점검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황인데 재가동을 하지 말고 바로 폐쇄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경제성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이익이다. 
 

수명 다한 노후원전만 11기 

고리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수명을 다한 노후원전이 줄지어 서 있다. 당장 월성원전 1호기가 수명연장 결정으로 불안한 재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월성원전이 입지한 양남면 주민들의 동의는 빠진 채 양북면과 감포읍의 동의만으로 재가동 결정되었다.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주민에게 공람하고 의견을 반영해서 재작성한 결과를 제출해야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가 월성 1호기 재가동에 대한 주민합의서를 받아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원전 인접 주민들이 반대하자 이들만 제외하고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다. 따라서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달 말까지 수립하기로 되어있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29년까지 수명이 끝난 노후원전은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모두 11기다. 고리 2~4호기, 월성 1~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이다. 국민안전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이들의 폐쇄계획이 제출되어야 한다. 
 

 

▲ 각 원전의 설계수명과 수명만료일. 2029년까지 수명이 다하는 원전은 고리 1호기를 포함해서 12기에 달한다.


 
월성원전을 제외하고 40년 설계수명인 원전이지만 안전성을 고려하면 더 빨리 폐쇄 결정할 수도 있다. 201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폐쇄된 원전 143기의 평균 가동 연수는 23년밖에 되지 않는다.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도 별로 없는 셈이다. 현재 가장 고령인 원전이 46년짜리로 6기밖에 없다.

월성원전에선 발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다른 원전의 30배가 나와 주변 환경은 물론 주민들의 몸속까지 오염시키고,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가 다른 원전의 5배 이상 나오는 상태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원전 옆에 습식저장시설 외에 건식저장시설까지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곧 포화될 예정이다.

더불어 월성원전은 핵분열 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핵폭주 가능성까지 갖고 있다. 더구나 월성원전은 국내에서 가장 활성단층이 많이 분포한 지역에 위치해 지진위험까지 안고 있음에도, 가장 낮은 내진설계로 되어있는 중수로 원전이다. 따라서 월성원전은 하루빨리 폐쇄되어야 한다.

인구 밀집 지역에 몰려있는 고리원전 2~4호기 역시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폐쇄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원전 전체 고장사고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한빛원전 1~2호기도 마찬가지다. 한빛원전 1~2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편서풍의 영향으로 광주를 넘어 남부지방 전역을 오염시킬 것으로 보인다. 위험도가 높은 원전들의 조기 폐쇄를 고려할 만하다.

 

 

독일처럼 원전 없는 미래 만들어가야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대신 폐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이유에는 국내 안전기준과 규제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도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실상 국민안전과 원전안전을 등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수명연장 논란 과정에서 비공개였던 안전성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2007년에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 보고서가 작성되었는데, 그 기술기준을 처음 원전을 가동할 당시인 1974년, 1977년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2022년까지 수명연장하겠다던 월성원전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45년 전 기준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수명연장을 허가한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교훈으로 개선된 1990년대 기술기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후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나머지 11기의 노후원전이 차례차례 폐쇄되어야 한다. 나아가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하면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원전 없는 미래 사회를 그려나갈 수 있다. 현재의 전력수급현황과 에너지신산업의 성장속도를 보면 정부의 계획처럼 원전 13기를 추가할 필요도 없으며 노후원전을 폐쇄하면 오히려 새로운 경제성장의 기회가 제공이 될 수 있다. 고리원전 1호기 폐쇄가 그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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